사람들은 저마다의 안목을 가지고 다른 사람의 인간성이나 성격, 됨됨이 등에 대해 평가를 내린다. 그리고 평가를 할 때는 대부분 인간관계 또는 직업적 경험에 의하는 경향이 있다.
환경미화원은 상대방이 주변을 얼마나 청결하고 질서 있게 유지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격뿐만 아니라 장래까지도 추정을 한다.
이를테면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사람이라면 자기가 버린 쓰레기처럼 언젠가는 쉽게 버려질 것이라고 예측을 하는 것이다.
구두 수선공은 상대방이 구두를 어떻게 신고 관리하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인간성을 나름대로 평가한다. 구두 밑창 중 오른쪽 혹은 왼쪽만 유난히 닳아 있다면 원만치 않은 성격일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식당의 종업원은 밥그릇에 담뱃재를 버리는 사람이라면 부하직원을 아무렇게 대하거나 자기가 있을 곳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짐작을 한다. 이러한 식으로 옷가게의 점원이나 은행원, 관공서의 직원들도 나름대로의 경험과 노하우에 따라 사람을 평가한다.
그리고 이들의 공통점은 자기들의 안목을 상당히 신뢰하고 있으며, 이들의 평가 또한 나름대로의 타당성과 적중률을 가지고 있을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매일 보고 평가해 왔기 때문에 상당히 오랫동안 누적된 통계적 수치를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학창시절에 겪은 바지만 학교 선생님들도 학생들을 평가할 때 배움에 대해 보이는 태도에 따라 그 인격이나 됨됨이 등을 미루어 짐작해 보기도 한다. 일단 수업태도가 좋고 성적도 좋으면 다른 일에 대해서도 진취적이고 개방적일 것을 본다.
솔직히 그래서 학창시절에 보면 공부 잘하고 모범적은 아이들한테는 선생님이 늘 관대하고 예뻐해 주신다. 어쩌면 그것도 선생님이 보는 안목에서 그런 아이들이 싹수가 보이고 나중에 잘될거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우리 부서에 일도 잘하고 배려심도 높고 인사성도 밝은 젊은 남자 직원이 있다. 물론 다른 직원들도 모두 다 성실하고 괜찮지만 이 사람은 유난히 배려심이 높아 자기 일을 다 끝내면 항상 돌아다니면서 다른 사람에게 일이 좀 덜 끝난게 있으면 팔을 걷고 나서서 도움을 주곤 하는 스타일이다. 옆에서 보기에도 참 좋다.
며칠전 일이다.
이 직원이 퇴근전에 갑자기 사무실내 캐비넷을 뒤지며 뭔가를 찾았다. 왜그러냐고 묻자 그냥 뭐 필요한게 있어서라며 얼버무렸다. 한참을 찾아도 자신이 원하는게 나타나지 않아서였는지 옆자리 직원에게 소곤소곤 뭔가를 물었다. 그러자 이 직원이 "그거, 내 서랍에 있는데"라며 꺼내주었다.
궁금한 마음에 눈여겨 보았더니 붉은색 끈이었다. 넓이가 1.5cm쯤 되는 두루마리 붉은색 나일론 끈.
'저걸 뭐하려고 하지?'하는 궁금증이 생겼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잔무를 마치고 퇴근길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갔는데 지하 2층에서 그 직원이 웬 종이박스 뭉치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다가 나와 마주쳤다. 웬 박스뭉치?
뭐냐고 물으니 그냥 피식 웃으면서 "필요해서요"라고만 말했다. 나는 속으로 '아까 끈을 찾은 이유가 저거였구나'하면서 차를 몰고 지상으로 나갔다.
회사 정문을 나서다 보니 길가 인도에서 리어카를 끄는 할아버지와 함께 그 직원이 옆에 서 있는게 보였는데 잠시전 지하 2층 주차장내 회사 창고에서 꺼내 온 종이박스 묶음을 그 할아버지 리어카에 싣고 있는게 아닌가. 나일론 끈으로 묶은 박스 뭉치를 할머니 리어카에 얹어 주자 할아버지는 고맙다는 인사를 허리숙여 몇 번이나 했고, 이 직원은 멋쩍었는지 뒷통수를 만지며 같이 인사를 하면서 헤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제서야 모든 궁금증이 다 풀렸다. 사무실에서 끈을 찾은 이유, 지하 회사 창고에서 종이 박스를 묶어 들고 나온 이유까지. 회사에서 버려진 종이박스가 쓰레기장으로 가기 전에 그걸 묶어 폐지수집 하는 할아버지께 가져다 주다니.
사실 마음 같아서는 차를 세우고 밖으로 뛰어 나가 이 직원을 안아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역시 내가 본 그대로 그는 제대로 된 직원이야. 저런 남자가 또 어딨어...'
바르게 배운 직장인, 배운 바를 사회에서 그대로 실천하는 일꾼.
참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 함께 일하며 같은 직장에 다니는게 기분이 좋았다. 우리 사회는 이처럼 남을 배려하고 남에게 나눠주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더불어 사는 발전의 수레바퀴가 잘 굴러간다.
지금 우리가 사는 수원이라는 도시에도 항상 이 직원같은 마음이 기본으로 넘쳐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