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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추운 겨울철에는 내복이 정답
2013-01-21 10:42:47최종 업데이트 : 2013-01-21 10:42:47 작성자 : 시민기자   오수금

"너, 내복 입었니?"
버스 안에서 좌석에 앉은 두 젊은 여성. 대학생인듯한 두 사람중 방금 질문을 받은 여성이  얼굴을 휙 돌리며 아주 작은 소리로 "그래, 조그맣게 말해"라며 주위를 휙 둘러본다.
나는 마치 두 사람의 대화를 전혀 듣지 못한 사람처럼 차 밖의 풍경만 물끄러미 바라본다.

하지만 옆에 서 있던 나는 이미 두사람의 대화를 다 들었다. 그리고 귀를 쫑긋 세운채 다시 두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내복 입은걸 가지고 놀리듯이 말하는 친구나, 그런 사실을 들킨걸 가지고 부끄러워 하는 두 사람의 대화가 괜스레 재미있게 느껴졌고, 앞으로 뭔가 더 재미있는(?) 대화가 계속 오갈지 몰라서.
"요즘 무슨 기능성 속옷인가 뭐 그런거?"
"그럴거야. 나도 안입는다고 했는데 엄마가 자꾸 입으래잖아"
"호호호. 사실은 나도 입고 있어 얘"
"뭐라고? 이 불여시! 호호호"

소곤소곤 한다지만 내 귀에 다 들렸다. 두 여성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었다. 둘 다 스마트폰의 이어폰을 귀에 꼽고 있었다. 그러니 자기 귀에 음악소리가 들리다 보니 상대방에게도 잘 안들릴줄 알고 크게 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데, 서로 그런걸 모른채 자기들끼리만 소곤댄다고 하는 소리가 다른 사람에게는 중계방송 하듯 다 들렸다.

두 여대생의 말을 들으면서 그래도 생각 있는 젊은 여성들 같아서 다행스레 여겨졌다. 괜스레 춥다고 난방 온도만 올릴게 아니라 내복 하나만 입어도 난방 온도 2-3도는 내릴수 있다는데 그정도면 에너지 절약 효과가 얼마나 큰 것인가.
덕분에 나도 '내복'이라는 단어를 떠 올려 보았다. 내복을 입고 다니기도 하지만 괜스레 옛시절을 떠올려 보면 누구에게나 한가지 이상 애틋하고 아릿한 추억을 간직한게 바로 이 내복이기 때문이다. 

이미 아주 오래전에 가난하던 시절에 내복을 입었지만, 나이가 들어 처녀때는 몸매의 맵시가 안난다는 이유로 한겨울에도 절대 내복을 입지 않았다. 아마도 대부분의 여성들이 다 그랬을 것이다. 
그러다가 다시 내복을 입게 된것도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다. 당시에 겨울은 온 나라 수도가 죄다 얼어 터져버릴 정도로 정말 엄청 추웠다.

그럼, 추운 겨울철에는 내복이 정답_1
그럼, 추운 겨울철에는 내복이 정답_1

그때 우연히 속옷 가게 앞을 지나던중었다. 길가에 'SALE'이라고 달력만한 종이에 커다랗게 써 붙인 종이가 누런 플라스틱 바구니 위에 붙여져 있었고, 그 안에는 여성용 옷이 들어있었다. 호기심에 "이게 뭐예요?"  묻자 직원은 "내복입니다." 라고 했다.
"아, 내복. 내복이구나"
내복이라는 말이 왜 그다지도 생경하게 들렸을까. 머릿속의 기억에서 완전히 지웠다가 너무나 오랜만에 듣는 단어여서 나는 무심결에 '내복'이라는 말을 따라 했다. 

내복. 그 어감이 어딘지 답답한데다 약간 촌스럽기까지 하고, 그래서 젊은 사람들에게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말 같았다.
"몸매도 살려주고 따뜻해요."
직원이 웅크린 내 모양을 보고 던지는 말 같아 어깨를 슬며시 폈다. 색깔은 보라색과 갈색을 섞어놓은, 팥죽 색깔하고 비슷했다. 

그러나 어릴적에 엄마가 사 입혀 주었던 내복을 입다가 고등학교쯤부터 안 입기 시작하여 결혼후 그때까지 내복이라는건 잊고 살던 내게, 그날 보았던 내복은 과거보다는 확실히 색깔이나 질감이 달라 보였다. 한마디로 세련돼 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내복이란 말이 주는 선입견을 밀어내며 천을 만지작거렸다.
"내복 안 입은지도 몇 년이 지났는지 모르겠네. 혹시 아이들것도 있어요?"
혼자 중얼거리다가 질문을 하자 직원은 "네, 그럼요"라며 물건을 팔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자신감을 얻었는지 더 적극적으로 권했다. 

"아가씨들도 이런 내복은 입어요? 옛날 엄마들이 입던 두꺼운 내복은 젊은 사람들 입기 좀 거추장스럽지만."
내가 내복을 입는다고 해서 나이 든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물며 내복을 아예 모르고 사는 아이들에게 이제는 집안에서 춥다며 난방 온도 높이려고만 할게 아니라 내복을 입혀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든 것이다.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슬그머니 아가씨들 핑계를 대며 추세를 물었던 것이다.

아가씨들을 핑계 삼아 묻자 직원은 "요즘 여성들에게는 기능성 속옷이 많이 팔려요. 그것도 일종의 내복이죠. 하지만 내복이라고 안하고 기능성 속옷이라고 해야 좀 더 잘팔려요. 내복이라고 하면 괜히 좀 촌스럽다는 생각을 하는거 같아요."
고등학교 때부터 멋 부린다고 내복을 입지 않았던 내 과거를 생각하면, 그것의 필요성은 인정하여 내복을 입기는 하는데 기왕이면 '올드'한 느낌보다 신세대적인 느낌을 주는 '기능성 속옷'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입는 젊은 여성들의 센스도 대단하다.

어쨌거나 그래도 내복을 입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뜻이 젊은 세대들에게도 자각이 되고 있다는게 다행이었다. 
나도 그렇게 내복에 다시 입문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내복 예찬론자가 되었다. 우리 남편과 아이들은 물론이고, 형제 남매들과 친정과 시댁 모두에게 내복을 권하기도 하고 선물도 해 드린다.
혹시 아직도 내복 안 입고 사는 수원시민 계시면 오늘 퇴근길에 시장에 들러 내복 한 벌 장만하시길...
 돈 벌고, 따스해서 건강 챙기고,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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