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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이사 다녀야 하는 서민들의 애환
2013-01-24 16:06:23최종 업데이트 : 2013-01-24 16:06:23 작성자 : 시민기자   유병화
전세를 사는 동생이 이사를 가야 한다며 한 걱정을 했다. 이사를 가려면 3월 개학전에 가야 아이들이 다른 학교의 학기중에 전학 가는 일을 막을수 있어서 늦어도 2월말까지는 이사를 가야만 하는데 문제는 돈이었다.
전세금이 엄청나게 올라 감당이 안된다며 날더러 돈좀 융통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많은 돈을 가진건 없어도 동생이 이사가는데 전세자금이 부족하다니 그냥 있을수가 없어서 어떻게든 마련해 보겠노라며 약속을 했다.

동생이 이 엄동설한 한겨울에 또 이삿짐을 싸야 하는 것을 생각해 보니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닐듯 하다.
원래 이사라는게 새로 지은 널찍한 아파트로 가거나 그런건 아니라도 내집마련을 한 뒤에 그곳으로 들어가는거라면 언제 이사를 하든 기분이 좋고 행복한 일이지만 그런게 아니라 전셋집에서 나가 달라고 요청해 집을 바워주고 나와야 하는 상황인 경우 여간 힘들고 서글픈게 아니다.

이건 전셋집을 다녀 본 서민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일이고 경험해본 일일 것이다. 거기다가 전세금마저 부족하면 그 서러움은 곱하기가 된다.
부모님으로부터 큰 재산을 물려받지 않았다면 결혼해서 집 살때까지 몇 번씩 이사를 하게 된다. 
나도 지금이야 작기는 해도 조그만 아파트에 살면서 내집마련을 해서 마음 편히 지내고 있지만, 과거에 또한 예외일수가 없어 전셋집을 몇차례 전전했다. 

자주 이사 다녀야 하는 서민들의 애환_1
자주 이사 다녀야 하는 서민들의 애환_1

이사라는게 원래 번거롭기도 하지만 서로간에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신경쓰이는 일이다. 내가 가는 집에서 그날 맞춰서 짐이 동시에 빠져야 하기도 하지만 내가 그동안 살던 집으로도 그날 맞춰 들어와 줘야 내 전세금 빼서 출발할수 있고, 내가 갈 집에서 나가는 사람도 그가 갈 집에 사람이 제때 빠져 줘야 한다. 그것만 단순하게 따져 봐도 꼭 4가구가 동시에 착오없이 움직여줘야 하는데...

결혼후 몇 년 안돼 이사를 하게된 어느날 겪은 일이었다.
작은 돈으로 방을 구하려니 참으로 어려웠다. 그때 마침 부동산 가격이 폭등을 해서 전세값이 매매가격의 70%까지 오르던 때였다. 전셋집을 구하려고 부동산에 가면 십중팔구는 "전세값이면 은행 융자 좀 끼고 그 집 살돈이거든요. 그냥 아예 사버리세요"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우리 형편에 집을 사지는 못하고 전셋집을 구해야 했는데 일요일날 짬을 내어 아내와 함께 발품을 팔아 겨우 우리 돈에 맞는 집을 구할수 있었고 그 한달후 일요일날 이사를 하게 됐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이사를 하기로 약속한 날, 짐을 꾸려 트럭에 싣고 우리가 살 집으로 갔더니만... 그 집에서 나가야 할 세입자가 갑자기 일이 생겼다며 짐만 대충 싸 놓은채 방을 내주지 않고 있었다.  
기가 막혔지만 그렇다고 이사하는 당일날 내가 살 집에서 다짜고짜 싸울수도 없는 일. 난감해서 한숨만 나왔다.
사정을 들어보니 그네들이 이사를 들어가야 할 집에서 계약을 잘못해서 그쪽에서도 3일 후에나 이사를 해야 한다며 3일간만 짐을 맡겨 놓자고 통 사정을 했다. 집 주인도 사정이 그러니 조금만 봐 달라며 양해를 구했다. 

그 집도 예기치 않게 억울하고 느닷없는 사정에 처한 것이다. 그런 사정 얘기를 들었는데도 야박하게 짐 빼라며 길바닥에 내동댕이 칠수 없는 노릇이라 별수없이 그렇게 하기로 했다. 
당시 그 집은 다세대였는데 우리가 들어 가기로 한 집은 2층이었고, 그 대신 집 주인은 자기들이 가게에서 잘테니 우리보고 자기네가 살던 3층에서 3일동안 지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싸 들고간 이삿짐은 트럭에 실어 놓은채 이삿짐 센타에다가 짐 보관료만  주고 3일간 맡기기로 하고 그 비용도 세입자가 내주기로 했다.

서로 그렇게 하기로 하고, 3일간의 '불안한 동거'가 시작됐다.
밤이 되자, 주인집 거실에 대충 필요한 짐을 쌓아놓고서 첫밤을 함께 맞이 했다. 하지만.... 꿈인지 생시인지 잠자리가 무척 불편하고 뒤숭숭하고 기분이 안좋았다. 내 집이 아닌 다른 사람 집에서 자고 있어서 그런건지... 그렇게 첫날 밤을 뜬눈으로 지샌 다음 불안한 마음을 안고 출근을 했다. 

그런데 점심때쯤 해서 회사로 전화가 걸려왔다. 아내였는데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당장 집으로 와달라며 흥분해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집을 나가야 할지 모른다며 빨리 오라고만 했다. 이게 웬 뜬금없는 날벼락? 아직 이삿짐도 안 풀었는데 나가라니. 길바닥으로?

집에 가보니 경찰이 왔다갔다 하고 부산했다. 
아내에게 자초지종을 물으니 어젯밤 짐을 안빼고 2층에서 잔 세입자는 철학관을 운영하는 사람인데 어제 이사를 안 간 이유는 그 집에 3일후면 금강산 애기보살이 찾아오기로 했다며 그를 만나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기가 막혔다. 말이 철학관이지 무당이었던 것이다.  결국 저쪽 세입자가 짐을 안빼서 못갔다는 말은 거짓이었고 우리를 속인 셈이다. 
그리고는 애기보살이 올려면 길을 터야 한다며 집 곳곳에 이상한걸 매달고 굿판을 벌일 태세여서 아내가 무슨짓을 하냐며 말리다가 다툼이 벌어졌고, 그 와중에 집 주인이 경찰에 신고해서 경찰차까지 출동을 한 것이었다.

아내는 경찰관에게 전세계약서까지 보여주며 흥분해서 따졌고 경찰관은 알았다며 아내를 달래는 한편 그 사람에게 집을 비워주도록 설득하고 있었다.
"아이고, 우리 애기보살님 오시것네... 아이고, 우리 보살님 길을 누가 막나? 아이고, 애기보살님... 보살님..."하면서 큰 소리로 통성기도를 하는 것을 보니 경찰관도 난감하고 황당해 했다. '지금이 때가 어느땐데...' 라면서.

그 철학관 세입자 설득하는데 집 주인과 경찰관이 무진 애를 써서 결국 그날 저녁이 다 돼서야 내보낼수 있었다.
그 뒤에 금강산 애기보살이 그 집에 찾아왔었는지는 아직까지 알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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