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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틀린'게 아니고 '다른' 거예요
2013-01-28 11:10:23최종 업데이트 : 2013-01-28 11:10:23 작성자 : 시민기자   이영애

최근에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복지단체에서 일하는 친구와 만난적이 있었다.
일이 일인지라 친구는 바쁘기도 했지만, 듣기에 따라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수 있을까 하는 안타까운 사연, 그분들의 고민과 어려운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었다. 
점심식사나 같이 하자고 간건데 그곳에서 친구의 일이 끝나 짬을 내기까지 한시간 넘게  앉아서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친구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이분들이 한국에서 일하면서 겪고 있는 차별적 대우나 속상한 점을 기록한 한 메모장이 눈에 띄었다.
'일할 때는 욕 하지 마세요. 월급 명세도 자세히 알고 싶어요(이상 이주노동자). 잘한 일을 하면 동포라고 부르고, 잘못했을 때는 조선족으로 부릅니다. 중국 동포로 불러주세요(중국 동포). 우리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를 뿐입니다. 다름을 인정해 주세요(이주 노동자 자녀).'
우리가 고쳐야 할 일종의 부끄러운 현실인 이런 차별적 대우를 적은 메모를 보고선 얼굴이 화끈거렸다.

일을 마치고 식사를 하던 친구에게 물어 보니 그런 일은 일 축에 끼이지도 못할 만큼 더 열악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이 많아서 걱정이라며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일부 업주들이 이주노동자를 무시하는 태도가 심하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중에 '틀린 게 아니라 다를 뿐입니다. 다름을 인정해 주세요'라고 했던 부분이 내내 마음에 걸렸고, 또한 공감이 갔다.

어릴 적에, 외국영화를 볼 때 서양배우들의 얼굴을 구별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책과 다양한 방송 영화 같은 매체를 접하고 여행도 하면서부터는 서서히 많은 인종들을 보고 접하게 되니 우리와 다르게 생긴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문화란 다양한 인간들의 피부 색깔만큼이나 표출하는 방식이 다양하며 따라서 우열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과 마이클 잭슨, 타이거 우즈 그리고 하인즈 워드 등 수많은 위인이나 스타들을 존경하고 흠모한다. 그들 역시 피부가 다를 뿐 우리와 다를 게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뒤늦게나마 우리가 자각하여 바꾼 대표적인 것이 있다면 아이들이 사용하는 크레파스의 '살색'이라는 색깔 표현도 '살구색'으로 고쳐졌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여전히 인종에 대한 차별이나 빈부에 대한 차별, 그리고 끼리끼리 모여 사는 여러 가지 자기들만의 소그룹에 빠져 여타의 것들에게는 상당히 배타적이거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풍토가 강하다.
예를 들어 자동차 색깔은 검정이나 흰색만이 있어 그게 거리를 메우고, 직원들 여럿이 간 식당에서는 음식을 "김치찌개 통일요"라 하고, 지역간 혹은 학교간 향우회나 동창회를 만들어 '우리끼리'를 외치고 같은 정당소속 정치인은 개개인 소신이나 철학에 관계없이 같은 목소리를 낸다면 그 사회는 어떻게 될까.

이주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에서 본 그들의 애환 역시 이같은 우리끼리의 배타적인 사고방식에 의해 졸지에 차별대우 받는 그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들이었다.
즉 틀린게 아니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고방식 탓이다.

아이가 초등학교때 학교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아이들이 준비한 연극 내용중 지금도 잊지 못할 장면이 하나 있다.
한 초등학교 남학생이 종이를 흔들며 엄마같은 중년 여성에게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틈만 나면 만화책을 봐? 내가 너를 자식이라고 낳았으니…" 하며 야단을 쳤다. 
엉거주춤 꿇어 앉은 중년 여성은 퉁명스럽게 "공부하다 머리가 아파 10분만 보려고 했단 말이야"라고 되받아친다. 
아이들과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하는 소통의 시간에 아이들이 준비한 역할을 바꾼 상황극의 한 장면이었다. 

엄마가 아이에게 윽박만 지를게 아니라 아이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라는 뜻이었고, 아이가 그럴수밖에 없는 상황도 인정해 보라는 뜻도 포함된 느끼는 바가 컸던 역할극이었다.
어른인 나와 다른 아이의 입장을 충분히 공감할만한 내용이었다.

상대방이 '틀린'게 아니고 '다른' 거예요_1
상대방이 '틀린'게 아니고 '다른' 거예요_1

찹쌀떡은 찹쌀을 찌어 으깨고 반죽한 것과 설탕이 들어간 단팥이 고루 어우러져 만들어져 있다. 또한 찹쌀떡 뿐만 아니라 맛있게 먹는 모든 음식은 전부다 골고루의 재료가 제자리에 적절히 배분되어 있다가 입 안에서 섞이면서 씹히고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면서 훌륭한 맛을 내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불려서 익힌 찹쌀을 씹어 삼킨 뒤 다시 설탕을 한숟갈 먹고, 또 다시 익힌 단팥을 먹은 다음 물구나무를 서서 배를 흔든다면 그것이 위 안에서 찹쌀떡이 되어 원래의 맛난 찹쌀떡 맛을 재현해 내 줄수 있을까. 

또한 찹쌀이나 단팥이나 설탕이나 어느 하나라도 상대방의 역할과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은채 나만 잘났다고 빠진다면 그 상태로는 절대로 찹쌀떡이 될수 없다.
세상만사가 다 그렇듯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일을 하고 그런것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뭔가가 되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어느 누구든지 각자의 독립적인 위치와 역할을 인정해 주고, 상대방이 나와 다름을 인정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가 일일이 다 챙기지 못하는 어느 분야에서 외국인 근로자든 혹은 또 다른 무엇이든간에 그 독립적으로 다른 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상대방을 폄하하거나 고통을 주는 일이 있다면 하루빨리 고쳐 나가야 할것이다.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우리나라의 2012년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2720달러였다고 한다. 이제는 높은 국민소득에 걸맞는 국민의식이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자. 상대방이 틀린게 아니라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마인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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