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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만큼만! 적당히!
많은 뷔페에서 실시하는 벌금 제도에 대한 모호성
2013-02-07 13:21:10최종 업데이트 : 2013-02-07 13:21:10 작성자 : 시민기자   오승택

고기 집이 문 열리자 마자 들어가 보니 역시나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일행들과 여유롭게 자리를 잡고 앉아서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어차피 뷔페니까, 먹고 싶은 만큼 양껏 갖다 먹어도 될 것 같아서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다. 갖가지 음식들이 펼쳐진 가운데 눈과 손 그리고 입이 호사를 해가면서 퍼다 먹었다. 남자 손이라서 그런지 조금씩 음식을 퍼 담으려고 해도 잘 안되었다. 

갖다 놓으면 누군가는 다 먹겠지 하는 마음으로 이것 저것 주섬거리며 챙겨 왔다. 대패 삼겹살에 녹차 가루 뿌려진 삼겹살, 갈비 살, 양념 갈비, 소갈비 등등 평소에 자주 먹기는 돈의 제약이 있는 것들로 마음껏 가져다 와서 먹었다. 그 외 부수적인 사이드 메뉴들도 가져 와서 일단 배고픈 배를 채웠다.

먹을 만큼만! 적당히! _1
먹을 만큼만! 적당히! _1

먹다 보니 손님들이 와서 우리를 포함한 4테이블정도가 됐다. 점심 시간 보다 일찍 오는 바람에 느긋하며 넉넉히 먹고 있었다. 다른 테이블 사람들도 뷔페를 오니 음식 양 조절이 안되는 것 같아 보였다. 저마다 접시에 수북히 쌓인 음식들을 보고 있자니 저것을 언제 다 먹으려고 욕심을 부리지?라는 생각마저 들게 할 정도였다. 그렇게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의 정신 없는 식사가 시작 되었다. 

그런데 대각선에 앉아 있는 한 중년 부부의 테이블이 심상치 않았다. 아주머니께서 한 눈에 봐도 놀라울 정도의 음식들을 퍼 나르고 계셨다. 사람은 두 명인데, 상추며 떡이며 그릇에 산을 쌓은것 처럼 많이 가지고 오는 모습을 보고 놀라웠다. 아무리 뷔페라고 하지만 어느 정도 먹을 수 있는 양만큼을 계산하고 가지고 와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괜히 중년 부부의 테이블에 눈길이 계속 갔다. 

테이블의 식사가 끝나는 것 같았는데 예상 했던 대로 가지고 온 음식들은 조금 많이 남은 상태였다. 고기를 가져 온 접시는 비었지만, 그 외 사이드 메뉴인 김밥이나 떡, 소시지, 나물 같은 반찬들은 남았다. 저걸 보고 주인이 그냥 넘어 갈 지도 의문이었다. 부부가 계산을 하러 나가자 마자 예상 했던 일이 벌어졌다. 

주인 아저씨가 테이블 위에 남은 음식 들을 보고서는 음식을 남길 시 받는 돈을 내셔야 한다고 정중히 그 부부에게 말 했다. 아주머니는 저 정도 남은 양을 가지고 벌금을 내라는 건 말도 안된다며 벌금 내기를 거부했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음식이 좀 남긴 했다. 남은 음식들은 모두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야 할 운명인데 아깝기 그지 없었다. 주인 아저씨는 커다랗게 벌금 표시를 해 놓은 것도 몰랐냐면서,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내가 주인 아저씨라도 음식을 마음 껏 퍼와서 다 먹지도 않은 아주머니한테 짜증이 났을 것 같다. 주인 아저씨 말대로 갖고 온 음식을 남길시 테이블 당 벌금 오 천원이 부과 된다고 써 붙여져 있었다. 벌금 5000원이라는 선명한 글씨체에 정신을 차려 보니, 우리 테이블도 왠지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그때부터였을까. 가지고 온 음식들을 일체 뱃 속에 집어 넣느라고 진땀을 뺐다. 언제 나도 모르게 이것 저것 가져 온 음식들이 이렇게나 먹은 건지, 나의 손을 원망 하며 4명이서 분배하여 가져 온 접시를 싹 비웠다. 배가 산만큼 불러 왔다. 소화도 안되는 것 처럼 더부룩한 불쾌한 기분까지 들었다. 이렇게 속이 더부룩 할 때까지 먹은 이유는 단 한 가지 벌금 오 천원을 내지 않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었다. 사람이 참 간사하다는 것을 느꼈다. 

벌금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오자 절대로 벌금 내는 일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이 휩 쌓였기 때문이다. 나의 마음처럼 음식을 남겨 주인 아저씨와 실갱이를 벌인 그 아주머니의 마음도 같았을 것이라 생각 된다. 결국엔 아주머니의 주관적인 결론대로 판승이 났다.

아마도 언성을 더 이상 높이기 싫었던 주인 아저씨 측의 배려 같았다. 다음부터는 또 오시더라도 음식을 적당히 담아 드셔 주세요라는 아저씨의 널따란 마음에 나도 감동을 받았다. 
뷔페에서는 음식을 남기면 벌금을 내는 제도가 보편화 되어 있는데, 뷔페 뿐만 아니라, 구내 식당 같은 곳에서도 음식을 일정 이상 남기면 벌금을 오백원에서 천원 정도 내는 제도가 생기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요즘에는 음식 아까운 줄 모르고 무작정 버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더불어 관례적인 이런 뷔페에서의 벌금 제도도 조금 더 체계적으로 변하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무게 이상의 음식 양을 남기면 벌금을 받는 등의 개선점을 더 붙여 나가면 손님과 뷔페측과의 실갱이 일어나는 횟수는 조금 더 줄어 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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