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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윗사람이 되는 길
부하직원을 탓하기 전에 상사인 나를 돌아보기
2013-08-08 15:56:28최종 업데이트 : 2013-08-08 15:56:28 작성자 : 시민기자   안병화
중소기업의 관리자로 일하고 있는 나는 부하직원이 내 맘처럼 움직여주지 않을 때 가장 답답하다. 무엇보다 매출을 위해 최전선에서 열심히 고군분투해줘야 할 젊은 친구들이 아무런 생각 없이 상사의 지시만 겨우겨우 해낼 때는 정말 복창이 터질 지경에 이른다. 하지만, 얼마 전에 이런 나의 생각을 조금 바꾸게 된 계기가 생겼다. 

물류창고 현장에서 본사로 들어온 부장님을 보면서 말이다. 이 분은 우리 회사에서 가장 먼저 출근하는 매우 부지런하고 성실한 분이다. 하지만, 그의 하루 일과를 들여다보면 정말 가관이 아니다. 커피를 한잔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자리를 정돈한 후 자기 자리에 앉아서 하는 일은 인터넷 뉴스 보기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다들 열을 올려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 시간, 영화를 다운 받아보거나 파티션 사이로 자신의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도록 몸을 숙인 채 수면을 취한다. 그의 이런 모습을 모를 리 없는 대표이사님은 바로 옆자리인 나를 불러 부장이 평소에 하는 일이 도대체 뭐냐고 채근하기에 이르렀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그의 아랫사람들이다. 상사가 업무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고 매진하려는 의욕이 없다 보니 그런 부장의 흉허물을 덥고 일일이 설명하고 이해시켜줘야 하는 업무까지 가중된 것이다. 덕분에 부하직원들은 새로운 일을 창출해서 나갈 힘을 가질 수가 없고 누구를 믿고 따라야 할지 갈팡질팡 할 수밖에 없는 사태에 접어들었다.

결국, 늘 의욕에 차있던 노대리가 사직서를 냈다. 이유는 좀더 공부해서 교직원 시험을 보겠다고 했지만 당초 우리 팀이었을 때 누구보다 열정이 가득했던 그라는 사실을 알기에 조용히 불러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생각대로였다. 이미 자신에게 주어진 일, 해야 할 일, 새로 기획할 일들이 엄청난데 부장님이 본사로 들어와 자신의 상사가 된 후 자신의 업무보다 그의 뒷수발로 아무 일도 못하게 되어서 너무나 답답하다는 것이었다. 

아까운 인재가 박차고 나간다고 하니 마음이 씁쓸했다. 더욱이 중간에서 어떤 조치를 취해줄 수 없으니 더욱 마음이 쓰라렸다. 지나온 시간 동안, 나는 부하직원이 잘못하는 것은 모두 그들의 탓이라고만 여겼었다. 그리고 그들이 나를 못 따라줄 때는 그들 스스로의 자질이 부족한 거라고 단정짓곤 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또 상사인 나의 역할이라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진짜 윗사람이 되는 길_1
상사라면, 때로는 부하직원을 어린 아이 다루듯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소통할 줄 알아야 한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니 노대리 자리가 비어 있었다. 마지막 인사를 제대로 나누지 못한 것이 아쉽고 영문도 모른 채, 그저 옆에서 졸고 있는 부장님의 얼굴이 얄밉게만 느껴졌다. 물류창고의 인원이 많아지면서 본사로 올라와 새로운 포지션을 맡은 부장님은 그 전에 본사에 일하는 사람들은 매일 띵까띵까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쏙 들어갔다.

"이봐~ 내가 여기 본사 와서 일해보니까 여기 장난 아니야. 거기 물류창고는 껌이라고, 껌!"
물류창고에 제품출하를 의뢰하면서 투덜대는 현장직원에게 부장이 하는 말이었다. 벌써 40대 중반에 이른 그는 지금 그야말로 자리를 못 잡고 흔들거리고 있다. 차라리 모르면 모른다고 하면 될 일을 회의 때마다 온갖 아는 척을 다하고 자리에 돌아와서 아랫사람들을 모두 불러들여 자신이 제시할 길을 도리어 그들에게 묻고 앉아있다. 

물론 그라고 마음이 편하겠는가? 먹고는 살아야겠는데 생전 처음 부닥친 본사업무와 기획, 매출을 위한 전략 짜기, 부하직원 업무분담 등 막막하기 그지 없을 게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상사라면 스스로 노력을 해야 하지 않는가. 모른다고 자포자기하고 아랫사람들에게 자신의 흉허물 덮기만 하게 하는 일은 직무유기 아닌가 말이다.
 
이는 어떤 한 개인을 비하하기 위한 말이 아니다. 자고로, 상사의 길은 아랫사람들이 가는 길을 먼저 꿰뚫고 앞서서 생각하여 방향을 제시해줘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냐는 말을 하기 위함이다. 어쩌면, 나 역시 그 동안 그 사실을 간과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물론 나의 부하직원이 어떤 일을 어떻게 해나가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들에게 바른 길을 제시하는 것 그들이 제대로 갈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바로 나의 역할임을 말이다.

노대리에게 전화가 왔다.
"팀장님, 잘 지내시죠? 휴가 가셔서 마지막 인사도 못 드리고 왔어요. 팀장님, 죄송해요. 팀장님 아래에서 일할 때 편한 줄 모르고 뻣뻣하게 굴었던 거 말이에요. 사실, 계속 팀장님이랑 일했다면 그만두지 않았을 텐데….. 아무튼 정말 감사했고 죄송했다는 말씀 드리려고 전화 드렸습니다."

노대리와의 통화를 마치고 수첩을 꺼내 스스로의 다짐을 적었다. '진짜 상사가 되는 길' 첫 번째는, 적어도 내 부하직원이 나를 믿고 열정을 다해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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