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시골생활...선택의 기로에서
2013-08-09 15:58:28최종 업데이트 : 2013-08-09 15:58:28 작성자 : 시민기자 안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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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형, 나 나주에 전셋집 계약했네~" 삼형제인 나는 위로 형이 있고, 아래로 동생이 있는데 이번 년에 형과 동생은 각자 시골로 이사를 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던 차에 형은 이미 연초에 경기도 광주로 이사에서 전원생활을 시작하였고, 동생은 곧 시골 고향집 근처로 이사를 가게 된 것이다.
"얼마 주고 구했냐?" 전남 나주는 우리 고향인 함평에서 차로 10분~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며 광주광역시와도 멀지 않아서 생활권이 아주 오지시골은 아니다. 동생이 묻는 말에는 대답을 하지 않고, 카톡으로 새로 구한 집 사진을 먼저 보내왔다. 깔끔한 빨간 벽돌 단독주택에 주변에 텃밭이 잘 다듬어진 곳이었다. 더욱 궁금해져서 얼마냐고 되물었다. "얼마일 거 같은가? 여기 집에 방도 4칸이고 평수는 40평쯤에 밖에 텃밭도 꽤 크네~" "그냥 말해라~얼마냐? 한 8천만원 줬냐?" "아니! 천 만원이여!" "오메~괜찮다잉~" 놀라서 나도 모르게 고향사투리가 튀어나왔다. 동생이 사진을 삼형제 가족이 함께 보는 온라인 커뮤니티 밴드에 올렸다. 와이프가 사진 아래 댓글로 "와~너무 좋은데요? 저희도 한번 생각해봐야겠네요."라고 달아놨다. 진심일까. 퇴근해서 집에 오자마자 와이프가 동생네 새로운 집 이야기를 했다. "여보, 우리도 시골로 갈까요?" "당신 진심이야?" "글쎄, 뭐 여기서 2년에 한번씩 전세가 오르는 거 신경 쓰면서 이사 다니는 것보다 시골이 어떨까 싶네요. 더군다나 정말 이사를 갈 거라면 지금 우리 애들 어릴 때 가는 게 나으니까." "그러게, 안 그래도 생각해보니까 정말 그렇게 싸게 얻으면 우리 가지고 있는 돈으로 1년은 편하게 그냥 지내도 되겠다는 생각까지 들더라. 회사 일이며 이 도시에서 내 집 하나를 위해 아등바등 사는 거 정말 너무 힘들다." 나와 내 아이들의 행복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고 싶다 나도 모르게 그 동안 가슴에 쌓아놓은 응어리를 풀어놓았다. 하지만, 잘 알고 있다. 나나 와이프나 그렇게 쉽게 시골로 내려갈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형이나 동생은 어린시절부터 계속 시골에서 자라왔고 형수와 제수씨 같은 경우도 그러하기 때문에 시골살이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하지만, 나는 어릴 때 큰 아버지 댁에서 자라서 쭉 도시생활만 하였으며 군대 휴가 나왔을 때도 고향인 시골이 답답해서 하루만 있다가 도시로 올라오곤 했다. 더욱이 와이프의 경우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번도 도시를 떠나본 적이 없으며 지금도 자유시간이 생기면 책과 노트북을 챙겨 들고 바로 커피숍으로 달려가 아메리카노 한잔의 여유를 만끽하는 전형적인 도시인이기 때문이다. "우리한테는 무리인 거겠지?" 내가 다시 와이프에게 물어본다. "글쎄, 우리 애들도 시골을 참 좋아하긴 하는데….. 가끔 형님댁에 가면 저녁쯤엔 그 적막함으로 가슴이 꽉 막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과연 시골에서 살 수 있는 사람인가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됐다니까요." 동생이 시골에서 어떻게 정착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우리의 행보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도시의 삶이지만 우리에게 주는 문화적 혜택이나 편리함이 있기에 쉽게 포기할 수 없기에 쉽게 포기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아내와 이야기 나누면서 새로 깨달아 알게 되었다. 주변에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어찌보면 한번 그냥 용기내서 내려가면 거기 역시 사람사는 곳이므로 얼마든지 누리면서 살아갈 수 있을거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한번의 선택이 앞으로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칠지 잘 알기에 쉽게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 특히나, 아이들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지금 내 아이들은 6살, 3살이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도시생활에 이대로 정착할지 말지를 확실히 해야 한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무엇보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과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해야 할 시간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환경보다 내가 원하는 삶일 테니 말이다. 한동안 고민은 계속 될 것이다. 만일 형제들이 그대로 도시의 삶에서 함께 동화되어 살고 있다면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을 테지만 언제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나 즐거울 때 함께 뭉쳐 지내던 형과 동생이 멀리 떠나있게 되니 마음 한 켠이 울적하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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