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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정부가 없는게 낫겠다'는 딸아이
잠든 내 아이의 볼을 쓰다듬으며 죄책감을 느끼는 내 나라
2014-04-29 13:34:26최종 업데이트 : 2014-04-29 13:34:26 작성자 : 시민기자   윤주은
우울증, 불안증, 죄책감은 서민만이 느끼는 감정인가 

"차라리 정부가 없는게 낫겠어!" 며칠째 텔레비전 앞에서 구조자 숫자에 열을 올리던 아이가 드디어 폭발하며 내뱉은 말이다. 정치학이나 사상학 같은 것은 공부해 본적도 없는 갓 스물을 넘긴 아이가 무엇을 알고 그리 무시무시한 말을 했을까마는 그 앞에 나는 죄지은 어른인 탓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 침몰하던 그날부터 우리 가족들은 텔레비전 앞에 모여 앉아 밤을 새며 열을 올려 이야기하다가 울다가를 반복했다. 
월드컵 경기 응원에 온 동네가 떠들썩 해도 무심히 잠을 자고 다음날 경기 결과만 확인하던 우리들이었다. 새벽녘에야 잠시 쪽잠을 자고 일어나 각자 일터로 학교로 향하며 우리는 전에 하지 않던 애틋한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차라리 정부가 없는게 낫겠다'는 딸아이_1
광교산입구 시민들의 기도문

그저 무심했던 일상에도 고맙다는 인사를 눈물 글썽이며 많이 했다. 함께 밥을 먹어줘서 고맙다.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 잘 자서 고맙다. 학교 잘 다녀와서 고맙다. 맛있는 식사를 준비해줘서 고맙다. 그냥 그냥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면서는 이렇게 고마워해도 되는 건가, 행복해 해도 되는건가 하고 죄책감에 시달렸다. 저기 진도 바다를 바라보며 무너져 내리는 가슴으로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들을 앞에 두고 내 가족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남의 불행을 앞에 두고 행복을 깨닫게 되는 자신이 죄인 같았다. 

인간으로 태어나 살아간다는 것이 이렇게 가볍고 얕은 존재라는 것이 무섭고 슬펐다. 
우울증과 불안증은 함께 왔다. 약속이 있어 집을 나섰다가도 집에 있는 가족들이 걱정이 되어 약속을 취소하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곤 했다. 
문단속이나 전기 점검 등도 철저하게 다시 보고 다시 보아도 집을 떠나면 불안하고 집에 있어도 아직 돌아오지 않은 가족들이 걱정되어 버스정류장에 나가 서성대곤 하였다. 

마지막까지 지도자들은 바라만 볼 것인가 

불안한 날들은 근거 없는 소문에 귀 기울일수록 심해졌다. 우리가 믿었던 사회적 지도자들의 냉정한 뒷짐 자세를 텔레비전 화면에서 보는 날은 더욱 심했다.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깊은 불안과 좌절감으로 하던 일조차 무력하게 놓아버린 채 대한민국의 전 국민은 심한 정신병을 앓고 있는 중이다. 거대한 사회의 연결 고리, 그 어느 한 부분만의 잘못인가. 진정 불가항력적인 깊은 바다속의 암초로 인한 사고였으며 어떠한 경우라도 해경과 재난대책본부가 마징가젵처럼 나타나 모두를 구조해줄거라고 믿었던 마음을 배신한 것은 무책임하게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 뿐이었을까? 

교육받지 않은 계약직 기업구조, 이해할 수 없는 승객 안내 방송과 구조 요청 통신, 수명 다한 여객선의 개조와 증축, 안전장치 없는 함량 이상의 적재 화물들, 승객 탑승의 전산화 시설비 횡령 포탈, 때와 장소에 어울리는 배려나 예의도 모르는 정치인들, 사과는 커녕 잘못 떠넘기기에 급급한 비겁한 기관장들, 이름만 있고 재난 구조 대책이나 장비와 전문 인력은 없는 재난대책본부, 피해자들의 상처보다 특종만을 우선으로 하는 기자들의 이기적인 취재열기, 온라인을 날아다니는 각종 괴담과 악플러들, 최고 책임자의 위치를 망각한 이의 언행들. 

어디부터 잘못 되었는지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지는 것조차 무의미하도록 개념 없는 비전문가들과 본분을 잃은 공직자들이 우왕좌왕 하는 동안 수백 명의 생명은 깊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구조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정부가 가장 신속하게 움직인 것은 정부에 불리한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사이비 기자와 악플러들을 색출한 것과 자식을 살려달라고 청와대로 달려가려는 부모들을 제지하기 위해 의경들을 보내 바리케이드를 친 것이다. 

'차라리 정부가 없는게 낫겠다'는 딸아이_2
수원시청 합동 분향소

또 국민들이 세월호 침몰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해 곳곳에 설치한 분향소를 시군구를 제외한 시.도청 소재지에 각 1개소만 지자체 자체예산 예비비로 충당하여 설치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낸 것이다. 
어찌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도 냉정하더니 자식 잃은 부모의 울음조차 안고 보듬어주지도 못하고 상처받은 국민들이 서로 끌어안고 치유하려는 정서조차 이해하지 못하는가. 진정 서민과 1%의 기득권자는 태어나기를 그 사고가 다르게 타고 난 것인지, 전혀 다른 교육으로 훈련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세계인이 박수쳤던 한국의 기적은 진정 허공에 지어진 누각인가

이미 한국은 삼풍 백화점 붕괴, 한강 대교 붕괴, 지하철 참사, 천안함 사건 등을 통해 안전불감증과 기업 윤리 및 도덕성 상실 등의 불명예로 전 세계에 회자된 적이 있다. 
이같은 오욕을 씻으려는 노력을 정부는 하기는 했던 것일까? 이제라도 대한민국이라는 민주주의 국가가 튼튼히 자리 잡으려면 현 사회 구조에 대 개혁을 감행해야 한다. 

잘못된 성공을 목표로 한 입시경쟁이 아닌 인간 존중과 책임감을 가르치는 공교육의 시스템과 위기시 대처방법을 생활화 할수 있도록 실용 학문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공직자들의 전문화를 통해 업무의 전문성과 책임감을 강화해야 한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기업은 특별 감사를 철저히 하여 이윤 추구 뒤에 가리워진 자본주의 병폐를 제거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인이 권위의 상징이거나 돈벌이를 위한 직업이 아닌 대의를 위해 시류와 타협하지 않는 강직한 성인의 모범으로 봉사의 삶을 행하는 존경받는 인간으로서의 명예직임을 인식할 수 있는 의식 개혁 프로그램을 개발 실천 해야 한다. 이제 한국은 선진국다운 인간 중심의 가치관과 도덕성으로 세계인을 다시 놀라게 할 기적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결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질 수 없는 힘든 정신의 계단을 모두 손을 잡고 올라가야만 한다. 

심리 치유로 전국민의 정서적 안정을 찾아야 할 때 

정신적 트라우마는 당장이 아니라 몇 년 후에 예기치 않은 분노 표출의 방법으로 사고를 부른다고 한다. 따라서 선진국에서는 사고의 현장을 목격한 사람은 모두 심리 치료 대상으로 규정 관리를 받는 시스템이 국가적으로 실행되고 있다고 한다. 
장기적으로 올바르고 안정된 국민 정서를 위해 지금 우리에겐 불신과 충격으로 인한 상처 치유 프로그램이 전국민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때를 놓친다면 오늘의 이 분노가 먼 훗날의 어느 날 어떤 방법으로 무엇을 향해 폭발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을 정부는 무엇보다 신중하게 생각해야만 한다. 

전 국민이 우울과 좌절로 손을 놓고 있는 이 시간은 곧 경제 손실 수치로 증명되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더 훗날 다가올 국민들의 잠재된 분노 수치이다. 전국민이 세월호 침몰 참사 희생자 만큼이나 대한민국에 살아 남아 있다는 것이 슬프고 부끄러운 죄인이 되어 힘들게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심리치료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사회 치유 프로그램 실행에 아낌없는 투자를 

천성이 소심하고 그릇이 작아 분수대로 살다보니 생활의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내 주변의 일만 돌보며 살아왔다. 
나라 안의 크고 작은 사고 소식이 들릴 때마다 현장에 나가 몸을 아끼지 않고 사고를 수습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 훌륭한 행동에 적지않은 감동의 치유를 받아왔다. 세상이 아무리 잔악해져 희망이 있다 없다 해도 이 세상을 지탱하는 것은 저 사람들이구나 하며 마음의 손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면서 더할 나위 없이 고마움에 눈물이 흘렀다. 저 사람들이 이 나라의 희망이며 내 아이들을 지켜줄 진정한 지도자들이며 성인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생활의 좁은 행동반경에도 불구하고 거리에 나가면 어린아이나 노인 구분할 것 없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그 가족의 아픔에 함께 울며 기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전철을 타러 수원역에 가도 광장에 한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촛불을 밝히며 실종자들의 무사생환을 기원하고 있다. 산책로 어디에나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들을 위한 기도문들이 붙여져 있다. 핸드폰을 열어도 한마음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기도하는 노란 리본의 물결이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수원시청에는 세월호 사고 희생자 분향소가 설치되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그 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분향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한 여성은 줄곧 눈물을 닦아내느라 눈가가 벌겋게 부어있었다. 
초등학생이 분향소 앞에서 큰절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마음이 아파 눈물이 나고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삼삼오오 추모하는 뒷모습을 보면서도 눈물이 난다고 한다. 

온 국민이 세월호 사고를 자신의 일처럼 함께 아파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아픈 시간과 사고 앞에서 혼자만이 남겨져서 혼자만이 아프다고 느낄 때 사람은 더욱 깊은 좌절과 분노를 느낀다. 함께 아파하는 것은 상처를 함께 치유할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이다. 

사람에게서 다친 상처는 사람을 통해서만 치유

그러나 정작 이런 국민의 정서를 정치인들은 모르는 걸까, 알면서도 안전했던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를 만드느라 허위조작에 바빠 겨를이 없는걸까. 

여전히 언론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보도들만 분분하다.
지금 정부는 교육부와 언론과 함께 상처받은 국민의 정서를 안정시킬수 있는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급한 일이다. 
모든 TV 프로그램은 시청률에 편승한 자극적 드라마와 프로그램을 버리고 휴먼감동스트리로 개편해야 하며 국민들의 참여를 통해 세상을 다시 보는 살아있는 현장 프로그램을 만들어야한다. 

'차라리 정부가 없는게 낫겠다'는 딸아이_3
수원역 촛불 추모하는 시민들

각 지역이나 학교의 축제도 모두가 함께 참여하여 인간적 신뢰와 공감을 만들어갈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이와같은 사회 치유 프로그램으로 빨리 아픔을 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심리치료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고 그 프로그램 실행에 우리의 세금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진심과 정성을 사회의 지도자들에게 마지막으로 기대해본다. 

사람에게서 다친 상처는 사람을 통해서만 치유된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따사로운 햇살이 되기도 향기로운 꽃이 되기도 하지만 날카로운 무기가 되기도 한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온 국민의 상처가 무기가 되지 않도록 향기와 햇살을 전해줄 수 있는 것도 사람뿐이다. 

사회 지도층들이 이 일조차 방관자가 되어 내려다보지 말고 더 넓은 품으로 국민 개개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좋겠다. 국민들이 함께 마음껏 울고 끌어안고 얼굴 부비며 사랑과 믿음이 다시 솟아오르도록 아낌 없이 푸르고 넓은 마당을 준비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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