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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처음으로 건강검진을 하고 나서
내 몸은 참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다
2014-05-22 22:30:20최종 업데이트 : 2014-05-22 22:30:20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세정

"우리가 건강해야 애들도 잘 키울 수 있지, 당장 건강검진 받으러 가자!"
최근 회사에서 스트레스가 심한 남편이 몸이 좋지 않다면서 몇 달 전부터 건강검진을 같이 받으러 가자고 재촉하고 나섰다. 평소 같으면 건강검진 비용에 '뜨악'하며 아직 젊으니 괜찮다고 우기던 남편이었는데 계속 두통과 기타 몸에 이상반응들이 나타나는 것을 느끼면서 덜컥 겁이 난 모양이었다.
 
건강검진 전 날 저녁부터 금식을 하고 당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대장 검사를 위한 이상야릇한 냄새와 맛의 약물 2리터를 섭취하면서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머리 끝까지 치솟았고, 몸에 쌓인 노폐물을 모두 뽑아내고 나니 기운이 쭉 빠졌다. 

"건강검진이 보통 일은 아니구나. 힘이 없어서 병원도 못 가겠다."
 우리 부부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허허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병원에서 검진을 위해 함께 가운을 입고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득, 혼자였다면 참 외로웠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삼 '이래서 짝이 있는 거구나' 싶어졌다. 

설문지에 이런저런 답을 체크하면서 지금까지 건강에 아무 이상 없이 살아왔다는 사실에 부모님께 참 감사했다. 아무런 질병 없이 잘 키워주시고 기도해주시는 부모님이 있다는 것은 내게 얼마나 큰 재산인가.
이곳 저곳 초음파 검사와 조직검사, 내시경 검사를 하면서 지난 달에 건강검진을 한 부모님 생각이 났다. 

"세정아, 엄마 내일 건강검진 한다."라는 엄마의 말에 그냥 시큰둥하게 "그래요, 잘 다녀와요."하며 대답했던 내 모습이 떠올라 미안했다. 심지어 검사결과에서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됐다고 걱정하는 엄마의 말에 대뜸 "엄마는 아무튼 짜게 먹고 밥을 많이 먹어서 문제야! 약 잘 챙겨먹어요!"하고 퉁명스럽게 응수했던 내가 원망스러워졌다.

기왕이면 건강검진 받으시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격려하고 잘하셨다고 칭찬해드렸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들어서 괜히 눈시울이 붉어졌다. 좀 전에 피를 잔뜩 빼서 힘없는 팔의 반창고를 보면서 '젊은 나도 이렇게 피곤하고 힘든데 우리 엄마, 아빠는 얼마나 지치고 힘들었을까'싶어져서 맘이 아렸다.

생애 처음으로 건강검진을 하고 나서_1
건강검진 과정마다 대기하면서 씁쓸한 마음으로 앉아 있었던 내 모습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사를 하다 보니 정말 다시는 건강검진 따위 하지 않고 병에 걸리면 걸린 대로 하늘나라 가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수록, 부모님 건강검진을 별일 아닌 듯 무관심하게 흘려버린 내 자신이 미워진 것이다.

오전 9시30분에 시작된 건강검진은 오후 1시30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수고했어"
"다행이다, 우리 둘 다 건강해서"
검사 후에 상담결과는 '큰 이상 없음'이었다. 그 동안 몸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닌가 하고 내심 불안해하던 남편은 오히려 나보다 건강했다. 전문의에게 건강을 인증 받고 나니 우리 부부는 비록 내시경 검사를 하면서 맞은 마취제로 정신이 조금 몽롱하긴 했지만 기분은 하늘을 날 듯 기쁘기만 했다. 

반나절을 굶으며 속을 다 비워낸 우리는 바로 맛있는 밥을 먹자며 '맛집'을 찾아 나섰다.  같이 먹고 싶은 메뉴를 몇 가지 나열해서 둘이 통하는 것으로 정하는 과정도 꽤 큰 즐거움이었다.
"갈비탕 좋다."
여러 메뉴들 중에 함께 꼿힌 음식은 바로 '갈비탕'이었다. 

갈비탕을 먹는 동안, 서로 건강검진 후 느낀 점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이거 진짜 보통 일이 아니다. 나는 아까 피를 엄청 많이 뽑아서 깜짝 놀랐어. 초음파 검사는 또 왜 그리 길게 하는 거야? 위랑 대장 내시경 할 때 수면마취주사 맞는데 기분이 묘하더라."
"나도 초음파 엄청 오래 걸려서 짜증 났어. 위랑 대장 내시경 할 때 겁 나긴 하더라, 괜히……근데 난 확실히 애를 두 번이나 낳아봐서 그런가 예전에 비해 두려움이 확실히 줄 긴 한 거 같아."

새삼 '건강'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의사 선생님과의 면담에서 컴퓨터로 본 나의 내부 장기들의 모습이 참 낯설고 신기하기만 했다. 문득 내가 내 몸을 사랑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왠지 모를 내 육체에 대한 애정이 폴폴 생겨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일상을 살기 바빠서 자신의 몸을 들여다보거나 살피는 일이 거의 없는 것 같다. 

하물며 나는 내 얼굴에 로션 하나도 제대로 바르지 않고 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을 정도니 말이다. 고마운 나의 몸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와 감사를 생활 속에 실천해보아야겠다. 내가 내 몸을 아끼고 사랑해주지 않으면 누가 아껴주랴. 
건강검진을 통해 내 몸의 이상유무를 떠나 참 많은 생각을 얻게 되었다. 비록 비싼 건강검진비로 허리가 '휘청' 하지만, 그래도 참 고맙다. 내게 내 가족과 나의 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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