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오월 입대한 아들이 휴가를 나왔다. 아들과는 한 달 하고 이틀 만에 해후를 한 것 같다. 군에 간 아들이 집에 오니 참 좋다_1 다행이 같은 계주에 속한 다른 멤버들이 잘 뛰어 주어 아들이 속해 있던 조가 일등하게 되었다.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체육행사 마지막 순서로 장기자랑이 시작되었다. 준비 도중에 갑자기 방송이 나온다. "1호차 운전병은 지금 운전 준비해 주십시오." 라는 것이 아닌가. 아들이 장기자랑에 참가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갑자기 방송이 나와서 아들은 사색이 되어 나갔다. 그런데 조금 후에 다시 들어오는 것이다. 행정보좌관님께서 장기자랑에 나가는 것을 아셨고 부모님도 계신다는 것을 감안하여 다른 운전병으로 교체해 주었다는 것. 그래서 감사해 하면서 들어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이런 과정들이 아들에게 더 용기백배하는 행동들로 이어졌을지 모르겠다. 곡명이 궁금해서 살짝 언질해달라고 하였더니 알려주지 않는다. 아들의 순서는 세 번째였다. 발라드풍의 가요 한곡을 부르고 나서는 갑자기 경쾌한 가요로 바뀌면서 겉옷을 벗고 방독면을 쓰고 무대 위를 휘젓는 것이다. 그리고 초대한 부모들까지도 다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박수를 유도하는 장면까지 연출하였고 특이하고 재치 있는 동작이 많이 나왔는데 하루 전날 나름 고심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아들 가운데 포상휴가를 받고 싶어 하는 열망이 누구보다 간절했음을 알 수가 있었고 아들은 두 명의 병사와 함께 한 팀을 이루었는데 당당히 열 명의 팀 중 일등을 하였다. 부대에서 이런 행사를 처음 접했고 또 부모들과 함께 기쁨을 연출시키는 분위기에 정말 감동 그 자체였었다. 지금 사회 전반에 군의 위상이 떨어졌고 심지어는 군 입대를 앞둔 자식을 지켜보는 부모들의 원성은 극에 달하고 있는 이 즈음에 불미스런 일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내 아들 부대도 혹시...' 하면서 달려갔던 부대 창설기념일에 직접 얼굴을 보고 나니 안도의 한숨이 니왔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대대장님의 부모들에게 건네주는 말 한마디가 신뢰를 얻게 만들기도 했었다. 내 자식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한 법이다. 한 달이 지난 오늘 아들과 마주하는 이 순간이 꿈인지 생시인지 싶다. 나도 부모이고 내 아들은 국방의 의무를 지고 있는 현재 육군사병이지만 집에 오면 귀한 아들인 것이다. 지난 봄 남편이 키운 텃밭에서 딴 토마토, 가지, 고추 등을 이용한 반찬으로 점심을 함께 하는데 "역시 집 밥이 최고야" 하면서도 대대장님께서 자신이 없으면 혼자라도 운전 하겠다고 잘 쉬었다가 오라고 했다는 말도 했다. 군에 간 아들이 집에 오니 참 좋다_3 내일은 텃밭도 구경시키고 아들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키운 작은 결실들을 이야기 거리 삼아야겠다. 남은 6개월 남짓한 병영생활이 무사히 끝나길 빈다.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면 제대로 똑바로 확실히 하길 응원해 본다. 그래서 대한민국 이 땅에서 태어나 국방의 의무를 진 것에 오히려 감사해 하도록 지켜봐주는 것 또한 부모의 몫 아닐지. 9박10일 휴가동안 추석명절을 여러 친지들과 함께 지내면서 좋은 이야기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 끼니때마다 무엇을 만들어 줘야 하나 행복한 고민을 하는 오늘, 아들이 집에 오니 참 좋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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