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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환경이 아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만은 아니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스페셜 편'을 보며...
2014-10-03 17:12:06최종 업데이트 : 2014-10-03 17:12:06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모처럼의 공휴일 집에서 쉬면서 채널을 돌리다가 채널 한곳에 멈췄다. 일요일에 별일 없으면 시청하던 오락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이었는데 재방송인지...모르지만 그동안 방영했던 내용을 모두 모아 스페셜로 내보내고 있었다.

평상시, 가끔 보던 프로그램이여서 내가 본 내용도 드문드문 나오고, 또 봤던 내용이라 할지라도 아이들의 성장 모습을 카메라에 남은 거라 우리 애들 키울 때 생각도 나고 해서 미소가 절로 나왔다. 특히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쌍둥이 서언, 서준 형제와 사랑이, 하루의 일 년 전쯤의 모습이 나오니 마치 우리 자녀들의 어릴적 사진을 보는 것처럼 정겹고 재미가 있었다. 

그렇게 그 방송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내가 신혼 시절 우리 아이를 키우던 시절이 선명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여태껏 무심하게 이 프로그램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즐기며 보기만 했는데 오늘 그동안의 방송을 편집해서 방영하는 것을 보다 보니 정말 출연진의 집 어느 하나 빠진 데 없이 널찍한 아이들의 방과 장난감 미끄럼틀까지 갖출 수 있는 깨끗하고 세련된(?) 공간에서 쾌적한 환경을 자랑하며 갖출 수 있는 최대한의 아이들의 문화공간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물론 방송을 위해 그래도 사회적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의 가정을 섭외 했을 것이고, 유명 한 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리 만무하니 좋은 집에 살고 있는 것이 정상이고 그러다 보면 아이들에게 많은 정성과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요즘에 합류한 송도 신도시에 사는 송일국의 삼둥이 대한, 민국, 만세네 집도 카메라에 보이는 삼둥이의 집은 정말 널찍한 공간에 천지 분간 못하고 뛰어 노는 아이들의 위험을 위해 간이문을 만들어 아이들이 함부로 나오지 못하게 하여 위험을 감소시키고 있는 인테리어가 인상 깊었다.

이프로그램을 보며 두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는, 우리 애들을 키울 때의 환경이 떠올랐다. 
신혼 때의 우리가족은 경제적으로 녹녹치 못했다. 작은 평수의 서민 아파트에 방은 두개였지만 거실이 정말 좁고 부엌과 붙어 있는... 그래서 나중에는 어떻게든 아이들 보행기라도 끌게 하려고 부엌을 베란다로 불법 개조(?) 하였지만 몇 년 뒤 그 집을 다른 신혼부부가 샀을 때 그 신혼부부의 시어머니가 집을 보러 와서는 "거실이 콧구멍(?)만 하구만..." 하던 기억이 오랫동안 남아있던 작은 집이였다. 쾌적하기는커녕 연탄보일러라 아이 둘을 목욕 시키다 보면 어느덧 찬물이 나와 아이들 목욕 시키려면, 항상 여분의 물을 가스 불에 데우고 나서야 씻겨야만 했다.

그래서 부엌을 베란다로 내보내는 공사를 할 때 연탄보일러를 그 당시 유행하던 '로보트 척척' 가스보일러로 바꾸었는데 온가족이 다 씻어도 뜨거운 물이 모자라지 않고 나오는 것이 신기해서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해 하던 시절 이었다. 보일러를 바꾸기 전에는 연탄보일러가 베란다에 있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참 위험하고 나쁜공기 속에서 육아를 했구나...'하는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물론 그 시절에는 그다지 잘사는 사람도 많지 않았고... 또 애들에게 좀 더 쾌적한 환경을 못 만들어 주는 것에 대한 미안함도 없었다. 모두가 힘든 시절 이었고 부모인 우리도 최선을 다 한다고 생각 했었으니까... 공간이 협소하니 침대도 없었고, 장난감도 최소한으로, 그리고 보행기도 간신히 거실과 방문턱을 넘으며 오갈 수 있는 것에 행복해 하며 살았다. 세월이 한참 흐른 오늘날 좀 더 좋은 환경에서 키우지 못한 미안함이 밀려왔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더 좋은 환경이 사치고... 넘볼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좋은 환경이 아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만은 아니다_1
작은방에 그네를 매달고 즐거워...
,
좋은 환경이 아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만은 아니다_2
친구와 놀이터에서...

두 번째로, 든 생각은 '좋은 환경만이 아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우리 애들을 보며 부모가 좋은 환경을 제공 해야만 나중에 그것을 행복으로 여기지는 않는다는 것을 느끼고 깨닫는다.

정작 넓은 공간이 필요 했던 시절에는 집에서 놀기도 힘들어 매일 집 앞 놀이터에서 살았던 아이들이 지금은 꽤 널찍한 집이 있어도 필요성을 못 느낀다. 부모가 가난해서 못 누렸던 것을 지금 이라도 보상하고 싶건만 아이들은 아직 결혼은 안했지만 아침 일찍 나가고 오밤중에 들어오니 넓은 공간은 엄마가 청소하기만 힘든 공간이 될 뿐이다.

가끔씩 애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어린 시절, 집은 좁았지만, 매일 아빠가 놀이터에서 자전거 태워주고 그네 밀어주던 기억, 물이 차가워 엄마는 물 데우고 아빠가 꼼꼼하게 씻겨주던 기억, 다리 아프다면 아빠가 삼층 우리 집까지 업고 올라가던 추억... 이루 말 할 수 없는 행복한 추억들이 죄다 제일 가난하고 열악했던 환경 속에서 자라고 있던 시절이다.

부모는 좋은 환경과 풍족함을 자녀에게 물려주고자 바쁘게 살다보니 자녀와의 대화도 줄고 공유할 시간과 공간이 줄어드는 것이다.

단언컨대, 좋은 환경만이 아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지나고 보면 어렵고 힘든 시기라도 가족의 관심과 사랑이 아이에게 자양분이 되고 커가면서 좋은 인성을 가지게 되어 사회에 바람직한 일원으로 성장하며 또 어린 시절의 행복했던 기억은 두고두고 그 사람의 인생을 보듬어 주고 성숙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이제 자녀가 크고 나니 우리도 부모로서 최선을 다했고 더 좋은 환경에서 자라게는 못했지만 줄 수 있는 사랑은 무한히 주어서 키웠고, 그 사랑으로 인해 자녀들이 잘 성장했음에 고마움을 느낀다.

 

슈퍼맨이돌아왔다, 행복, 좋은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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