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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미칠 열정이 있다면 행복한 일이다
사진과 열정 그리고 나
2014-10-09 13:29:38최종 업데이트 : 2014-10-09 13:29:38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몇 년 전 경기도의 모 대학에서 사진 강좌를 한 학기동안 들은 적이 있었다. 처음 몇 달은 이론 수업을 했고, 무언가를 새롭게 배우는 것을 좋아하던 나는 열심히 필기를 하고 카메라를 연구하며 모르는 것을 새롭게 알아가는 기쁨을 만끽 하였다.

무언가에 미칠 열정이 있다면 행복한 일이다_1
포즈만 좋아요!

어느 정도 이론 수업이 완성되자 우리는 '출사'라는 것을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경기도 근교, 경복궁, 파주출판단지, 해이리, 등등 당일로 다녀오는 수업이었으나 마지막에는 2박3일 강원도 출사를 하게 되었다.

무언가에 미칠 열정이 있다면 행복한 일이다_2
같이 출사간 동기들 뒷모습

물론 개인사정으로 참석 못하는 학생도 있었지만 열정적인 나는 그 당시에는 아주 바쁜 직업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직장에 휴가를 내고 강원도 출사에 참석했다.

첫날은 아주 좋았다 정선의 어느 그럴듯한(메이힐즈?) 호텔에 짐을 풀고 정선 5일장과 레일 바이크, 아우라지 설다리 등을 답사하였고, 거의 관광 수준으로 사진을 찍으며 무슨 사진작가라도 된 듯 우르르 몰려다니며 셔터를 눌러 대기도 하였다. 내가 생각해도 폼은 그럴듯 했다.

저녁에는 '나의 문화유산2' 책에 나온다는 '옥산장'에 들러 정선의 명물 곤드레 밥과 곤드레 막걸리도 한잔 걸치고 숙소로 돌아와 살짝 남편과 아이들의 밥걱정을 하며 잠이 들었다.

둘째 날은 영월로 이동하여 단종 유배지인 단종어소와 청령포에 들러 사진도 찍고 석양을 보며 셔터를 눌러대며 사진 배우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행복해 했다.

무언가에 미칠 열정이 있다면 행복한 일이다_3
청령포 가는길

무언가에 미칠 열정이 있다면 행복한 일이다_4
단종 어소

아침 일찍 강원도 지역을 돌아다니느라 피곤해서, 저녁쯤에는 나 데리러 오라고 전화를 남편한테 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잠에 곯아 떨어진 것 같다.

드디어 마지막 날! 
새벽4시에 기상하여 함백산 일출을 찍으러 세수만 하고 옷을 겹겹이 껴입고 산을 올랐다. 반쯤 오르니 '내가 미쳤지, 내가 무슨 작가라고 이 짓(?)을 하고 있나?' 추위에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컴컴한 겨울산은 정말 춥고 힘들기 그지없었다. 헉헉 거리며, 오로지 일출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거지 몰골(?)을 하고서 말이다.

중요한 건 결국 날씨가 흐려 그 유명한 함백산 겨울 일출을 보지 못하고 사진도 못 찍었다는 것이다 허무하기도 한 마음으로 눈길에 미끄러져 상거지 포즈를 하고, 함백산을 내려오며 '이건 미친 짓이다! 다시는 일출 찍으러 새벽 산행은 안 하리라.' 다짐을 했다.

산을 내려와 몸에 묻은 흙을 대충 털고, 아침으로 황태 해장국을 먹었다. 평생에 먹은 황태국중에 제일 맛깔난 해장국으로 기억된다. 그만큼 힘든 새벽 산행 이었다.
늦은 아침을 먹고 정선시장에 들러 전통 혼례도 보고, 감자떡도 먹고, 곤드레나물과 각종 산나물을 사서 저녁에서야 수원에 도착했다.

힘들게 일출 사진을 찍으려고 새벽 산행을 감행한 후유증으로, 출사를 다녀온 뒤 한동안은 사진 찍어온 메모리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운 좋게 잘 나온 사진도 몇 개 있으련만 고르기도 싫고, '사진 이거 은근히 중독이라, 끊어야겠다' 싶어 멀리 하기로 마음먹고 친구한테 전화를 해서 너스레를 떨었다. 함백산 일출 찍으러 갔다 죽을뻔 했노라고!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 보면 되는 것을 작가도 아닌데 나, 뭐하고 온 거냐고! 이런게 객기인 거냐고.

친구가 한마디 해준다. "너의 그런 정신 이해하고 존경하고 부럽다. 객기 아니고 열정이다. 우리한테 열정이 남아있는 것이 행복 아니겠니?"
그때는 친구의 말이 건성으로 들렸다. 그 이후로 사진 학기가 종강이 되었고 나의 사진 찍기 열정은 조금씩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그러나 살면서 한번씩은 어딘가에 미쳐 본다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중 가장 행복하고 보람 있는 일인 것 같기도 하다. 요즘 시민기자가 되어 기사를 올리다 보니 문득 그때일이 떠오르고 생각해보니 또 그때가 행복했던 나의 열정적인 한 때로, 인생의 한순간을 장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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