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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하나의 사찰로 보여요, 그처럼 깊어져요
아무리 강팍하다해도 견뎌볼 일이다
2015-01-13 22:21:33최종 업데이트 : 2015-01-13 22:21:33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거울을 보며 산다는 것은 아침 출근길에 혹은 어느 행사장에 나가거나 누군가와 만남을 가질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삶의 거울을 비추고 사는 것이 일상에 거울보기 보다 훨씬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시민기자는 때때로 지나온 날을 보며 지금의 나를 비춰본다. 거울을 보듯이... 그때마다 사람들과의 인연도 소중하게 본다.

어제는 2012년 네팔에서 살고 있을 때 우리 부부가 살고 있는 카트만두에서 며칠간 머물고 몇 개월 머물렀던 시인이자, 화가이고 스님이신 한 분과 시인이자 목사이시며 이제 거리의 연주자로 나선 듯한 김창규 형님을 카삼 네팔레스토랑에서 다른 시간대에 만나게 되었다. 덕분에 피자껍데기처럼 생겼지만 먹으면 입맛을 당기게 하는 난을 두 차례 먹어야했다.

한 사람이 하나의 사찰로 보여요, 그처럼 깊어져요_1
굽이굽이 돌고돌아 다시 돌고돌아도 그 자리 같기만 한 네팔의 산길이다. 어쩌면 우리도 가끔은 저렇게 살때도 있는 것 같다.

세상사에 대해 깊은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네팔에서 만났을 때 함께 했던 여행을 회상하기도 했다. 나는 스님과 목사님을 야단치는 버릇없는 사람이었다. 그것도 내 집을 찾아 나의 안내를 받아 여행을 하는 여행자인 두 사람을 말이다. 두 분은 항상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자 하고 그래서 희망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 나의 고단한 삶을 바라보기 어려운 두 분은 화려한 청사진을 제시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시민기자는 단호하게 "지금 여기!가 아닌 청사진은 나를 무기력하게 하는 일 뿐이니 그러지 마십시오." 라고 말하며 불쾌한 표정으로 응대했다. 이제 두 분은 나와 깊은 인연이 되어 가끔씩 만나 찻잔을 기울이기도 하고 위로도 하고 격려도 해주신다. 그 분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내게 막연한 청사진들이 많다. 그래도 내가 그분들이 좋아 만나는 이유는 손에 잡히지 않지만 항상 불가능한 혹은 어려움에 찌들게 하지 않는 이상을 꿈꾸고 있는 분들이어서다. 

한 사람이 하나의 사찰로 보여요, 그처럼 깊어져요_2
목사님을 모시고 갔다. 룸비니에, 룸비니에서 시인의 모습을 찾아 기원했다. 화가의 갤러리에서는 화가의 벗이 되었다. 시인 김창규 목사님과 함께

내게 희망은 그런 것이다. 나는 알고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또박또박 걸어서 내가 원하는 삶을 일구어내는 길이 가장 탄탄한 길이라는 것을, 그래서 이제 모자라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가능한 것들을 꼬박꼬박 실천해갈 생각이고, 그 길에 힘겨운 이들의 손을 잡고 함께 가자는 것이다. 네팔을 여행하며 기독교와 불교로 서로 다른 두 분의 성직자에게 나는 말했다. 여러 차례 네팔을 여행하다 내게 찾아온 사색의 한 행이다. 

먼저 나는 그분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산 하나의 허리를 감아 돌며 차로 달려 세 시간, 네 시간 굽이굽이 돌아내려가고 오던 길이다. "지금 무슨 생각이 드세요?" "기겁하며 저 먼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질 것처럼 겁이 난다"고 입을 다무신다. 그리고 2~3일 후 돌아오는 길에 다시 묻는다. "지금 무슨 생각이 드세요?" "무엇인지 말 못할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고 하신다. 그때 시민기자가 답했다. "저는 이 길을 여러 차례 오가며 네팔에서는 한 사람이 하나의 사찰로 보여요. 사찰 하나가 걸어가는 듯해요. 그처럼 깊어져요."

한 사람이 하나의 사찰로 보여요, 그처럼 깊어져요_3
스님이었고 이제는 시인으로 화가로 사시는 분이다. 멀리 무엇을 찾아 보시는지 사뭇 진지하다.

걷고 또 걷고, 계곡을 둘러 다시 계곡, 또 다시 계곡에 계곡, 그리고 저 멀리 히말라야와 깊은 산과 깊은 산골짝 돌고돌고 다시 또 길과 길에 서성이는 수많은 사찰들이 보이는 거리가 네팔에 있다. 사람은 살아있는 곳마다 자신의 성역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다. 살기 힘들고 강팍하다고 해도 견뎌볼 일이다. 어제 오늘에 텔레비전 뉴스들을 보니 더없이 귀해지는 사람들 생각이 난다. 

어제 시민기자는 그렇게 귀한 두 분을 만나고 헤어졌다. 저녁에는 새로 네팔이주민여성노동자 쉼터를 찾아온 한 사람의 노동자를 만났다. 오늘은 전라북도와 용인에서 두 사람의 이주민여성노동자가 쉼터를 찾아 취직할 때까지 머무르기 위해 온다고 연락이 왔다. 나는 얼마전 취직한 아내의 퇴근길에 쉼터를 찾아온 여성을 맞이하기 위해 네팔인 람타파 형님이 운영하는 매산시장 가게를 찾았다. 

한 사람이 하나의 사찰로 보여요, 그처럼 깊어져요_4
거리의 악사가 되어가는 시인 김창규 목사 그리고 꺼허르만, 새로 입주하는 네팔인이주노동자 여성과 람타파 형님 가게에서

그때 람타파 형님께서 동전의 앞뒷면 맞추기로 삼겹살 내기를 하자고 해서 응했다. 재미삼아 하는 내기인데 내가 이겼다. 초면인 이주민여성노동자와 람타파 형님 부부, 그리고 우리 부부가 어울려 공짜 삼겹살에 소주, 맥주를 곁들여 마시며 편안한 저녁 식사를 대신했다. 
아내는 오늘 전라북도에서 찾아온 이주민여성과 어제 온 쉼터 식구와 조촐한 파티를 한다고 전화를 걸어왔다. 여기 저기 식구들이 함께 있다고 생각하니 모두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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