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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것에만 정을 느끼는 것은 아니구나!
9년을 함께한 애마를 떠나보내며...
2015-01-17 17:59:42최종 업데이트 : 2015-01-17 17:59:42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몇 년 전이던가? 남편의 아는 이가 전라남도 진도에서 순종 진돗개를 2마리 보내 준다는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 시골에 집에서 키우면 좋겠다 싶어 고맙게 받겠노라 사례비와 함께 강아지를 보내는데 드는 비용까지 송금하고, 보내 달라고 부탁을 했다. 
다음날 진정제 주사를 맞은 아기 강아지 2마리가 귀여운 강아지 바구니와 함께 순종 진돗개 보증서까지 황금색 봉투에 넣어진 채로 집에 도착했다.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다. 시골 형님네서 별로 강아지를 키우고 싶지 않아 하시는 데다가 강아지 두 마리가 진도에서 오느라 심하게 멀미를 했는지 토하고 비실비실 하기에 동물병원으로 데려 갔다. 
상태가 위험하다면서, 여러 가지 주사와 안정을 취하고 나니 의료보험도 안 되는지라 사람이 응급실에 실려 간 비용보다 더 많은 비용이 나온 것이다. 
우리 집은 아파트 인지라 키울 수 없고 할 수 없이, 키울 수 있는 집을 물색했다. 가까운 곳에서 공장을 하고 계시는 바로 밑의 시동생 댁에서 공장에서 키워 보겠노라 데려간다는 말에 병원비며 사례비며 이미 많은 돈을 지불하게 된 나는 내심 골칫거리를 치우는 심정으로 강아지 두 마리를 시동생네로 보냈다. 

시동생 내외는 동물을 참 좋아하는 집이고 두 조카들 까지 스마트 폰에 강아지 사진으로 도배할 정도로 강아지를 예뻐하는 집이었다. 
매일 커가는 모습을 사진을 찍어 보내주며 우리도 가끔씩 밖에 시켜먹지 않는 치킨을 일주일에 몇 번씩 시켜 준다는 말에 유난을 떤다며 "개 팔자가 상팔자구먼!" 하고 빈정거리면 "형님! 얼마나 예쁜데 그러세요?"하며 너스레를 떠는 동서를 보며' 시골 형님 댁보다 그 집에 보내 준 일이 바쁘신 형님께도 잘된 일이고 강아지들에게도 백번 잘한 일이라며 내심 안심했다. 

그 집으로 간 두 마리의 진돗개 중 한 마리인 수놈은 윤기가 나는 하얀 털이 마치 사자 털 마냥 출중한 외모를 자랑하는 반면 또 다른 한 마리인 암놈인 진돗개는 그다지 수려한 외모는 아니고 진돗개처럼 포스가 없다며 수놈인 백구를 모두 다 탐낸다는 것이다. 
공장 마당에 CCTV를 설치하고, 금이야 옥이야 키우더니 어느 날 그 백구를 잃어버리고는 시동생이 그렇게 서운해 하고 급기야 병까지 얻은 일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 마음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힘들었다. 

살아있는 것에만 정을 느끼는 것은 아니구나!_1
애마를 떠나보내며 아쉬워하다.

오늘 남편이 4년간 몰았고 내가 물려받아 5년간 몰았던 차량을 중고차로 떠나보냈다. 
이유는 그다지 새 차 욕심을 내지 않는 나는, 매번 남편이 새 차를 사면 남편이 타던 남편 성향의 차를 물려받아 타는 지라 어느덧 새 차보다는 남편이 어느 정도 길을 내고 흠집이 어느 정도 있어야 마음이 편하고 어렵지 않게 운전을 하는 습관을 들였다. 
그다지 먼 지역을 다니지 못하고 수도권에서만 운전을 하는 나로서는 좋은 차가 필요 없고 차에 대해 속 썩을 일도 없어 애들이 말하는 똥차를 애마처럼 여기며 5년간 정을 키웠다. 

남편이 자신의 차량을 사용하지 않고 세워두는 일이 많다보니 오히려 자동차밧데리가 방전된다. 할 수 없이 다시 내가 남편차를 물려받게 되어, 마침 보험도 만료되어가고 여행계획도 잡혀있어 이참에 내차를 중고차로 처분하게 되었다. 
물론 똥값에 말이다. 가격이 문제가 아니었다. 생명이 없는 차라도 운전이 미숙한 나를 무사고로 안전하게 지켜주었고 간혹 주차하다가 흠집을 내어 아프게 하여도 잔 고장 없이 속도 썩이지 않고 동행을 해준 애마(?)라서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막상 팔기로 마음먹으니 자동차보험 만기 전에 여행가기전 홀가분하게 해결하고 가려햇다.
말 한지 하루 만에 경매 차 시장에서 탁송기사를 보냈다. 작별의 마음을 굳히기도 전에 시간이 촉박하여 차량에 있던 물건을 치우고 나니 지하 주차장으로 탁송기사 아저씨가 오셨다는 전화벨이 울려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나에게 없는 '아들 군대 보내는 마음'(?)처럼 가슴한쪽이 썰렁하다. 

기사 아저씨에게 키를 건내며 "서운하네요! 사고 없이 타던 차인데 남한테 간다니!" 하고 말하니 시동을 거시면서 "마지막으로 사진이나 한방 박으세요!"하시며 껄껄 웃으신다. 
아저씨 눈에도 내가 서운해 하는 것이 역력해 보여 위로의 말을 하신 것이다. 나도 불현듯 나의 애마를 사진으로 한 장 남겨놓고 싶어 아저씨가 탄 사진을 후레쉬를 터트리며 스마트폰으로 한 장 찍었다. 

"가겠습니다! 좋은 사람이 다시 탈거예요!"하시며 손을 흔들어 주시며 기사 아저씨는 출발한다. "조심히 운전해 가셔요! 기름도 많이 남겨 두었으니 따뜻하게 하고 가시구요!"하고 한참을 지하 주차장에 서 있었다. 
시동생 내외가 예뻐하던 진돗개를 잃어버리고는 몸이 아프기까지 하고, '현상금 일백만원'이라는 전단지를 만들어 붙일 때는 사실 이해를 잘 못했다. "서방님, 다시 진돗개 구해 줄테니 그 백구는 잊으세요!" 냉정하게 쏘아붙인 일이 있다. 

오늘의 내가 딱 그 심정일까? 키우던 뭐를 잃어버린 양 저녁 내내 머릿속을 맴돌며 같이한 추억들이 생각난다. "살아있는 것에만 정을 느끼는 것은 아니구나!"라고 자녀들에게 말하며 너희들도 엄마 차를 똥차라고 놀렸지만 너희들 많이 태우고 다녔는데 서운하지? 하고 공감을 얻고자 해도 나만큼은 아닌가보다. 새 물건 보다 헌것을 좋아하고 겉치레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나에게 딱 어울리는 그런 차 였는데... 어디 가서든지 새 주인에게도 속 썩이지 말고 안전하게 지내길 빌어본다.

중고차, 애마, 진돗개, 박효숙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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