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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웃과 더불어 사는 기쁨 "나 이사 안갈래요"
2015-09-20 16:58:04최종 업데이트 : 2015-09-20 16:58:04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세정
좋은 이웃과 더불어 사는 기쁨 나 이사 안갈래요_1
좋은 이웃은 어느 날 문득 위를 올려다봤을 때 눈과 마음을 맑게 해주는 하늘처럼 일상을 살맛나게 해주는 존재들이다.

'딩동'
"누구세요?"
2주전 주말에 있었던 일이다. 남편과 두 아이는 캠핑을 가고 나는 이제 생후 한달 된 아가와 단둘이 한적한 주말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앉아 평소 보고 싶었던 영화를 컴퓨터로 다운받아 보며 낄낄대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201호예요~"
인터폰을 보니 옆집 아주머니셨다. '무슨 일일까? 최근에 우리 집 애들이 너무 시끄러워서 힘드셨나? 아기 우는 소리가 불편해서 오신 걸까?' 찰나의 순간에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기를 안고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어 먼저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아니, 셋째 아기 낳았다면서요?"
"아,네~"
옆집 아주머니는 내 품에 안긴 아기를 보시면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축하해요!"
이게 웬일인가, 축하한다는 인사와 함께 기저귀 한 팩을 건네주시는 게 아닌가?
 
"어머, 감사합니다."
"아기 낳은 지 좀 됐다면서요? 그것도 모르고 인사가 늦었네. 힘들 텐데, 아기 잘 키워요."
평소에 그냥 인사만 하고 지내던 옆집 이웃에게 생각지도 못한 출산 선물을 받으니 송구스럽고 감사했다. 좀 전에 조마조마하며 문을 열었던 내 모습이 떠올라 더욱 가슴이 뭉클해졌다. 예전에는 이웃이 사촌보다 가깝다고 했지만, 지금은 가장 조심하고 배려해야 하는 상대가 바로 '이웃'이기에 먼저 찾아오면 행여 우리가 무슨 불편을 드린 건 아닌지 조바심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선물해주신 기저귀를 찬찬히 바라보며, 마트에서 일부러 기저귀 코너에 들러 우리 아가의 태어난 날을 헤아리며 적당한 크기의 기저귀를 꼼꼼히 살펴보고 고르셨을 아주머니 모습을 상상하니 감사한 마음이 더욱 진하게 밀려왔다. 새삼 우리 옆집에 이렇게 좋은 이웃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뿌듯하고 행복해졌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빌라 이웃에 대한 고마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8살, 5살 두 아이는 집에서 하루에도 몇 번이나 옥신각신하고 천방지축 뛰어댄다. 안방에 누워서 거실에서 뛰는 아이들 소리를 들으면 엄마인 나조차 머리가 울리고 화가 나는데 아랫집은 오죽할까 싶어 죄송스러운 마음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아랫집은 단 한번도 싫은 내색을 하거나 쫓아 올라오신 적이 없다. 널리 이해해주시고 양보해주시는 그 마음을 너무 잘 알기에 아이들을 더욱 주의시키지만 쉽지 않다. 
 
이 집으로 이사오기 전에 살던 빌라에서는 아이들이 걷기만 해도 아랫집 할머니께서 바로 올라오셔서 호통을 치셨다. 자신들은 1층에 살고 있어서 주위에 전혀 피해를 줄 일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위풍당당함으로 '그렇게 뛰고 살 거면 당신들도 우리처럼 1층을 찾아서 살아야 하지 않았겠냐'는 암묵의 충고를 품고 달려오셨다. 하지만, 우리는 아랫집에서 올라오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큰 대화소리, 손녀딸의 피아노 치는 소리, 새벽이면 안방을 울리는 할아버지의 코고는 소리까지 모두 참고 지냈다. 
 
어디 그뿐인가, 시도 때도 없이 아래 창가에서 담배를 태우시는 할아버지의 담배연기를 거실 창문을 열어놓고 지낼 수밖에 없는 더운 여름철에는 속수무책으로 모두 들이마실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랫집처럼 일일이 쫓아가 따지고 싶지 않았다.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이웃이고 어른들인데 서로 날이 서서 지내는 건 우리 아이들 보기에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집에서 보내는 모든 시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게 층간 소음으로 벌어진 도시에서의 이웃관계는 우리를 도시보다 한적한 외곽으로 나오게 하는 계기가 됐다. 
 
전원주택을 알아봤지만, 좀처럼 물건이 없어서 포기하고 또다시 빌라로 가야 한다면 꼭 1층을 가야 한다고 이를 악물었지만 1층은 좀처럼 나오지 않아서 결국 지금의 3층으로 이사 오게 되었다. 이사오기 전, 꼭 좋은 이웃을 만나게 해달라고 얼마나 기도하고 바랐는지 모른다. 지난 2년동안 아랫집과 신경전을 하고 얼굴을 붉히며 살았던 게 가슴에 돌덩이처럼 응어리져서 더 이상은 그런 일상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다행히 기적처럼 아랫집에 너무 좋은 이웃을 만나서 엄청난 배려를 받고 지내고 있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301호예요."
오늘 아침, 다가오는 추석을 맞아 선물세트를 들고 아랫집 초인종을 눌렀다.
"어서 와요!" 5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아랫집 아주머니께서는 얼른 문을 여시더니 밝은 목소리로 맞아주셨다.
"선물 드리려고요~ 별거 아닌데 저희 항상 많이 시끄러운데 이해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아이고, 무슨……맨날 이렇게 받기만 해서 어떡해?"
"아닙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최근에 유난히 애들이 많이 뛰어서 혹시 많이 화나 계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기분 좋게 맞아주시고 빈말일지 몰라도 괜찮다고 말씀해주시니 너무 감사했다. 
 
"저희 엄마가 갖다 드리래요."
이른 아침부터 101호에 사는 큰 아이 동갑내기 친구가 밤을 들고 왔다.
"그래, 잘 먹을게. 고마워~"
1층, 2층을 지나 우리 집으로 오르는 계단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맘씨 좋은 이웃들이 곁에 살고 있음이 우리 집을 세상에서 가장 안락한 곳으로 느끼게 해준다. 나 역시 우리 이웃들에게 좋은 이웃이 되어 편안함과 흐뭇함을 선사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 든다. 
 
"동서, 우리 이 근처에 땅 사서 같이 집 지어요."
근거리에 살고 있는 형님이 엊그제 전화 왔다.
"집이요? 글쎄요……저희는 지금 살고 있는 빌라가 너무 만족스러워요"
전원주택을 새로 짓는 꿈도 잊게 해주는 우리 빌라의 이웃들, 내가 살 맛나게 해주는 참 좋은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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