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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 명절을 보내며 얻은 깨달음
다음 명절이 기다려진다
2016-02-12 14:34:51최종 업데이트 : 2016-02-12 14:34:51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세정

설 명절을 무사히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올해는 그래도 연휴가 길어서인지 시댁으로 내려가는 길이 평소보다 훨씬 원활했다. 세 아이를 자동차에 태워 장거리 운행을 하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다행히 이제 갓 7개월이 된 막내 아이는 시댁으로 출발하기 전 든든히 배를 채운 후에 앞자리 카시트에 앉혔더니 도착할 때까지 얌전히 있어주었다. 하지만 올라오는 길에는 내내 보채고 울어서 뒤에서 아이 셋을 돌보며 가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

시댁에 내려가니 어머니는 미리 음식을 이것저것 해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식혜, 한과, 토종 닭, 잡채, 떡 등등. 먹을 때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찬찬히 잘 들여다보면 보통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 게 아니다. 특히 토종닭은 어머니가 키우던 닭을 직접 잡아서 해주시는 것인데 어찌나 날쌔고 힘이 센지 매번 잡을 때마다 종종 걸음으로 쫓다가 죽을 힘을 다해 순간적으로 숨통을 끊어야 하는 고생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막상 먹는 우리들은 질기다며 난색을 표하기 일쑤이니 닭을 잡고 또 그 닭을 손질하고 삶아내느라 애썼을 어머니의 정성과 비례할만한 보람을 느낄 여지가 전혀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어디 그 뿐 인가. 오는 내내 길 위에서 지쳤던 피로를 푸느라 아들과 며느리, 손자들은 좀처럼 몸에 시동을 거는 게 힘들다. 자녀들이 오면 기분 좋게 어울릴 생각으로 잔뜩 기대에 부풀었을지 모를 부모님은 그런 자녀들의 잠자리가 불편하지는 않을까 집이 추워서 힘든 건 아닐까 전전긍긍이다. 
사실, 명절이라고 해서 특별한 게 뭐가 있겠는가. 그저 가족이 함께 모여 삼시세끼를 함께 먹는다는 것 정도의 의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빠르고 바쁜 일상을 보내느라 정신 없는 우리들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뭉쳐 같이 밥을 먹고 한 공간에서 하릴없이 느긋하게 보내는 명절은 그 자체만으로도 참 특별한 것이다.   

이번 설 명절을 보내며 얻은 깨달음_1
명절은 가족간에 마음의 문을 여는 시간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이 시간을 통해 서로의 얼굴을 가까이 마주하며 자연스레 일상 안부를 엿볼 수 있게 된다. 한 때는 '명절이라고 해봐야 특별히 하는 일도 없이 그냥 빈둥빈둥 티비나 보고 먹을 거나 먹고 마는데 이토록 피곤하게 지내야 할까?'라는 생각을 품었다. 그런데 문득 이번 명절에 그렇게 특별하지 않은 명절 속에 담긴 특별함을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명절이 아니라면 언제 우리가 함께 이렇게 호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명절이 아니고서야 언제 이렇게 각자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넉넉히 시간과 공간을 내어줄 수 있을까? 새삼스레 일년에 두 번인 명절이 고맙다. 이런 날이 없었다면 어쩌면 서로 사는 일이 바빠 일정을 새로 잡고 날짜를 맞추는 번거로움으로 일년에 한번 얼굴 보는 것도 힘들었을지 모른다. 그러니 국가적으로 공공연하게 쉬고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당연한 이 명절이 고마울 수 밖에.

아들, 며느리, 손자들의 세배를 받고 기뻐하시는 시부모님의 얼굴을 보는데 작년보다 한층 더 많이 늙으신 듯 했다. 아버님의 머리는 작년보다 훨씬 더 많이 하얀 빛이 돌았고 어머니의 피부와 머리 결도 작년에 비해 훨씬 푸석하고 주름진 모습이다. '이렇게 세배 드릴 수 있는 날이 그리 많이 남아있는 건 아니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시댁에서 설을 보내고 친정집으로 향했다. 친정 어머니도 우리가 먹을 음식들을 풍성히  준비해놓으셨다. 딸과 사위가 멀리 갔다 돌아오니 조금이라도 편히 쉴 수 있도록 집 안 곳곳을 쾌적하게 치우느라 며칠을 고생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평소 두 분이 편안하게 누렸을 공간이 딸과 아들 내외, 그리고 손자들로 가득 채워져 불편하실텐데도 기꺼이 기쁘게 감내하시며 우리들이 편안한 잠자리를 정한 후에 남는 공간에서 대충 주무시는 모습에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그렇게 이번 설 명절은 내가 받은 헌신과 사랑에 대해 평소보다 많이 느끼고 생각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시댁과 친정 부모님, 형제들에 대한 고마움이 가슴 속에 진하게 남아있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벌써 다음 추석 명절이 기다려진다.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명절은 참 좋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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