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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을 무사히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올해는 그래도 연휴가 길어서인지 시댁으로 내려가는 길이 평소보다 훨씬 원활했다. 세 아이를 자동차에 태워 장거리 운행을 하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다행히 이제 갓 7개월이 된 막내 아이는 시댁으로 출발하기 전 든든히 배를 채운 후에 앞자리 카시트에 앉혔더니 도착할 때까지 얌전히 있어주었다. 하지만 올라오는 길에는 내내 보채고 울어서 뒤에서 아이 셋을 돌보며 가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 ![]() 명절은 가족간에 마음의 문을 여는 시간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이 시간을 통해 서로의 얼굴을 가까이 마주하며 자연스레 일상 안부를 엿볼 수 있게 된다. 한 때는 '명절이라고 해봐야 특별히 하는 일도 없이 그냥 빈둥빈둥 티비나 보고 먹을 거나 먹고 마는데 이토록 피곤하게 지내야 할까?'라는 생각을 품었다. 그런데 문득 이번 명절에 그렇게 특별하지 않은 명절 속에 담긴 특별함을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명절이 아니라면 언제 우리가 함께 이렇게 호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명절이 아니고서야 언제 이렇게 각자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넉넉히 시간과 공간을 내어줄 수 있을까? 새삼스레 일년에 두 번인 명절이 고맙다. 이런 날이 없었다면 어쩌면 서로 사는 일이 바빠 일정을 새로 잡고 날짜를 맞추는 번거로움으로 일년에 한번 얼굴 보는 것도 힘들었을지 모른다. 그러니 국가적으로 공공연하게 쉬고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당연한 이 명절이 고마울 수 밖에. 아들, 며느리, 손자들의 세배를 받고 기뻐하시는 시부모님의 얼굴을 보는데 작년보다 한층 더 많이 늙으신 듯 했다. 아버님의 머리는 작년보다 훨씬 더 많이 하얀 빛이 돌았고 어머니의 피부와 머리 결도 작년에 비해 훨씬 푸석하고 주름진 모습이다. '이렇게 세배 드릴 수 있는 날이 그리 많이 남아있는 건 아니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시댁에서 설을 보내고 친정집으로 향했다. 친정 어머니도 우리가 먹을 음식들을 풍성히 준비해놓으셨다. 딸과 사위가 멀리 갔다 돌아오니 조금이라도 편히 쉴 수 있도록 집 안 곳곳을 쾌적하게 치우느라 며칠을 고생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평소 두 분이 편안하게 누렸을 공간이 딸과 아들 내외, 그리고 손자들로 가득 채워져 불편하실텐데도 기꺼이 기쁘게 감내하시며 우리들이 편안한 잠자리를 정한 후에 남는 공간에서 대충 주무시는 모습에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그렇게 이번 설 명절은 내가 받은 헌신과 사랑에 대해 평소보다 많이 느끼고 생각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시댁과 친정 부모님, 형제들에 대한 고마움이 가슴 속에 진하게 남아있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벌써 다음 추석 명절이 기다려진다.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명절은 참 좋은 시간이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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