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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사랑하며 살아야지
사랑의 결실을 위한 인내의 시간
2016-02-22 16:12:02최종 업데이트 : 2016-02-22 16:12:02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세정

"수린이 반 친구 아빠가 있는데 계속 속이 안 좋아서 병원 가서 검사 받았는데 글쎄 간암 말기래. 간암 중에서도 희귀암이라서 완치가 어렵다네. 하루 아침에 시한부 인생이 됐지 뭐야."
오랜만에 친구 집에 세 아이를 데리고 놀러 갔다가 친구에게 들은 얘기였다. 친구도 나도 세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며 늘 카톡으로 밥은 먹었니? 오늘 하루를 어떠니?하며 육아의 힘든 일상을 나누며 지낸다. 

우리 둘 다 매일 애들 돌보고 살림하느라 정작 내 입으로 들어갈 끼니는 제 때에 챙기지 못하는데다 잠도 늘 부족해서 만성피로 상태이다. 친구는 이렇게 힘든 하루지만 그런 거보면 우린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이니 매 순간 사랑하며 살아야겠다고 말했다. 

요즘 남편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밤에 출근해서 아침에 들어와서 남편의 끼니와 대낮에 자는 남편의 숙면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살림을 해야 해서 여간 힘이 든 게 아니다. 더군다나 방학인 큰 아이 챙기기, 6개월 된 막내 아이 돌보기로 정신이 없다. 
남편의 업무시간이 바뀌어서 새로운 생활패턴에 적응까지 해야 하니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막내아이는 부쩍 낯을 많이 가려서 엄마만 찾는다. 종일 업고 안고를 반복해야 하니 어깨와 허리 욱신거림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어느덧 불평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를 위한 밥 한끼 먹을 시간은커녕 편안히 앉아있을 단 10분의 시간도 없음을 깨닫고 눈물이 핑 돌았다. 이제 갓 7개월된 막내 아이를 어린이 집에 보내는 게 최선일까 고민이 되기도 했다. 이렇듯 심신이 지치고 힘든 상태에서 들은 누군가의 뜻하지 않은 아픔은 나에게도 새로운 깨달음이 됐다. 
'그래, 어찌됐든 우리 가족들이 모두 건강하구나. 아무 탈 없이 잘 살고 있구나…'

 

매 순간 사랑하며 살아야지_1
아이들이 하루하루 배우며 자라가듯 나도 그렇게......

너무나 당연시 하는 이 시간들 속에서 나는 계속 내가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으로 단정짓고 불쌍히 여기며 나약해지려고만 했다. 하지만, 돌아보면 나보다 힘들고 어려운 중에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람들이 참 많다. 

"엊그제 인간극장 봤어? 아이가 다섯인 30대 초반 엄마의 엄마가 위암 말기에 걸린 이야기인데 너무 맘 아프더라. "
요즘 세 아이 키우느라 체력도 마음도 너무 지쳤다는 나의 얘기를 듣고 교회 권사님께서 해주신  말씀이었다. 난 셋 키우는데도 이렇게 힘든데 아이 다섯에다가 위암 말기까지라니 생각만해도 가슴이 미어졌다.
'그래, 내가 너무 나약해졌었구나……'

아침에 들어와서 눈도 빨갛고 어깨도 축 쳐진 남편이 눈에 들어왔다. 남편도 나 이상으로 애쓰며 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신은 일하러 나가면 그만이고 돈이라도 벌어오니까 유세를 떨 수 있어서 좋겠다고 나는 매일 티도 안 나는 집안일에 아이들 케어에 얼마나 힘든지 아냐고 불평을 늘어놓곤 했는데… 남편 역시 아직 너무 어린 아이들과 아내가 있는 가정을 넉넉히 꾸려가기 위해 늘 몸을 아끼지 않고 갖은 고민을 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나만큼이나 애처로운 존재다.  

가만 보니 우리 가족 중에 누구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다. 막내인 아기조차 하루하루 커가느라 고생이 많다. 어제는 혼자 앉아보려 애쓰다가 실패했는데 오늘 보니 제법 혼자 앉을 줄 안다. 그러기 위해 얼마나 갖은 몸부림을 하며 안간힘을 썼던가. 할 일 많아 울어도 제 때 안아주지 않는 엄마 때문에 울음소리는 날로 커지고 있다. 
둘째 딸도 동생이 울면 가서 달래고 안아주고 엄마가 혼내면 서운해서 울고불고 하다가도 다시 달려와 엄마에게 안기곤 한다. 매일 밤 자기 전에 오줌을 싸버릴까 걱정하며 간절히 기도를 하며 스르르 잠이 든다. 큰 아이는 가장 큰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엄마의 심부름을 도맡아 해야 할 뿐 아니라, 두 동생을 돌보며 엄마가 지치고 힘들어 보이면 얼른 눈치껏 움직여야 엄마의 혼쭐을 면할 수 있다.  

엊그제 너무 힘들다고 펑펑 우는 엄마를 보면서 여덟 살 큰 아이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작은 아이도 엄마 곁에 와서 엉엉 울었다. 지금은 나를 세 아이 엄마로 새롭게 단련하는 시간이구나 싶지만 이 시간이 참으로 혹독하게 느껴져서 서글픔이 밀려오는 요즘이다. 어느덧 다 큰 첫 아이를 보면 내가 언제 이렇게 다 키웠지 싶다. 언젠가 막내 아이도 그렇게 느낄 날이 올 거라 생각하니 지금 이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지 알 것 같다.  

부디 내가 주어진 상황과 일상에서 못 가진 것을 한탄하기보다는 가진 것에 감사하며 매 순간 긍정의 마음으로 사랑하면서 살 수 있기를 바라본다. 당장 모두 놓아버리거나 버릴 수 없다면, 피할 수 없다면, 마인드 컨트롤하며 마음의 힘을 기르는 방법 밖엔 없음을.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사랑하는 내 가족과 함께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내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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