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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식 개선 위해 점자를 배우다.
수원 평생학습관 '휴대용점자교구(볼로기) 활용 강의'를 듣고
2016-05-17 07:21:20최종 업데이트 : 2016-05-17 07:21:20 작성자 : 시민기자 강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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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이가 들어서이기도 하지만 스마트폰을 많이 보다보니 점점 눈이 침침해져 옴을 느낀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내가 시력을 잃을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갑자기 앞을 못 보게 된다면?이라고 생각하면 두려움이 앞선다. 아직 어린 아기의 크는 모습도 못 보겠거니와 당장 핸드폰 문자를 보내거나 집을 나서는 일부터 많은 일들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시각장애인들이 살기에 많은 것들이 불편하겠구나 싶다. 지난 5년간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경제 강의를 해오던 수원시 '라온경제협동조합'에서는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없는 세상을 꿈꾼다는 모토로 '장애인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 중 하나로 수원시 예비사회적 기업인 '소셜코어'와 협약하여 소셜코어에서 개발한 비장애인을 위한 휴대용 점자교육교구인 볼로기를 배포하고 활용법을 교육한다. 지난 16일 월요일에 수원 평생학습관에서 볼로기 활용 교육이 있다 하여 다녀왔다. ![]() 장애인식개선 프로젝트. 라온경제협동조합의 김은선 이사장이 나선 이 강의에서는 먼저 시각 장애인들의 불편함과 사회적 차별에 대해 설명했다. 한 예로 음료수캔을 보면 우리는 글씨나 색깔, 크기를 보고 어떤 음료든지 선택해서 마실 수 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의 경우 색이나 글씨를 볼 수 없어 캔 뚜껑에 적힌 점자를 읽어 음료수를 고를 수 밖에 없는데, 놀랍게도 음료수캔에 적힌 점자는 한결같이 '음료'라는 글자다. 즉, 종류를 선택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 점자교육중인 김은선 라온경제협동조합 이사장. 우리는 보통 1차적으로 시각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게 되는데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서 이런 불편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다 생각하니 놀랍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다른 예로 시각장애인들이 안내견을 데리고 가는 사람들을 보면 도와주려고 말을 건다든가, 개에 관심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훈련받은 개가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다고 하니 가급적이면 개에게는 아는 척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설명도 들었다. 이렇게 우리 주위에 알게 모르게 장애인들을 불편하게 하는 요소가 많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어 점자 교육이 이어졌다. 처음엔 암호를 위해 사용되던 점자가 프랑스의 맹인학교에 다니던 브라이유라는 사람에 의해 비로소 시각장애인을 위한 언어로 발전하였고, 우리나라에는 1920년대 박두성 선생에 의해 '훈맹정음'이라는 한글 점자가 도입되었다고 한다. 시각장애인들이 한글을 배울 수는 없지만, 비장애인들이 점자를 배우기는 쉽다. 김은선 강사는 '점자를 배우는 것은 외국어를 배우는 것과 같습니다. 하나의 언어를 더 습득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한다. 하나의 언어를 더 배움으로서 그만큼 소통의 장을 넓힐 수 있는 것이다. 점자에는 세로 3개 가로 2개인 6개의 점이 모여 한 칸이 되는 구조로 한글과 같이 초성, 중성, 종성과 자음, 모음으로 나누어져 있다. 숫자는 수표 표시를 앞에 따로 하여 숫자가 시작됨을 알리고 영어도 마찬가지로 영어가 시작됨을 알린다. 숫자나 영어가 끝나면 끝에는 끝이라는 표시를 한다. 자주 쓰이는 '가,나,다....하'까지의 몇가지 단어는 약어가 있어 숙지해두면 칸을 더 적게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글로는 5자인 '누구나학교'를 점자로 쓰면 11칸, 약자를 이용하면 9칸으로 줄일 수 있다. ![]() 볼로기 체험. 볼로기를 나눠 받고 각자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써 보았다. 점자로 표현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재미있기까지 했으나, 숫자나 영어를 쓸 때는 일일히 시작과 끝을 알려야만 하는 불편함이 있다. 숫자 중간에 기호라도 쓸라치면 수표-숫자-기호-수표-숫자의 순서로 써야 하니 불편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 문장을 쓰려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다. 쓰는 것이 이리 불편한데 한 자 한 자 읽어내는 것은 또 얼마나 힘든 일일까 생각하니 장애인의 불편이니 차별이니 하는 설명을 듣지 않아도 절로 우리가 참 모르고 살았구나 느끼게 된다. 강의 말미에는 앞으로 '소셜코어'와 '라온경제협동조합'이 볼로기를 활용하여 할 일들을 소개해 주었다. 이 중에는 책을 만들거나, 가구에 점자 이름 새기기, 달력제조 등 많은 일들이 포함되어 있다. 김은선 강사는 요즘 가장 두려운 단어가 '황반변성'이라며 누구나 예비 장애인이고 불시에 장애를 가지게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전에 우리가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고 덧붙이며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손을 맞잡은 '웃음'이라는 로고를 보여주었다. ![]() 차별없는 세상에서 함께 웃음을. 이 교육을 통해 장애인들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어 교구를 개발하고 무료로 배포해 준 기업에 고마운 마음까지 든다. 점자를 배운 비장애인들이 교구를 가지고 협동으로 책을 번역하거나 점자 스티커를 만들어 곳곳에 점자가 없어 불편한 곳에 붙여주는 자원봉사도 가능할 것도 같고 아이들에게는 더없는 교육이 되지 않을까. 앞으로 라온협동조합처럼 장애인식개선을 위한 사업이 많아져서 비장애인들이 장애에 대해 제대로 된 인식을 갖고, 알게 모르게 생기는 차별을 줄여나가길 바란다. 돌아오는 토요일에는 수원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기아자동차 10가족을 대상으로 한 볼로기 체험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볼로기 구입이나 활용교육에 관한 문의는 raonecono@naver.com 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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