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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혼례식이 이렇게 신나고 아름답다니!
2016-06-26 02:59:57최종 업데이트 : 2016-06-26 02:59:57 작성자 : 시민기자   김윤지

"이 친구 드디어 시집간다!"
고등학교 방송반 시절 3년을 함께 했던 친구들이 다 결혼하고 마지막 남은 한 친구의 결혼소식이 들려왔다. 가장 먼저 결혼한 친구는 이제 초등학교 1,3학년 학부모가 되어 있는데 이제야 결혼한다니 늦기도 참 늦었다. 아주 가끔 모임을 가질 때마다 싱글이라 그런지 아줌마들의 대화에 끼어들지 못하면서 연락하는 횟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었지만 내 인생에서 제일 재미있었던 고등학교 시절의 주인공들이라 늘 소식이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반가운 결혼소식을 들려주다니!

방송반 동기의 마지막 결혼식이라 그런지 기대가 되기도 했었는데 이 친구 왈, 그 흔한 웨딩 촬영도 안 했단다. 주례도, 축가도 따로 알아보지도 않고, 예비 신부들이라면 가장 주목 받는데 일조하는 하얀 웨딩드레스조차 고르지 않는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얀 드레스을 입은 웨딩 촬영 사진도 없으니 모바일 청첩장도 없다고 한다. 무슨 비밀결혼이라도 하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결혼식. 바로 전통 혼례를 하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알잖아, 나 옛날부터 전통혼례하고 싶어했던 거. 마지막으로 결혼하는데 평생 소원 이뤄보고 싶었지. 한복까지 입고 올 필요는 없고 편하게 와." 고등학교 때 그냥 꿈꾸듯 말했던 친구의 소원이 실제로 이루어질 줄이야. 그동안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이 비슷비슷한 결혼식에 지루함을 느꼈던지라 이번 친구의 결혼식 어느 때보다 궁금하고 기다려졌다.

오후 3시 서울에서 열리는 결혼식에 가기 위해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일단 친구들과의 편안한 수다를 위해 미안하지만 아이 둘을 신랑에게 맡기고 출발했다. 수많은 결혼식을 다녀보았지만 전통혼례를 처음이라 전혀 머리 속에 짐작도 되지 않아 기대가 컸다. 입구를 따라 들어가니 저잣거리 비슷한 분위기가 물씬 풍겨왔다. 과거의 모습을 짐작하게 하는 저잣거리가 지나자 저 멀리서 흥겨운 우리가락이 들려온다. 결혼식 시간이 아직 남아 있는데도 사람들은 혼례장 마당에서 열리는 사자탈춤구경을 하면서 잔치 분위기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일반 결혼식이라면 시작 전에 신부대기실에 가서 사진도 찍고 인사도 나누는데 정작 신부대기실의 신부는 전통혼례의 순서를 익히느라 인사도 제대로 못한다. 그러니 하객들은 자연스럽게 사자탈춤을 구경하면서 즐기고 있는 것이다. 

전통혼례식이 이렇게 신나고 아름답다니!_1
전통혼례식이 이렇게 신나고 아름답다니!_1

흥겨운 사자탈춤이 끝나고 민속촌에서나 볼법한 혼례식이 시작되었다. 옛날 신부의 마당에서 혼례를 올린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신부는 혼례장 뒤에 마련된 사랑방에 들어가 앉아 있고 신랑은가마를 타고 와서 신부를 데리고 왔다. 신랑신부의 동작과 표정부터 눈에 들어오는 한 장면 한 장면이 신기하기도 하면서 흥미로웠다. 신랑 신부가 맞절을 하기 위해 먼저 손을 닦는 모습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뜻이라는 설명과 함께 기나긴 주례사도 없이 서로를 향한 맞절과 하객들 앞에서의 인사, 각 부모님들께 인사로 혼례가 진행되었다. 두 사람이 하나 되는 뜻을 예를 갖춰 공손히 인사하는 것이 결혼식의 의미라는 것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전통혼례식이 이렇게 신나고 아름답다니!_2
전통혼례식이 이렇게 신나고 아름답다니!_2

전통혼례의 축가는 사물놀이와 창으로 대신했다. 흥미롭게 지켜보던 하객들은 흥겨운 우리가락에 맞춰 어깨를 들썩였다. 혼례가 다 끝나고 풍물패가 등장해 울려퍼지는 장구, 징, 꽹가리 소리에 맞춰 들리는 신명나는 소리에 아이들은 같이 돌고 뛰어다니며 우리 가락에 흠뻑 취하기도 하였다. 

옛날, 혼례를 하는 날도 동네잔치처럼 하루 종일 먹고 놀고 즐기는 날이었을 것이다. 요새는 시간에 쫓겨 한 시간 안에 후딱 해치우고 식후 식사를 다 마치기도 전에 다음 결혼식이 진행되어버려 나와버려야 하는 요즘 결혼식 문화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 건지 생각해보았다. 단지 지인들에게 우리 결혼한다는 일방적인 통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축하고 하고 덕담도 나누고 먹고 마시고 실컷 노는 그날의 축제가 어느새 사라져버리니 이제는 결혼식에 가면 얼굴 도장만 찍고 식사부터 하는 하객도 많지 않은가. 빛나는 드레스와 멋드러진 축가는 없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즐기다 온 혼례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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