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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전에는 나도 수줍은 새색시였건만
2016-10-30 22:00:18최종 업데이트 : 2016-10-30 22:00:18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오늘 이웃의 결혼식이 있었다. 한달 전에 결혼 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우연하게 나의 결혼기념일과 같은 날이었다. 10월이 결혼하기 딱 좋은 달이기는 하지만, 이런 우연은 나도 처음이라 놀라워서 이웃에게 "내가 날짜를 잊어버리려고 해도 잊을 수가 없겠어요. 꼭 참석 할게요"하고 약속을 한 바 있다. 

바로 그 약속한 결혼식이, 오늘이었고 같은 날이었던 나의 결혼기념일도 바로 오늘이었다. 
오전12시 예식에 참석하기로 약속을 했기에 나는 어젯밤에 가족들의 조촐한 축하를 받았다. 가족들의 축하라기보다는 직장생활을 하는 큰애 덕에 내가 좋아하는, 가을 꽃게 요리도 먹고, 용돈도 챙겼으며 저녁에는 케이크에 와인까지 곁들였다. 
큰애에게 요즘 좋은 일도 생겨 겸사겸사 기분이 좋아 가족끼리 옛이야기를 하였다. 

우리 집은 남편이 워낙 자칭 '딸 바보'라 자식들에게 엄한 교육은 애초부터 내 담당이었다. 그런 덕에 지금까지도 아빠보다는 엄마에게 무슨 일이든지 허락을 받아야 하고, 약간은 보수적인 성향의 나는 스스로 자식들의 군기 반장 노릇을 한다. 남편은 술이 한잔 들어가니 어느덧 자라 부모 결혼기념일 까지 챙겨주는, 큰애가 대견했는지, 우리가 신혼이었던 옛날 옛적 이야기를 한다. 
"너희 엄마, 세상 물정 모르던 수줍던 새색시였는데 너희들 키우고 살다보니 군기반장 다 됐구나! 아빠 말보다 엄마 말씀 잘 듣고, 뭐든지 너희 엄마랑 상의하고 이제 좋은 사람도 만나고 해야지" 한다. 

28년 전에는 나도 수줍은 새색시였건만_1
남편에게 받은 결혼기념 꽃바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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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전에는 나도 수줍은 새색시였건만_2
벌써 28주년이라니..

그렇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세상 물정 몰랐던 순둥이 새색시 시절이 기억이 난다. 큰아이가 태어날 때 까지는 동네 이웃과도 수줍어 말도 잘 섞지 못했고 재래 시장에서 물건 깎거나 덤으로 얻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하던 나였다. 그랬던 내가, 큰애를 낳고부터는 수다쟁이 아줌마가 되었고, 둘째를 낳고 나서는 극성 엄마로 변한 것 같다. 내가 생각해도 참 세월이 많이 흘렀고, 우리 집에서는 군기 반장 노릇도 서슴지 않고 애들 통행금지 시간도 정해 놓을 정도이다. 누군가 맡아야 할 악역을 내가 맡은 것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잘 커서 이제는 부모를 챙길 줄 알고, 경제관념도 제법 생겨 저축도 하며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을 보면 참 대견하기도 하다. 지금의 큰애 나이에 내가 결혼을 해서 큰애를 나았으니, 지금 큰애를 보고 있으면 그 시절의 내가 생각난다. 요즘은 자식들이 결혼을 서두르지 않고 능력이 될 때 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그 시절의 나보다도 자녀들은 훨씬 당차고 알차고 현명한 삶을 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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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갔었던 결혼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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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애가 준 결혼기념 꽃다발로 행복하다

요즘 젊은이들은 우리가 젊었을 때 보다 더 힘들고 고달프다고 말 들 한다. 그래서 인지 언제인가부터 '삼포세대'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일컫는 말이라는데 2011년 경향신문의 특별취재팀의 기획시리즈인 '복지국가를 말한다'에서 처음 사용된 신조어라고 한다. 

나는 젊은이들에게 결혼을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한다면 꼭 해 보라고 권유하는 편이다. 약간의 보수성향이 있는 나는, 젊은이들의 결혼관에 대해서도 결혼은 가능하면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나의 동서는 "형님 저는 애들이 능력 있어 혼자 산다고 하면 굳이 말릴 것 같지는 않아요" 하며 약간은 보수적인 나의 생각을 지적하기도 한다. 

조카 중에 예쁘고 능력이 있는 노처녀가 있는데, 나는 오지랖 넓게 주변에 괜찮은 신랑감이 있으면, 일부러 소개해 주기도 하며 결혼하라 권하기도 한다. 우리 아이들은 "나중에 잘살면 좋지만, 잘 안되면 원망만 듣게 돼요" 하며 걱정한다. 이제는 나도 자녀를 떠나보낼 일이 아주 먼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나도 큰아이 나이 정도에 가정을 꾸렸으니, 큰애도 적당한 시기에 좋은 사람 만나 가정을 꾸리기를 바라고 있다. 

오늘 28년 째 나의 결혼기념일을 맞았고, 우연히 같은 날에 있었던 결혼식을 보며 나의 28년 전 모습을 떠올린다. 세월이 많이 흘렀고 나는 어느새 중년이 되었지만 그 보상으로 나의 분신이 자녀가 나의 젊은 시절처럼 삶을 꾸리고 있으니, 참 인생은 흐르는 물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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