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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느끼는 행복에 비해 저렴한 영화 관람료
2016-12-10 12:01:32최종 업데이트 : 2016-12-10 12:01:32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오늘 신문을 보니 배우 윤여정(69)이 데뷔 50주년으로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으며, '올해의 여성 영화인상'을 받아 인터뷰한 기사가 실려 읽어 보았다. 윤여정의 사진은 주름을 감추지 않고 그대로였다.
요즘 여자들이 나이 먹으면 무조건 미용주사를 맞고, 늙음을 감추려한다는 사회적 편견에, 오히려 배우 윤여정의 주름이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배우 윤여정은 내가 좋아하는 배우 중의 한사람이고 무엇보다, 이혼 후 두 아들을 열심히 살며 잘 키워 독립시킨 것에 부모의 한사람으로 박수를 보낸다. 윤여정 이라는 배우가 나이 먹어감에 따라 더 열심히 사는 모습에, 영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매력을 느끼는 중이고, 까칠하지만 솔직해 보이는 그녀가 앞으로 오랫동안 영화에 나와 활동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내가 느끼는 행복에 비해 저렴한 영화 관람료_1
12월10일자 신문에 실린 윤여정 인터뷰사진(주름까지 매력적이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오빠가 셋이라, 오빠들이 돌아가며 영화를 보여주어 영화관 나들이를 자주 하였다. 나의 학창시절에는 지금처럼 온라인 예매가 없었고, 유명한 영화는 극장 앞에 줄을 서서 표를 끊어야만 했다. 지금도 젊었던 학창시절, 서울 종로의 피카디리 극장이나 단성사 앞에서 영화를 보기위해 길게 줄을 섰던 일이 가끔씩 기억나곤 한다. 
그 당시에도 영화 관람료 자체는 비싼 편이 아니었지만, 원하는 영화를 제 시간에 보기 위해서는 기다란 줄을 아주 오랜 시간을 서든지, 아니면 암표상에게 비싼 값을 치르고 암표를 구입해야만 원하는 영화를 원하는 시간에 보았기에 학생으로서는 꽤 비싼 영화 관람료였다. 

그에 비해 책값은 싼 편이었다. 비슷한 가격으로 책 한권을 사면, 두고두고 볼 수도 있고, 친구끼리 서로 돌려가며 보았기에 영화만큼이나 책을 사서 보는 일을 좋아했다. 
지금의 나는 어떤가? 여전히 책을 좋아하고, 책도 잘 사지만, 문제는 눈이다. 오랫동안 책을 읽으면 어김없이 눈이 아프다. 뭐 노안이 와서 그러려니 하고 이제 돋보기 사용도 당연하다 여긴다. 

그래도 아직 취미생활 중 별 어려움 없는 것이 영화 관람이다. 요즘에는 편리하고 저렴하게 영화를 볼 수 있다. 불법이었던 암표라는 것도 영화관에서는 사라진지 오래고, 현장이나 온라인 예매로 원하는 시간에 얼마든지 제값내고 볼 수 있다. 
오랫동안 영화를 사랑하고 즐기다보니 이젠 영화관에서 조차 많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알고 보면 카드 할인혜택도 많이 있고, 간혹 우수고객으로 시사회에 초대되기도 하는 행운을 누린다. 조조영화는 시간이 되어 조금 부지런을 떨면, 더 저렴한 가격으로 볼 수 있고, 생일이면 무료로 팝콘과 음료수까지 제공되는 혜택도 있다. 그래서 나는 영화 관람료가 내가 느끼는 행복에 비해 싸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얼마 전 큰애가 회식자리에서 회사 동료가 취미가 뭐냐고 물어보기에 "영화나 뮤지컬 보기를 좋아해요"라고 대답하니 그 동료가 농담처럼 "우, 집이 좀 사나보네. 뮤지컬도 보고"하며 놀렸다고 한다. 
어느 집이나 조금 절약하는 분야가 있고, 되도록 아끼지 않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책값과 문화비용은 별로 아끼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로 힘들게 돈을 모아 여행하는 것을 좋아했으며, 친구의 생일 선물로 선물을 사주기보다는 같이 연극이나 마당놀이 같은 것을 즐겼으며, 시험이 끝나는 날이면, 점심으로 친구 셋이 라면하나와 김밥 1줄로 허기를 채우고 그 돈을 아껴 영화를 보러 간적도 많았다. 

그러다보니 나의 아이들도 자연히 그런 엄마의 영향을 받아, 다른 집보다는 문화생활을 많이 한 모양이다. 이제는 자신이 경제력이 생기니 큰애는 영화뿐만 아니라 보고자 하는 뮤지컬은 돈을 아끼지 않고 문화생활을 즐긴다. 엄마는 돈이 비싸 아끼고 아껴 한 번씩 관람하였는데 말이다. 

"엄마도 뮤지컬 좋아하는데.."하고 투정을 부리면, 큰애는 가끔씩 친구와 가라며 표를 끊어 주지만, 사실 영화에 비해 너무 비싸서 보고나서도 "이 돈이면 영화가 몇 편이야? 세상에서 영화 관람료가 제일 싸다니까"할 때가 많다. 뮤지컬이나 연극은 영화가 주지 못하는 현장감이 분명 있기는 하다. 배우의 숨소리까지 같이 호흡하고 그 열정을 현장에서 바로 느낄 수 있기에 영화처럼 필름으로 복제하여 동시에 대량으로 상영하는 것보다 훨씬 비용이 비싸야 할 이유를 알고 있다. 

그래서 주머니가 얇아도 영화라는 매체가 있어 적은 돈으로도 또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는 영화라는 장르를 내가 사랑하는 이유이다. 
과거에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서 어머니가 식당을 운영하신 적이 있었는데, 하루 종일 식당에서 일하시고, 저녁에 목욕탕에 가서 몸을 따뜻하게 풀고 나오시면 "얘야, 세상에서 목욕비가 제일 싼 것 같구나" 하시던 말씀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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