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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 외모지상주의에 대하여
2016-12-14 15:55:32최종 업데이트 : 2016-12-14 15:55:32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며칠 전에 친구가 "너 요즘 떠도는 '평준화의 법칙'이라는 말 들어 봤니?" 하고 말을 꺼낸다. 그 친구는 키가 조금 작은 것 빼고는 누가 봐도 나이보다 동안이며, 빼어난 외모의 소유자라 주위의 부러움을 사는 친구다. 
"그게 뭔데?"하고 내가 무심코 물으니, 친구는 대충 이런 이야기를 한다. 

"요즘 백세 시대라고 하는데, 40대에는 누구나 가족들 생계와 성공을 위한 욕망의 평준화이고, 50대는 많이 배우나 조금 배우나 지식에는 별 차이가 없어 지식의 평준화이고, 60대는 외모의 평준화, 70대는 성의 평준화, 80대는 있는자나 없는자나 먹고 사는 데는 별 차이가 없기에 부의 평준화, 90대는 산자와 죽은자의 경계가 모호하니 생사의 평준화, 100대는 죽으면 모두 한줌 흙으로 돌아가니 자연속의 평준화라고 한다는구나" 
시중에 떠도는 유머가 요즘 들어, 사회에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기에, 흘려듣지 않았고, 며칠간 내 머리 속을 맴돌았다. 

백세시대, 외모지상주의에 대하여_1
12월 14일, 제3차 국회청문회가 열렸다

지난 번 12월 7일 2차 청문회에 이어, 14일인 오늘 오전 내내 TV에서 3차 국회 청문회가 진행 되고 있다. 주로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한 내용인데, 주로 대통령이 그날 미용시술을 받았는지가 주 내용이라 보면서도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한사람으로서 분노와 짜증이 났다. 
여자라서 여자의 심정으로 이해하자면, 파파머리 할머니가 되어도 고운 옷을 입고 꾸미는 것을 좋아 하셨던, 90세까지 살다 돌아가셨던 외할머니를 떠오르면 예뻐지고 젊어지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여자의 본능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친구가 전해준 떠도는 우스갯소리의 '60대의 외모의 평준화'를 공감하며 여자이기 이전에 대통령이 먼저였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그것은 특히 외모에 대한 욕망이, 우리 사회의 외모지상주의가 팽배해 있음을 입증한다. 우리나라를 성형공화국이라고 비하하는 말들도, 어느 정도는 공감이 된다. 

오래 전 일이다. 큰애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주위의 고교 동창들이 입시 후 방학동안 뭔가 하나씩 고치고 자랑을 한다며, "엄마도 딸한테 뭔가 하나쯤 투자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하며 가족 중 자기 코가 낮은 것 같으니, 코 높이는 시술을 해달라고 한 적이 있다. 
나는 워낙 보수적이고 겁이 많아, 수술 후에 잘못 된 사례를 말하며 "자연미인이 최고야" 라는 말을 하였다. 딸은 "엄마 눈에만 자연미인이지, 요즘은 하나씩 고치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다구요"하며 반박을 하였다. 

남편에게 상의를 하니, 남편은 "백세시대라는데 본인이 원하면 연예인들이 한다는 유명한 곳에 가서, 돈 아끼지 말고 해 주구려. 잘 하는 곳인지 검증도 하고" 라고 말했다. 
의외로 남편이 딸의 성형을 찬성을 하니, 남편처럼 보수적인 사람도 딸이 남들 보기에 예쁘기를 바라는 것에 놀라웠고, 사회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음을 한탄하였다. 

그 때는 남편뿐만 아니라, 주의의 사람들이 대부분 성형을 하려면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하는 것이 나중에 자연스럽다며, 요즘 부모들에게는 자식 졸업선물로 성형이 흔한 일이라는 말을 하였고, 실제로 내 딸의 많은 친구들이 고교 졸업 후에 크고 작은 시술을 많이 하였다. 
내 눈에는 젊음 그자체로 딸애 나이의 모든 젊은이들이 예뻤으며, 결국 착한 딸은 고리타분한 엄마의 설득으로 성형은 하지 못했고, 그 당시 아쉬워하며 자신이 돈을 벌면, 꼭 클레오파트라처럼 코를 높이고야 말겠다는 선언을 하며 성형 논쟁은 마무리 되었다. 

얼마 전, 큰애에게 넌지시 물었다. 
"너 대학 졸업 후 취업하면, 돈 벌어 코를 높이겠다더니, 요즘 잘 나가는데 왜 안하냐? 진심으로 궁금하다" 하니 큰애는 이렇게 말한다. "그때는 정말로 코만 조금 높이면, 외모에 대한 자심감이 상승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사회생활을 해 보니, 안 고친 게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요. 엄마의 고집에 따른 게 잘한 것 같아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성형을 하다 보니, 오히려 고치지 않은 것이 더 은근히 자신감이 생기고, 주위에서 매력적이라는 말도 들어요. 그리고 수술이나 시술은 엄마 말처럼 겁나기도 하지만, 나중에 엄마만큼 나이 먹어서는 왠지 부자연스러울 것 같기도 해요" 

속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행여 백세시대를 살아갈 나의 자식들이 부모 때문에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살아간다면 부모로서 조금은 미안 했을 터인데, 이제는 본인이 느끼는 외모에 대한 것이 눈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내적인 것도 볼 수 있는 눈이 생긴 것에 대한 대견함도 있었다. 
50대인 나도, 거울을 보면 나날이 늘어가는 주름을 보고 속상할 때가 많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노화가 오면 주름이 느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고, 과학의 힘을 빌려, 세월을 거슬린다면 결코 자연에 순응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예전처럼 60대만 되어도 허리가 휘고 어깨가 굽어서, 보기에도 노인이 되었다는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다. 백세 시대가 된 만큼 건강한 외모로, 굳이 과학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청년처럼 건강하고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다. 
얼굴에 주름이 하나 더 줄고, 코가 좀 더 높아지고 눈가가 더 팽팽해져 눈이 커 보이는 것 보다, 나이에 맞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함으로 건강 자체가 좋은 외모가 되는 건강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오늘 열린 청문회를 보면서 더욱 절실하게 100세 시대를 맞아, 외모보다는 마음이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가 되기를 간절하게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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