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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원에 느끼는 행복은 작은 행복일까?
2016-12-19 13:55:55최종 업데이트 : 2016-12-19 13:55:55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얼마 전 12월 6일 1차 국회청문회가 열리던 날, 청문회를 시청하고, 저녁에 운동을 하기 위해 단지 내 헬스장을 찾았다. 그 때 동네 사람들과 간단히 그날 청문회를 지켜 본 소감을 나누었는데, 그 중 한 분이 이렇게 말씀 하셨다. "대한민국의 1등 기업이라는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이 청문회에 나와서 여러 국회의원들 앞에서 쩔쩔 매는 것을 보니, 그렇게 가진 것이 많은 데도 불행해 보이더라구요. 우리처럼 가진 것 적어도 정직하게 살 수 있으니, 더 행복한 것 아닌가요?" 

공감되는 말이라 생각하고, 나 역시 청문회를 시청하며 속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했는데, 작게나마 위안이 되는 말이라 생각했다. 
한 일주일 전쯤에는 TV를 시청하는 중에 어느 프로그램에선가, 최순실의 세 자매의 명의로 된 부동산만 3천억원이 넘는다는 보도를 접했다. 평균 잡아 한 사람당 천억원의 부동산이 있고 대부분 가진 건물에 등기부 등본을 보면, 단 한 푼의 융자도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우리 같은 서민들의 눈과 귀를 의심할 만한 재산이다. 또한 금융재산은 더 많아 가늠할 수도 없다고도 한다.

도대체 더 무슨 행복을 갖겠다고, 그 많은 재산을 두고서도 더 많은 욕심을 부렸나 하는, 평범한 소시민으로 의구심이 들었다. 원래 돈이란 그런 것인가? 아흔아홉섬 가진 사람이 한섬 가진 자의 것을 뺏어 백섬을 채운다는 이야기도 있다.
우리 같은 소시민은 평생 그냥 써보고 죽으라 해도, 다 써 보지 못할 돈들을 두고도 더 많은 욕심을 내며 사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고 있고, 얼마나 오랫동안 잘 먹고 잘 살려고 저리 사는 것일까? 

며칠 전에 집에서 먹던 귤을 다 먹고 나서 사러 가려고 하니, 큰애가 "엄마, 곧 제주도 서귀포에서 귤 한 상자 배달 올테니 귤 사지 마세요" 한다. 나는 "왜? 네가 배달 시켰니?" 하고 물으니, "저희 회사에서 사원들 복지 차원으로 서귀포 감귤농장과 협약을 맺어 직원들 집으로 한 상자씩 배달을 시켰는데, 인원이 많아 언제 배달될지는 모르지만 수일 내로 배달 될테니, 그것 먼저 드시고 다 드시면 또 사세요"한다. 

2만원에 느끼는 행복은 작은 행복일까?_1
2만원짜리라는 서귀포 감귤 한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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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원에 느끼는 행복은 작은 행복일까?_2
먹기 좋은 크기에 당도가 높아 달콤새콤 맛있다

공짜로 준다고 하니 기뻤고, 그것도 딸애의 회사에서 보내 주는 것이니 더 기뻐 "그래? 그럼 귤 올 때까지 다른 과일 먹으며 기다려야지" 하고 속으로 콧노래를 불렀다. 
우리 집은 식구들이 모두 과일들을 좋아해서, 과일 값 지출이 만만치 않다. 귤도 달고 맛있는 것은 가격이 꽤 나가는데, 서귀포 감귤 농장에 최상급으로 한 상자에 2만원에 계약했다는 소리를 덧붙여 들으니, 벌써 마음은 서귀포 감귤 밭에서 농부들이 우리 집으로 배달 될 감귤을 따는 그림을 그리며 즐거웠다. 

며칠 전 작은애가 그동안 공부를 한다며, 추운 날 학교를 오가더니 감기가 걸렸다. 감기에는 비타민C가 많이 들었다는 귤이 최고인데 빨리 먹이고 싶어, 이제나 저제나 큰애 회사에서 보냈다는 귤을 기다리는데 드디어 귤 한상자가 집으로 배달되었다. 
크기도 먹기 적당하고, 당도도 훌륭한 게 제주도의 향기가 귤 상자에서 그대로 느껴지는 것 만 같았다. 감귤 향기에 고맙고 행복해서 큰애에게 카톡을 보냈다 
"감귤 배달되었고, 당도 끝내 줌. 회사의 배려에 고맙다고 전해라" 딸이 답장을 보냈다 " 엄마 2만원에 그렇게 행복해? 그렇게 행복하면 내가 계속 거기에 시켜 줄게요" 한다. 

누구는 수천억원이 있어도 더 가지려 아등바등 하는데, 나는 2만원에 이토록 행복하다니. 누구의 행복이 더 크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대다수의 대한민국 국민이 나와 같이 작은 돈으로도, 큰 행복을 느끼며 살아간다. 
가계부채가 나날이 늘어가고, 경제가 점점 어려워지고, 자식들이 취업하기가 하늘에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워지고, 신혼부부가 집장만 하는데 몇십년이 걸린다고 해도, 우리는 이런 작은 것에도 큰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곤 한다. 
왜냐구? 나만의 현실이 아니니까. 나만의 어려움이 아니니까. 선량하게 사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니까. 노력하며 열심히 살다보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니까. 

2만원의 배려에도 2만원의 돈 가치보다 몇백배, 몇천배 더 큰 사회의 따뜻함에 더불어 사는 행복을 느끼기 때문에, 이렇게 어수선한 시대를 살면서도 감히 행복하다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추운 겨울 어느 날, 2만원으로 느끼는 이 행복이 내게는 큰 행복이다. 그렇게 살아가는 대다수의 대한민국 소시민들에게 힘내서 우리도 잘살자고,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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