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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즐겨요, 영화니까 감동을 주는 거라구요"
2017-01-14 18:43:12최종 업데이트 : 2017-01-14 18:43:12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평소에 가보지 못한 나라들이 수없이 많이 존재하지만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곳 중의 한 곳을 꼽으라면, 그중의 한 도시가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이다. 

새해에 들어 처음으로 남편과 영화관을 찾았다. 브래드피트와 마리옹고띠아르 주연의 '얼라이드'였는데 영화의 내용도 세계 제2차 대전인 절절한 전쟁 통에 벌어지는스파이의 러브 스토리였지만, 그 영화의 배경이 된 카사블랑카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이 좋았다. 

가보고 싶은 곳을 영화에서나마 가 볼 수 있어 좋았고, 가보고 싶은 곳을 남편과 함께 영화로나마 같이 볼 수 있는 것이 또 좋았다. 또 현재가 아닌 1942년의 과거의 카사블랑카여서 더 운치가 있고 좋았다.
영화의 배경은 세계 제2차 대전 중으로 1942년의 카사블랑카로 시작되어, 영국 런던으로 배경이 바뀐다. 실제로 그 영화를 카사블랑카에서 촬영을 하였는지, 또 영국에서 촬영을 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1940년대의 카사블랑카와 런던을 잘 묘사하고 배경이 너무나 아름답고 전쟁을 겪는 시대라고 해도 낭만을 잃지 않는 유럽인들의 생활이 담겨있어 좋았다. 

그냥 즐겨요, 영화니까 감동을 주는 거라구요_1
새해에 첫관람한 영화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기다리던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어떤 부부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남편이 아내에게 계속해서 영화 내용 중에 이해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질문을 던지니까, 아내는 귀찮은 듯 말한다. "그냥 영화를 즐겨요! 영화니까 가능하고, 영화니까 감동을 주는 거라구요"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에 또다시 같이 탄 그 부부를 보고, 터진 웃음을 참지 못하고 얼굴을 숙이고 소리죽여 웃었다. 남편이 차에 시동을 걸며 "아까 왜 웃었어?"한다. 나는 "꼭 당신처럼 영화를 보고 이해를 잘 못하는 사람이, 또 있더라구요" 하며 또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내 나이의 여성들에게 브래드피트는 너무나 익숙한 배우다. 어제 저녁에 남편에게 "토요일 주말인데 영화나 한편 볼까요?"하고 말하니, 남편은 "누구 주연인데?" 하고 물었다. 지난 번 한국영화 '마스터'를 본 이후에 연기를 너무나 잘 한다며, 배우 이병헌이 나오는 영화라면 이제 믿고 보겠다는 선언을 한 이후였다.
나는 "브레드피트" 하고 짤막하게 답하니, 남편은 "당신이 좋아하는 배우 아냐?" 하며 두말없이 보겠다고 선뜻 나서기에 미리 예매를 한 것이었다. 

영화를 본 후 남편은 "역시 브래드피트야. 앞으로 브래트피트도 믿고 보는 영화배우에 추가해야겠어?" 하면서 얼굴만 잘 생긴 줄로 알았는데 연기도 훌륭하고, 특히 사랑하는 감정표현을 잘하는 배우라고 한다. 젊었을 적 잘생긴 얼굴보다는, 지금의 브래드피트가 연륜이 묻어나서 자신과 같이 늙고 있는 배우라 더 정감이 간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동안은 영화를 즐겨보는 아내와 함께 해 주려고, 가끔씩 할 수 없이 영화를 본다고 생각했던 남편의 영화 관람이, 이제는 본인도 나름대로 영화에 대한 평가와 배우에 대한 평가가 제법 냉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요즘에는 내가 아무영화나 보자고 졸라도 같이 보아 주지는 않는다. 본인도 좋아하거나 보고 싶은 영화가 따로 있다는 사실이, 이제 남편에게도 영화 관람이 나름대로 취미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부부가 더 나이 먹어도 같이 즐길 수 있는 취미를 공유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이기에 말이다. 

새해가 되었지만 물가도 많이 오르고 가정 살림살이도 특별하게 나아질 것 없으니, 올해는 나를 위한 투자로 여행을 계획하지는 못한다. 가보고 싶은 곳도 많지만 여느 때보다 힘든 시기라 감히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지만, 이렇게 영화로나마 가보고 싶은 곳을 즐길 수 있어 영화라는 문화매체를 너무나 좋아한다. 

우리나라 곳곳을 많이 가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쉽사리 훌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작년에 영화 '곡성'이 황정민 주연으로 인기를 끈 적이 있다. 그 영화를 보면서 내용보다도 곡성의 아름다운 자연에 매료된 적이 있었다. 실제로 그 영화 이후에 곡성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많이 늘어 영화 '곡성'으로 곡성이라는 지역을 알리게 되어 그 지역이 관광명소가 되고, 관광수입을 많이 올렸다고 한다. 실제로 나도 곡성을 방문하여 그 아름다운 자연을 다시 한 번 느낀 적도 있었다. 

올 한해도 영화를 통해 가보고 싶은 곳을 간접적으로 많이 방문하여 즐기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여행과 영화는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으며, 내가 좋아하는 공통요소를 가지는 취미인 것 같다.
한편의 영화로 인해 가보고 싶은 카사블랑카를 다녀왔고, 1940년대의 런던도 경험했으니, 어쩌면 시간여행도 같이 한 셈이라 오랜만에 참 좋은 멋있는, 그리고 모성이라는 여운까지 가슴 한편에 가득 느끼고 돌아오게 해준 고마운 하루였고,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은 영화를 한편 보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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