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즐겨요, 영화니까 감동을 주는 거라구요"
2017-01-14 18:43:12최종 업데이트 : 2017-01-14 18:43:12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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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가보지 못한 나라들이 수없이 많이 존재하지만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곳 중의 한 곳을 꼽으라면, 그중의 한 도시가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이다. 새해에 첫관람한 영화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기다리던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어떤 부부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남편이 아내에게 계속해서 영화 내용 중에 이해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질문을 던지니까, 아내는 귀찮은 듯 말한다. "그냥 영화를 즐겨요! 영화니까 가능하고, 영화니까 감동을 주는 거라구요"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에 또다시 같이 탄 그 부부를 보고, 터진 웃음을 참지 못하고 얼굴을 숙이고 소리죽여 웃었다. 남편이 차에 시동을 걸며 "아까 왜 웃었어?"한다. 나는 "꼭 당신처럼 영화를 보고 이해를 잘 못하는 사람이, 또 있더라구요" 하며 또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내 나이의 여성들에게 브래드피트는 너무나 익숙한 배우다. 어제 저녁에 남편에게 "토요일 주말인데 영화나 한편 볼까요?"하고 말하니, 남편은 "누구 주연인데?" 하고 물었다. 지난 번 한국영화 '마스터'를 본 이후에 연기를 너무나 잘 한다며, 배우 이병헌이 나오는 영화라면 이제 믿고 보겠다는 선언을 한 이후였다. 나는 "브레드피트" 하고 짤막하게 답하니, 남편은 "당신이 좋아하는 배우 아냐?" 하며 두말없이 보겠다고 선뜻 나서기에 미리 예매를 한 것이었다. 영화를 본 후 남편은 "역시 브래드피트야. 앞으로 브래트피트도 믿고 보는 영화배우에 추가해야겠어?" 하면서 얼굴만 잘 생긴 줄로 알았는데 연기도 훌륭하고, 특히 사랑하는 감정표현을 잘하는 배우라고 한다. 젊었을 적 잘생긴 얼굴보다는, 지금의 브래드피트가 연륜이 묻어나서 자신과 같이 늙고 있는 배우라 더 정감이 간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동안은 영화를 즐겨보는 아내와 함께 해 주려고, 가끔씩 할 수 없이 영화를 본다고 생각했던 남편의 영화 관람이, 이제는 본인도 나름대로 영화에 대한 평가와 배우에 대한 평가가 제법 냉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요즘에는 내가 아무영화나 보자고 졸라도 같이 보아 주지는 않는다. 본인도 좋아하거나 보고 싶은 영화가 따로 있다는 사실이, 이제 남편에게도 영화 관람이 나름대로 취미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부부가 더 나이 먹어도 같이 즐길 수 있는 취미를 공유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이기에 말이다. 새해가 되었지만 물가도 많이 오르고 가정 살림살이도 특별하게 나아질 것 없으니, 올해는 나를 위한 투자로 여행을 계획하지는 못한다. 가보고 싶은 곳도 많지만 여느 때보다 힘든 시기라 감히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지만, 이렇게 영화로나마 가보고 싶은 곳을 즐길 수 있어 영화라는 문화매체를 너무나 좋아한다. 우리나라 곳곳을 많이 가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쉽사리 훌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작년에 영화 '곡성'이 황정민 주연으로 인기를 끈 적이 있다. 그 영화를 보면서 내용보다도 곡성의 아름다운 자연에 매료된 적이 있었다. 실제로 그 영화 이후에 곡성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많이 늘어 영화 '곡성'으로 곡성이라는 지역을 알리게 되어 그 지역이 관광명소가 되고, 관광수입을 많이 올렸다고 한다. 실제로 나도 곡성을 방문하여 그 아름다운 자연을 다시 한 번 느낀 적도 있었다. 올 한해도 영화를 통해 가보고 싶은 곳을 간접적으로 많이 방문하여 즐기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여행과 영화는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으며, 내가 좋아하는 공통요소를 가지는 취미인 것 같다. 한편의 영화로 인해 가보고 싶은 카사블랑카를 다녀왔고, 1940년대의 런던도 경험했으니, 어쩌면 시간여행도 같이 한 셈이라 오랜만에 참 좋은 멋있는, 그리고 모성이라는 여운까지 가슴 한편에 가득 느끼고 돌아오게 해준 고마운 하루였고,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은 영화를 한편 보게 된 것 같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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