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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어머니, 꽃보다 예쁘시다
2017-01-30 18:06:45최종 업데이트 : 2017-01-30 18:06:45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설 명절을 무사히 치르고 수원의 집으로 돌아 왔다. 시댁의 5남 1녀 중 수원에서 두 아들이 살고 있는데 해 마다 설 명절에는 시골집이 춥다 하시며, 못이기는 척 어머니는 수원의 두 아들이 수원에서 겨울을 보내시길 권유하면 결국은 따라 나서신다. 

올 설 명절에는 어머니께서 사양도 하지 않으시고 이미 수원으로 올라오실 준비까지 마쳐 놓고, 우리 내외가 같이 가자며 권유하길 기다리는 눈치셨다. 어머니를 모시고 사시는 큰집에도 이제 사위를 본 터라, 명절이 지나면 딸 내외가 오기에 큰 형님도 예전처럼 어머니를 굳이 말리시지는 않는다. 

과거에는 아들 며느리의 권유로 어머니께서 수원으로 다니러 오시면, 길어야 2주 이상 넘기는 법이 없으셨다. 시골의 경로당 친구들도 보고 싶어 하시고, 소일 삼아 가꾸시던 텃밭 농사가 걱정되어 우리 내외가 모셔다 드리지 않으면, 열차를 타고서라도 내려가신다 하시며 빨리 모셔다 드리기를 재촉 하셨다. 

그러던 어머니께서 요즘에는 달라지셨다. 수원에 다니러 오시면, 서울에 사는 큰딸 내외와 아들, 그리고 인천에 거주하는 막내까지 두루두루 주말마다 찾아오기에 한 두달 지내시는 것은 예삿일이 되었다. 아마도 이제는 하시던 농사일도 힘들어 마치셨고, 다니시던 교회 대신에 셋째 아들 교회에 가시니, 교회 때문에 굳이 시골을 내려가실 이유가 없고, 무엇보다 그렇게나마 모시고 사는 큰아들 내외에게 어머니의 빈자리를 느끼게 하고 싶으신 이유도 있는 것 같다. 

울 어머니, 꽃보다 예쁘시다_1
큰딸 손잡고 웃고 계시는 어머니, 세상에서 제일 고우시다

우리어머니는 우리나이로 팔십 중반을 넘기셨다. 올해 연세가 87세 이신데도 아직 건강하시고 무엇보다도 그 연세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총기가 대단 하시다. 요즘 들어서 부쩍 "내가 이제 살면, 얼마나 더 살겠니?"하시며, 앞으로 사랑하는 자식들과 그 가족들을 볼 수 있는 날들이 많이 남지 않았음을 한탄하시곤 한다. 

내가 보기에 어머님의 5남 1녀 자식들은 모두가 효자들이다. 자식이 효자니, 그 배우자들도 저절로 효부 흉내라도 내니, 다른 것은 몰라도 자식 복은 타고 나신 어머니시다. 아마도 내 자식들도 이런 아버지를 보며 시대가 많이 바뀌고 있긴 하지만, 마음 속 근본은 부모에 대한 존경심을 잃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수원에 두 아들집이 있으니, 이제는 어머니께서 수원에 올라 오셔도 교대로 지내시기 때문에 적적해 하시지 않으신다. 나 역시 이제는 친정과 시댁 통 털어서 어머니 한 분 살아 계시니, 가능하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느끼려고 노력하고 있고, 나의 손아래 동서도 어머니께 참으로 잘하려고 노력을 한다. 아마도 동서도 작년에 돌아가신 친정어머니 생각에 더 어머니께 애틋한 것도 같다. 

어머니는 나와 식성이 비슷하시다. 생선도 비싼 굴비만 좋아 하시고 야채보다는 부드러운 한우 고기를 좋아 하신다. 그래서 내가 "어머니 오늘 외식 할까요?"하고 말씀드리면 한 번도 거절 하시는 법이 없다. 오늘도 그러셨다.
아마도 둘째며느리가 당신의 식성을 알고 있으니, 며느리의 선택을 믿어 주시는 눈치다. 연휴의 마지막 날, 온가족이 같이 점심 외식을 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기에 수원의 동서네와 서울서 내려오신 시누이 가족과 같이 어머니 모시고 외식을 하기로 하고 메뉴를 고민하고 있는데, 회를 좋아하는 남편은 일식집이 어떠냐고 권한다. 시동생 내외도 회를 좋아하긴 하지만 어머니 입맛을 잘 아는 나로서는 한우고기를 선택하였다. 

사실 수원에 오는 친척들은 수원에 유명한 음식이 갈비라는 것을 알고 오는 경우가 많긴 하다. 모처럼 수원에 오시면 당연히 비싼 갈비를 대접해야 하지만, 정작 수원에 살고 있는 우리 가족은 식당에서 마음껏 한우 갈비를 먹기에는 부담이 크다.
어머님께 사드리는 것이라 조금 부담이 되어도 외식메뉴로 한우고기를 선택하였고, 맛있게 드시는 어머니를 보니 오랜만에 자식노릇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87세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참 건강하시다. 건강하시니 내 눈에는 더없이 예쁘시다. 

요즘은 어머니와 함께 외출을 하게 되면 어디서든, 휴대폰으로 어머니 사진을 많이 찍어둔다. 지금의 어머니 모습이 이 세상에서 제일 젊고 아름답고 건강하신 모습이기에 많이 간직해 두고 싶어서다.
친정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신 후에야 알았다. 어머니와 같이 찍어둔 사진이 별로 없다는 것을 말이다. 나의 친정어머니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아름답고 현명하였듯이 이젠 내 눈에는 시어머님이 이 세상 그 어느 어머니보다 아름답고 예쁘시다. 

이 세상 모든 자식들이 부모님 떠나신 후 하는 후회를 이번에는 조금이라도 덜 하려면, 어머니 살아생전 맛난 것도 먹으러 다니고 예쁜 옷도 사드리고, 그리고 건강하게 잘 사는 모습만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설 연휴의 마지막 휴일을 어머니 사랑 듬뿍 받으며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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