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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왕이 아니라 봉?
2017-02-06 15:21:39최종 업데이트 : 2017-02-06 15:21:39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입춘이 지난 주 토요일인 4일이었다. 이제는 해가 많이 길어지고 겨울 속에서 봄의 기운이 조금씩 느껴지는 것을 보니, 조상들의 입춘 절기가 세삼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지난해 말에는 나날이 오르는 물가로 서민들이 살아가기 참 버거운 한 해였다. 오늘 신문을 펼쳐보니, "우리나라가 요즘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 된다"라는 기사가 경제신문에 났다. 현대경제연구원에서는 "경기는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은데 장바구니 물가를 중심으로 소비자 물가가 급등하면서 한국이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는 기사였다. 

해마다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긴 했지만 실제로 지난 연말과 올 초에 느끼는 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는 실로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다.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에 계란 값 상승으로 이어진 물가 상승이 이제 계란 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고는 하지만, 지난주에 대형마트를 방문하여 보니 아직도 30개들이 계란은 진열조차 되어 있지 않고 비싼 10개들이 계란만 진열 되어 있어 구입 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요즘 들어서 부쩍 소비자가 왕이라는 말은 헛된 말이고, 완전 소비자가 봉인 시대를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난해 12월경에는 딸이 수원의 한 백화점에서 겨울 코트를 구입하였다. 연말에 회사에서 성과금이 나왔다며, 모처럼 엄마와 자신의 코트를 사자고 쇼핑에 나섰으나 백화점에서 12월에 파는 겨울코트는 전혀 세일을 하지 않아 코트가격이 집었다 하면 1백만원에 근접하였다.
엄마의 겨울코트를 사주겠다는 딸의 권유를 뒤로하고, 매일같이 같은 코트를 입고 출근하는 큰애가 안쓰러워 엄마는 아울렛 매장에서 세일가격으로 사서 입어도 된다며, 굳이 딸애의 코트만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올겨울 신상품을 사들고 온 적이 있다.
참 옷값이 터무니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참 예쁠 나이에 꾸미고 다녀야지 그도 결혼하면 자신에게 투자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딸의 소비를 말리지는 않고 오히려 예쁜 옷을 입으면 내 눈에도 예뻐 보여서 고슴도치 엄마임을 자처한다. 

소비자는 왕이 아니라 봉?_1
12월에 산 코트를 오늘에야 입을 수 있었다

작년 12월에 코트를 구입하여 한 몇 번 입었는데 코트 깃 부분이 미어져서 바쁜 딸아이를 대신하여 백화점을 방문하였다. 다른 곳도 아니고 코트 깃이기에 수선으로 감추기에 불가능할 것 같아, 교환이 가능하면 교환을 해 주길 바랐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가능하면 표시나지 않게 수선을 해 달라며 백화점에 맡기고 왔다. 

1월에 맡긴 코트가 설이 다가 올 때까지 연락이 없었다. 매장에 전화를 하니 매니저 왈 가능하면 교환을 해 주기 위하여 심의를 맡겼으니, 본사가 구정연휴에 쉬는지라 구정이 지난 후 코트를 보내주겠다는 답변이다. 또 기다렸다. 드디어 설연휴가 지나고도 역시 별다른 연락이 없었다.
또 다시 연락을 하니 본사 직원과의 통화를 권유하였고, 본사 담당직원은 연휴 때문에 본사심의가 밀려 늦어도 2월 중순이후에나 결론이 난다는 답변이다. 그러면서 본사 직원이 덧붙이기를 "심의에서 100% 제품 하자로 판명이 나야 교환이 가능하며, 만약 소비자 과실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판매한 매장 매니저가 수선비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코트를 판매한 백화점의 매니저가 무슨 잘못이 있어 수선비용을 본사에 배상 한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실 코트를 산 그 매장은 딸아이가 선호하는 메이커는 아니었다. 나는 백화점에 입점된 브랜드이니 믿고 사자며, 딸아이를 설득하여 그 옷을 산 것이었다.
나는 그 브랜드 본사에 "백화점에 입점 된 브랜드라 믿고 산 것이다"라고 항변하였더니 뜻밖의 답이 돌아온다. 그 담당자는 오히려 "저희는 물건을 팔 때마다 많은 비용을 백화점 측에 판매 수수료로 지불하는지라, 다른 매장보다 백화점 매장에서 물건을 파는 것이 수익이 많이 나지 않아 수선비용을 매니저에게 부담시키는 것이다"라는 것이다. 

회사 직원은 고객은 무작정 기다려야 하고, 2월 중순이 되어봐야 교환을 해 줄지 아니면 수선을 해 줄지 본사심의가 나야지만 본사 규정상 교환을 해 줄 수 있고, 또 교환을 해 주지 않는 것으로 심의가 나면, 그때서야 매니저의 비용으로 수선을 해서 다시 보내 주려면 2월 말경이나 코트를 보내 줄 수 있다고 어이없는 답변을 한다.
2월 말경에 코트를 받으면 앞으로 몇 번이나 겨울 코트를 더 입을 수 있을지 의문이고, 무엇보다 판매한 매니저가 수선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회사 규정이 적용된다고 하니, 나도 자식을 둔 입장에서 백화점 매장 매니저가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딸과 상의 한 후에 우리는 교환은 필요 없으니, 괜히 매니저에게 피해주는 심의 말고 빨리 수선해서 입게 해달라는 부탁으로 마무리 하고 오늘에서야 겨울 코트를 겨우 받아들었다. 비싼 돈 지불하고 산 신상품을 결국 겨울동안 입지도 못하고, 입춘이 지난 오늘에서야 수선된 코트를 돌려받은 것이다. 

이번 일로 느낀 것은 소비자 보호단체가 있긴 하지만 결국 소비자는 왕이 아니라 봉이라는 사실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인, 갑을 관계로 따져보니 슈퍼갑은 유명백화점이고, 을은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회사이고, 병은 그 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영업사원이고, 마지막으로 소비자는 갑을병정도 아닌 봉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는 그 브랜드 제품을 구입할 것 같지는 않고 그 백화점도 다시는 가지 않을 것 같다. 왜냐구? 어느 백화점이나 소비자가 대접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게 마찬가지일 것이고, 대한민국에서 소비자가 왕이라는 생각은 접은 지 오래니까 말이다. 제발 봉이 되는 소비자가 아니기만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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