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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초콜릿, 만들어보니 재밌어요
2017-02-14 13:05:20최종 업데이트 : 2017-02-14 13:05:20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지난주 집으로 상자 2개가 배달되어 왔다. 열어보니 수제 초콜릿 만들기 재료들이다. 아마도 큰애가 오늘인 '발렌타인데이'를 위하여 수제 초콜릿을 만들 작정이라고 귀띔하더니 그것이 배달 된 모양이었다. 
지난주에 같이 TV를 보고 있던 큰애가 지나가는 말로 "이번 발렌타인데이에는 제가 직접 수제 초콜릿을 만들어 보려구요"한다. 
나는 "네가 웬 일이야? 그런 것 번거러워서 싫어한다더니?" 하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해가 가는 말이었다. 딸애는 올해 직장을 옮겼는데, 이직 후 처음 맞는 발렌타인데이라서 조금은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같은 방 동료들에게 포장된, 그냥 시중에 파는 초콜릿을 사서 주려고 하였는데 회사 내에 있는 직원 카페에서는 항상 평소에 초콜릿이 구비 되어 있는지라, 별 감동이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듣고 보니 그냥 초콜릿은 항시 먹을 수 있는 것이어서 딸애의 생각에 나도 찬성하며, 내심 나도 그런 것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왕 시키는 것 넉넉하게 시켜보라며 내가 오히려 부추겼다. 막상 재료들이 오고 나니, 만만치 않은 재료비에 혹시 망치면 어떡하나 걱정하였는데, 택배 상자 속에는 재료뿐만 아니라 수제 초콜릿을 만드는 방법, 그리고 포장 상자와 쇼핑백까지 들어 있었다. 
그대로 만들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아, 딸애보다 내가 더 열심히 그 설명서를 읽으며 초콜릿 재단 시 주의사항과 예쁘게 토핑 하는 방법까지 숙지하였다. 드디어 지난 일요일에 오늘의 발렌타인데이를 위하여 딸과 나는 심혈을 기울여 수제 초콜릿 만들기를 시작하였다. 

수제 초콜릿, 만들어보니 재밌어요_1
수제 초콜릿, 만들어보니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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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초콜릿, 만들어보니 재밌어요_2
토핑은 딸이, 재단은 내가 하면서, 웃고 즐기느라 시간 가는줄 몰랐다

수제 초콜릿은 만드는데 별 어려움은 없었지만, 집안의 온갖 그릇과 블랙 초콜릿과 화이트 초콜릿 두 종류를 위하여 중탕하는 그릇을 두 가지로 하다 보니, 그릇에 묻어 버리는 초콜릿이 조금 과장하여 절반이 되는 듯하였다. 초콜릿 원료를 중탕하여 녹인 뒤 보내준 틀에 만들어 부은 뒤에, 굳기 전에 초콜릿 위를 예쁘게 토핑 하는 말린 과일 재료를 얹을 때는, 서로 예쁘게 하겠다며 토닥거리면서 만들다 보니 오랜 만에 나 역시 동심으로 돌아 간 기분이었다. 

수제 초콜릿, 만들어보니 재밌어요_3
완성된 수제 초콜릿, 상자포장만 하면 된다

초콜릿 토핑은 딸애가 더 예쁘게 했고 굳은 초콜릿을 재단하는 일은 그동안 칼 좀 쓴 주부 9단의 실력으로 과도를 불에 달궈가며 내가 포장상자에 맞춰 재단을 맡았다. 
토닥거리며 한나절에 걸쳐 딸아이와 수제 초콜릿을 만들다보니 재미있기도 하였지만, 요즘 자식과 대화 할 시간이 부족하였는데 오랜만에 많은 대화도 한 것 같다. 

그동안은 해마다 발렌타인데이가 다가오면, 제과업체의 상술이라며 부정적인 시각을 감추지 못하였고, 자식들이 공부할 나이에는 초콜릿을 집에서 만들어 보겠다고 할 때, 시간 낭비라며 반대만 했었다. 그러나 오랜만에 집에서 이런 수제 초콜릿을 만들어 보는 것도 추억이 될 듯싶어 사춘기의 자녀를 둔 집에서 부모와의 대화를 꺼려하는 자식이 있다면, 이런 방법으로 대화의 창구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을 뒤늦게 갖게 된다. 

물론 재료비가 그다지 싼 것은 아니다. 사는 가격과 비교할 때 결코 만만치 않은 가격이고 만들다 미숙한 방법으로 버리게 된 초콜릿도 나오지만, 버리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은 자녀와의 소통 방법이 될 것이다. 
나는 이것을 자녀가 이미 커 버린 후에 알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녀들이 고3시절이나 힘들게 시험공부 하던 시절, 아니면 사춘기 때 부모에게 속에 있는 마음을 얘기 잘 안하고 어색한 시절에, 이런 방법으로 더 자녀들과 가까워 질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주변의 그 또래부모들에게 이런 방법을 권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수제 초콜릿이 완성되었고, 잘 닦이지 않는 굳은 초콜릿이 묻은 그릇을 산더미처럼 설거지해야 하였지만, 모처럼 아이와 웃으며 같이 만들고 대화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어젯밤 만들어 둔 초콜릿을 정성껏 포장하더니 아침에 출근하면서 예쁜 쇼핑백에 넣으며 "아마 동료들과 윗분들이 내가 직접 만든 수제 초콜릿이라 하면, 엄청 좋아 하겠지요? 엄마 아빠 것도 식탁에 두었어요" 하며 콧노래를 부르며 집을 나선다. 나도 난생처음 수제 초콜릿을 받아 아까워 선뜻 먹지 못하고 뜻 깊은 발렌타인데이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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