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딸아, 조금 늦어도 괜찮아
3년간 운수대통, 정말이지요?
2017-02-15 14:30:25최종 업데이트 : 2017-02-15 14:30:25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2017년이 된지 벌써 두달이 되어가고 있고, 정유년 설날을 쇠고 대보름 까지 지났다. 우리 가정에 행운과 복이 찾아 올 것이라는 연하장도 많이 받았고 간절히 소망하는 일이 있었지만 설 이후 시련이 있었다.
나도 이제 나이를 먹었나 보다. 결혼 전에 해마다 설이 지나고 나면 친정어머니는 일부러 절에 가셔서 토정비결이란 것을 보고 오셨다. 종이에 한자가 가득한 가족들의 토정비결을 받아 오셔서 내게 풀어서 해석해보라 하셨는데, 그때는 어머니를 결코 이해하지 못하였다. 요즘의 나는 그런 곳을 안다면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올해는 큰애는 원하는 직장에 경력직으로 이직을 하여 부모를 기쁘게 하였지만, 작은애는 2월 3일 중등임용고사 시험의 2차 최종 합격자 발표에서 작년과 마찬가지로 근소한 차로 낙방하는 아픔이 있었다. 본인도, 가족도 너무 허탈해서 할 말을 잃었다. 제일 낙심이 큰 작은애는 부모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지, 이제는 기간제 계약직교사나 영어학원 강사라도 직업을 갖고, 임용고사 뿐만 아니라 공무원 시험도 칠 작정이라는 말을 하며,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며칠간 마음을 잡지 못하고 넋을 놓고 지내니 큰애가 나서서 휴일 날 동생을 데리고 나가 쇼핑도 하고 밥도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다. 작은애가 부모에게는 면목이 없어서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자매끼리는 허심탄회 털어 놓았으리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동안 작은애의 눈치만 보며, 다시 공부를 시작하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은근히 그 이야기를 큰애가 대신해서 하여 주기를 바랐다. 

같이 외출하여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쇼핑도 하며, 마음을 풀어 준 후에 카페에서 한참을 이야기 하였는데 작은애가 펑펑 울었다는 이야기다. 큰애가 전해준 작은 애의 말은 이렇다. 
"언니, 나는 지금 미로 속을 헤매는 느낌이야. 이 시험을 다시 공부하여 내년에도 통과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안서! 자신 있는 답을 쓴 것 같은데 어디서 감점이 되었는지도 의문이고, 무슨 기준으로 주관식 논술이 채점이 되는지도 모르겠고, 같은 공부를 또 일년을 더 해야 한다는 게 정말 미칠 지경이야" 

큰애에게 이 말을 전해 듣고, 우리 부부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을 느꼈다. 선뜻 하루빨리 정신 차리고 다시 공부하라는 말을 하기에도 마음이 아팠다. 사실 큰애도 취업 재수라는 것을 하였다. 하지만 국가고시가 아닌 일반 기업에 취업하는 시험이었기에 어느 회사의 입사 시험에 낙방하여도 또 다시 다른 회사를 지원할 기회가 여러 번 있고, 회사 공채가 상반기 하반기로 나뉘어져 있어 다시 도전할 기회가 많았다. 
회사는 인턴이라는 기회도 있고, 생각해보니 시험에 낙방하면 또 어쩔 수없이 일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려야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작은애의 시험과는 차이가 있었다. 

큰애는 동생에게 "언니도 몇 번의 낙방 끝에 지금의 자리까지 왔으니 너도 이 시련을 꼭 넘어야지 여기서 포기하고 계약직으로 가면, 부모님께도 상처고 너 자신에게도 손해니까 다시 마음잡고 일년 더 고생해보자"고 동생을 설득하였고, 작은애도 다른 방법이 본인이 생각해도 없다는 것을 느꼈는지, 다시 일년을 임용고시를 위한 준비를 하겠노라 말하니, 우리부부는 간신히 가슴을 쓸어 내렸다.
핑계이긴 할테지만 작은애와 마찬가지로 부모인 나도, 너무 바늘구멍 같은 교사임용제도가 원망스럽고 시험제도의 허점이 많고 문이 너무 좁다는 생각이며, 다시 내년도 시험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딸아, 조금 늦어도 괜찮아_1
딸아, 조금 늦어도 괜찮아_1

2월초에 남편의 친구 2명이 직장에서 퇴직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원래 작년 말에 있었을 인사통보였지만, 나라와 회사가 어수선하여 2월초에 인사발령이 있었는데 퇴직통보를 받은 것이다. 친구들끼리 위로차원에서 지난 일요일에 골프 라운딩을 하였는데 우연치 않게 남편이 홀인원을 하였다고 한다. 

술에 잔뜩 취하여 꽃다발과 홀인원패를 들고 들어와 기분이 좋아 그날 모든 비용을 자신이 지불하였다 한다. 나는 "완전 소가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것 아냐? 홀인원이 뭣이 중헌디? 괜히 돈만 많이 쓰고 하나도 안좋구먼"하며 눈을 흘겼다.
남편은 "나도 요즘 작은애 때문에 기분이 우울했는데, 홀인원은 평생에 한번 할까 말까 하는 행운이야. 프로들도 생전에 한 번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니까. 그래서 아마도 내년에는 작은애가 꼭 합격할 거라는 확신이 들어. 홀인원하면 3년간 운수대통이래. 3년간 우리 집에는 재수가 좋은 일만 있을거야" 하며 술주정을 하였다. 

다음 날 오후에 남편은 자신이 술김에 한 말을 또 다시 하며, 벌써 친구들에게 홀인원소문이 났다며 친구가 보내준 문자를 내게 보여준다. 친구는 "홀인원 했다며? 3년간 운수대통 할거다. 축하 한다"라고 적혀 있었다. 홀인원하고 예기치 않은 한턱을 내느라 가계부 축내서 미안해서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정말인가보다. 괜히 주변에서 축하해주느라 만들어낸 속설일지라도, 믿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제발 내년에는 우리 작은애에게 이런 시련이 오지 않길 바란다. 또 다시 힘내서 공부를 해야 하는 자식을 바라보는 어미의 마음은 시베리아 벌판에서 맞는 칼바람보다도 더 허허롭고 마음이 찢어진다. 그래도 다시 힘내어 도전하겠다는 자식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딸아, 조금 늦어도 괜찮아. 아직 젊으니까 올 한해 잘 극복하자"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