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잘나가던 고모부님, 가시는 길이 외로워
2017-02-16 11:48:49최종 업데이트 : 2017-02-16 11:48:49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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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에 수원에 같이 올라오신 어머님이 수원에 계시니, 요즘 어머니와 많은 대화도 나누며 어머니께 그 동안의 소원했던 시댁의 어른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한때는 잘나가던 고모부님, 가시는 길이 외로워_1 남편은 어제 우선 먼저 문상을 다녀 온 후에, 장례식장을 가서보니 자식들이 없어 장례식장이 썰렁하더라는 말을 전한다. 2남 2녀의 자식을 잘 키워 모두 유학까지 보내 미국에서 잘 살고 있는데, 딸 한명만 장례식에 올 수 있고 나머지 자식들은 사정상 올 수 없다는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 남편은 사촌들의 이름을 들먹이며, 그럴 수 있냐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고모님댁에도 그 집만의 가정사가 있기에 왜 자식이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는지 그 내막까지는 잘 모르겠으나, 남편은 고모부님 가시는 길이 너무도 외로워 보인다며 많이 속상해 하면서, 그 곳 장례식장에서 시골에서 올라오신 아주버님을 만나 하룻밤 우리 집에서 주무시고 내려가시라며 같이 모시고 오셨다. 어머니께서 수원에 계신지라, 딸이 있는 서울 숙소로 가시지 않고, 남편과 같이 어머니께서 계신 수원으로 내려오신 아주버님을 위하여 밤늦게 술상을 준비했다. 아주버님은 술을 워낙 좋아 하시는 터라, 자연스럽게 술상을 준비하였고 남편도 외로운 고모부님의 장례식장을 지키며 슬퍼서 술 한잔 먹고 싶었는데, 운전해야 하기에 장례식장에서 그냥 왔다며 술자리를 마련하고 싶어 했다. 아주버님과 남편과 어머님 그리고 나중에 오신 시동생과, 술좌석에서 오랜만에 모자가 이야기꽃을 피웠고 자연스레 어머니의 옛날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다. 고모님에 비해 고모부님이 너무나 잘나셔서 평생 마음고생하며 살았다는 고모님 이야기와 한 때 잘나가던 고모부님 이야기들, 그리고 미국에 가서 잘 살고 있지만 부모를 나몰라 한다는 그 자식들 이야기... 우리 어머니에게는 철없던 막내시누이였던 고모가, 이제는 당신과 같이 혼자되었고 평생 자식들에게 투자 하느라 말년에 경제적으로 힘들어 하는 것을 보며, 자식 농사를 잘 못 지었다는 말씀을 하셨다. 장례식장에서 너무 사람이 없으면 가는 길도 외롭다며, 오늘 어머니와 시동생과 남편이 다시 장례식장을 가기로 하고 어젯밤 늦게 잠자리에 드셨다. 어머니는 아침 일찍부터 "그래도 조카라고 4개월을 네 남편을 데리고 있어주어, 평생 내가 고마운 그 마음을 잊지 못한다. 아직도 된장 고추장은 내 손으로 해서 보내 주었는데, 남편 가는 길에 자식들이 못 온다고 하니 그 마음이 어쩔까 싶어 가슴 아프구나" 하시며 남편이 퇴근하여 장례식장으로 모시고 갈 시간을 초조하게 기다리시며 마음 아파하신다. 요즘 자식을 키워 효도를 바라는 일은 호사라 할지라도, 그래도 부모님 가시는 길을 저리 외롭게 만드는 자식이 있어 새삼 세상살이가 너무 삭막하고 정이 없고 어이없다는 생각이 든다. 5남 1녀의 온 가족들이 다 출동하는 장례식장이기에 나는 가지 않으려 하였는데, 그렇게 장례식장이 외롭다하니 나도 저녁에 남편 따라 어머니 모시고, 고모부님 가시는 길에 국화꽃 한 송이 놓아드리고 외롭지 않게 해 드려야겠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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