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일자리 낙방 소식에 내 마음도 씁쓸하다
2017-03-02 22:15:55최종 업데이트 : 2017-03-02 22:15:55 작성자 : 시민기자 차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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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광교에 사는 두 친구에게 취업축하 문자를 보냈다. 한 친구는 바로 전화가 왔다. 무슨 축하냐고 한다. 겨울내내 놀다가 20만원짜리 취직을 했으니 축하할 일이 아니냐고 했다. 이는 3월부터 시작하는 노인 사회활동지원사업 일명 노인일자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작년에도 일했으니 올해도 당연히 일 할 것으로 보고 문자를 미리 보낸 것이다. 차를 주문하고 있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큰 종이컵에 쓰디쓴 커피를 한컵을 주니 다 마시기에는 사실 양이 너무 많다. 그래서 커피를 연하게 2잔하고 컵을 하나 주면 안되겠냐고 했던 모양이다. 주문하러 간 친구가 오더니 주인이 5분만 기다렸다가 먹으라고 한다고 한다. 지금은 커피 한잔에 6천원인데 오후 1시부터는 1천500원이니 잠시 기다렸다가 드시라고 하더란다. 세사람이 와서 커피를 2잔만 시키니 궁상맞은 노인네들이라는 생각도 했을 터인데 차값이 내려가면 먹으라니 착하기도 하지. 나는 주인 여자의 웃는 의미를 생각해 봤다. 평소에 찻집을 출입할 것 같지도 않은 노인 셋이 와서 차 2잔으로 셋이 나눠먹겠다는 말을 듣고 '별난 노인들도 다 있네' 하고 어이없어 비웃는 웃음은 분명 아니었다. 그런 어이 없고 기막힌 비웃음이었다면 6천원짜리 커피 2잔을 내주면 그만이다. 그런데 그 웃음은 분명 푸근한 사랑의 웃음이었다. 친정 아버지를보고 웃는 그런 웃음 말이다. 조금 기다리니 커피를 가져가라고 한다. 셀프다. 나는 커피를 마시면서 "주인여자 착하네요. 노인들 생각하는 마음이 참 곱네요" 했다. 내 말끝에 한 친구가 하는말이 "며느리 시골에 오면 아무것도 줄 필요 없다"고 한다. 명절 쇠고 집에 갈때 부모님들은 저희들 생각해서 농사 지은 것들을 이것저것 끄랭이 끄랭이 싸서 차에 실어 준다. 집에서는 거절할 수 없어 싣고 오다가 먹지도 않는 것 집에 가져와 봐야 짐만 되니 고속도로에서 버리고 가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그럴리가 있느냐고 했더니 뉴스도 못봤냐고 한다. 물론 소수일 것이다. 다른 테이블에는 젊은 여성들 대여섯명이 차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우리들 이야기를 들었다면 속으로 뭐라고 했을까? 1시간 가량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는 평소처럼 웃고 즐거웠지만 집에 가서는 낙방한 일을 되새기며 얼마나 가슴 아파할지 내 마음이 씁쓸하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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