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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일자리 낙방 소식에 내 마음도 씁쓸하다
2017-03-02 22:15:55최종 업데이트 : 2017-03-02 22:15:55 작성자 : 시민기자   차봉규

지난 28일 광교에 사는 두 친구에게 취업축하 문자를 보냈다. 한 친구는 바로 전화가 왔다. 무슨 축하냐고 한다. 겨울내내 놀다가 20만원짜리 취직을 했으니 축하할 일이 아니냐고 했다. 이는 3월부터 시작하는 노인 사회활동지원사업 일명 노인일자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작년에도 일했으니 올해도 당연히 일 할 것으로 보고 문자를 미리 보낸 것이다.

한 친구는 2일 오전 10시까지 나오라는 문자를 받았다고 한다. 한시간쯤 지나니 다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님이 문자보냈어요?" 한다. 그렇다고 했더니 "발표했대요?" 하고 나를 보고 되묻는다.
"OOO 씨는 2일 오전10시에 복지관으로 나오라고 문자가 왔다는데 연락 못받았냐"고 했더니 "손자가 핸드폰을 방바닥에 메친후로는 이상이 생겼는지 연락을 못받았다"면서 형님이 연락 안해주었으면 모를 뻔 했다면서 2일에 가봐야 겠다고 한다.

오전 9시경 전화가 왔다. "형님 여기 복지관인데요. 저는 떨어졌다네요" 
"그게 무슨소리야. 쓸데없는소리 말고 전화끊어" 했더니 "진짜에요" 한다.
아무래도 목소리가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 떨어졌다면 내가 경솔한 짓을 했다는 생각이든다. 

그 친구는 주차봉사를 3년이나 했고 12월부터 2월까지 3개월간은 보수가 없는데도 무료봉사를 한 친구라 누구보다도 우선 순위로 될줄 알았다. 그런데 안됐다고한다.
속담에 오뉴월(5월6월)하루 볕도 쬐다말면 서운하다는 말이 있다. 돈 보다도 매년 일을 하다가 올해는 쉬게되니 아무래도 낙심이 클 것같다. 점심이라도 함께 하면서 위로해야 할 것같아 내가 바로 갈테니 집에 가지말고 복지관에 있으라고 했다. 10시에 도착했다. 

작년에 일하던 사람이 3명이 교체됐다고 한다. 점심 먹고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으로 가다가 공교롭께도 같은조에서 일하다가 똑같이 떨어져진 친구를 만났다. 차나 한잔 하자고해 커피집으로 들어갔다.
커피를 주문하러간 친구가 무슨말을 했는지 30대로 보이는 여자 주인이 생글생글 웃는다. 얼굴도 둥글둥글하니 후덕하게 생겼다. 점심먹고 커피도 마시고 왔다. 차를 마실 목적이 아니라 낙방한 친구들끼리 섭섭한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어서 찻집으로 온 것이다. 

노인 일자리 낙방 소식에 내 마음도 씁쓸하다_1
차를 주문하고 있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큰 종이컵에 쓰디쓴 커피를 한컵을 주니 다 마시기에는 사실 양이 너무 많다. 그래서 커피를 연하게 2잔하고 컵을 하나 주면 안되겠냐고 했던 모양이다.
주문하러 간 친구가 오더니 주인이 5분만 기다렸다가 먹으라고 한다고 한다. 지금은 커피 한잔에 6천원인데 오후 1시부터는 1천500원이니 잠시 기다렸다가 드시라고 하더란다.

세사람이 와서 커피를 2잔만 시키니 궁상맞은 노인네들이라는 생각도 했을 터인데 차값이 내려가면 먹으라니 착하기도 하지. 나는 주인 여자의 웃는 의미를 생각해 봤다.  평소에 찻집을 출입할 것 같지도 않은 노인 셋이 와서 차 2잔으로 셋이 나눠먹겠다는 말을 듣고 '별난 노인들도 다 있네' 하고 어이없어 비웃는 웃음은 분명 아니었다.

그런 어이 없고 기막힌 비웃음이었다면 6천원짜리 커피 2잔을 내주면 그만이다. 그런데  그 웃음은 분명 푸근한 사랑의 웃음이었다. 친정 아버지를보고 웃는 그런 웃음 말이다.
조금 기다리니 커피를 가져가라고 한다. 셀프다. 나는 커피를 마시면서 "주인여자 착하네요. 노인들 생각하는 마음이 참 곱네요" 했다. 

내 말끝에 한 친구가 하는말이 "며느리 시골에 오면 아무것도 줄 필요 없다"고 한다. 명절 쇠고 집에 갈때 부모님들은 저희들 생각해서 농사 지은 것들을 이것저것 끄랭이 끄랭이 싸서 차에 실어 준다. 집에서는 거절할 수 없어 싣고 오다가 먹지도 않는 것 집에 가져와 봐야 짐만 되니 고속도로에서 버리고 가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그럴리가 있느냐고 했더니 뉴스도 못봤냐고 한다. 물론 소수일 것이다. 
다른 테이블에는 젊은 여성들 대여섯명이 차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우리들 이야기를 들었다면 속으로 뭐라고 했을까? 

1시간 가량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는 평소처럼 웃고 즐거웠지만 집에 가서는 낙방한 일을 되새기며 얼마나 가슴 아파할지 내 마음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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