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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많은 음식들을 어쩌지?
2017-03-10 11:02:59최종 업데이트 : 2017-03-10 11:02:59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사람이 살아가는데 제일 중요한 세 가지 기본은 의식주이다. 입을(衣) 것, 먹을(食)것, 생활하는(住) 곳이다. 
나의 경우 입을 것은 유행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고, 그저 사시사철마다 검소하게 입으면 그만이다. 생활하는 곳도 이제는 자식들 출가하고 나면 두 부부 머무를 작은 집이면 족하기에 젊어서처럼 집 평수 늘리느라 골머리 썩을 일이 없으니, 집에 대한 부담도 없다. 
그러나 이제 건강은 신경을 써야 할 나이가 되었기에, 먹는 것은 오히려 젊었을 때보다 신경을 쓰는 편이다. 예전에 잘 못 먹던 시절에 비해, 이제는 너무 과다한 열량으로 비만을 부르니, 고혈압 가족력이 있는 나로서는 먹을 것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어제 저녁에는 오랜만에 가족들과 외식을 하게 되었다. 남편은 회가 먹고 싶다고 했고, 나는 대게가 먹고 싶다고 하니 할 수 없이 다 먹을 수 있는, 씨푸드뷔페를 찾았다. 나의 결혼 무렵 결혼식장에 가면, 갈비탕이나 국수 한 그릇에 혼주 집에서 만들어 온 떡이나 반찬을 곁들여 가볍게 먹고 오곤 하였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결혼식장에 가면 뷔페음식이 나오곤 하였는데, 많은 하객들이 한꺼번에 많은 음식을 먹다보니, 과식을 하게 되는 경향이 있기에 나는 그다지 뷔페음식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요즘에는 또 결혼식장에 가면 뷔페음식보다, 코스요리가 나오는 경우도 많아 얇은 부조금을 들고 가기에는 다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부조금을 올리거나 부조만 하고 마는 경우도 있다. 

어제 저녁에 간 씨푸드뷔페 음식점도 내가 알기로는 주말에 결혼식장 피로연으로 사용하는 곳이었다. 씨푸드뷔페엔 내가 좋아하는 대게가 있어, 딸들이 검색한 곳으로 찾아 갔다. 우연히 지난주에 남편이 다녀온 결혼식장으로서 월드컵 경기장 내에 있는 뷔페 음식점이었다. 

저 많은 음식들을 어쩌지?_1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있으니, 과식을 한다

요즘에는 예전처럼 못 먹어서 생기는 문제보다 과다한 영양공급이 더 문제인 현대인에게, 뷔페는 과식을 하게 되어 좋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 둘은 다이어트 한다며 한 접시 가져다 먹고는 배부르다하고 후식만 조금 챙겨 먹고, 남편도 회 한접시에 스테이크 한접시 먹더니 배부르다 한다. 대한민국 아줌마라면 미련한 나를, 조금은 이해 할 것이라 생각한다. 나 혼자 가족들을 대신하여 세접시를 비웠다. 평일 저녁도 주말 저녁과 같은 비싼요금을 받기에 본전생각에 조금 과식을 한 것이다. 

저녁시간에 갔는데 새로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테이블은 여러 곳이 비어 있었지만, 맛있는 음식들은 넘쳐났다. 양식 한식 중식 들이 골고루 몇 테이블 되지 않은 가족단위의 손님을 위해 너무 많은 음식들이 손님들을 위해 즐비하게 준비되어있다. 어림잡아 100명의 손님이 먹어도 다 못 먹을 것 같은 그 많은 음식들은, 주위를 둘러보니 얼추 손님이 채 이십명도 되지 않았다. 

주부의 마음으로 돌아가, 잔뜩 쌓여 있는 음식들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가 불러 맛도 보지 않은 음식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는데, 평소에는 저녁을 별로 많이 먹지 않았던 터라 더 먹을 수가 없었다. 두시간의 주차시간을 준다고 했는데 음식 3접시에 와인까지 한잔 곁들였는데도 1시간 반을 넘지 않았고, 배가 부르니, 더 이상 앉아 있기도 힘들어 일어나야 했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등 뒤로 산더미처럼 남아있는 음식들이 자꾸 신경이 쓰였다. 나도 모르게 "저 많은 음식들을 다 어쩌지?"하고 걱정을 하니, 다른 가족들이 내게 핀잔을 준다. "걱정도 팔자네. 아마 저 음식들 모두, 내일 또 오전에 오는 사람들에게 재활용 될테지. 설마 저 많은 음식을 버리겠어?"하면서...설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이 사실이라면 문제다. 

예전에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에 푸짐하게 먹는 것이 부러움의 대상인 세월도 있어, 우리나라에 뷔페식당의 보급이 급속도로 발전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양보다는 질을 생각하는 시절이 온 것 같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먹을거리는 참으로 중요한 기본적인 요소다. 세상이 많이 좋아져서 아프리카 난민처럼 굶어 죽는 사람은 없다손 치더라도, 아직 끼니 걱정을 하고 배불리 먹지 못하는 소외계층도 많다. 뷔페 음식도 그날 다 판매되지 않는다면, 이런 소외계층에 연계하여 소비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고, 식당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는 있지만, 외국에서 종종 그날의 음식을 사회단체에 보내는 뉴스를 접하고는 우리나라도 선행이 생활화 되는 예가 많았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는 절실하게 필요한 음식들을 아깝게 낭비하지 않고, 그날 소비하는 방법도 있어, 좋은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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