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데이, 젊은이들만 즐긴다고?
2017-03-13 18:51:09최종 업데이트 : 2017-03-13 18:51:09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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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이들은 왜 그리 챙겨야 할 기념일이 많은지, 나 같은 기성세대들은 제과업체의 상술이라고 치부하며, 그동안은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화이트데이를 젊은이들만 챙기라는 법이 있는가? 오늘 비로소, 내일이 화이트데이라며 남편에게서 사탕바구니 선물을 받았다. 아마도 딸애가 코치하여 사다준 바구니에 살짝 손편지 한 장만 얹어, 자상한 남편이라 내게 어필하는 것이리라. 그럼에도 얼마 만에 남편에게서 받아 본 손편지인가?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뛰고 있었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내일이 젊은이들이 즐긴다는 화이트데이라네요. 결혼하여 두자녀 낳고 살다보니, 어느덧 당신께 무심한 남편이 되어있어 미안하오. 당신과 함께해온 지나온 날들의 다복한 시간, 이제 더 가야 할 시간을, 더욱 소중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서 노후를 아름답게 꾸미었음 하는 바람이고, 가장 중요한 것이 건강이니까 잊지 말고요. 사랑하는 남편이' 나는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다. 손편지를 자주 수줍게 내밀던, 20대 후반의 젊은 청년시절의 남편을. 지금은 머리숱이 줄어 머리에 탈모약을 바르고, 눈가에 깊게 패인 주름과 함께, 조금만 운동하면 허리가 아프다며 엄살 피우고, 그저 맛있는 음식 하나에 고마워하는 같이 늙어가는 중년의 남편...같이 늙어 가기에 서로의 거울일 수밖에 없는 짝이라 생각하니, 이제는 사랑보다는 연민이 느껴지는 나이가 된 것이다. '화이트데이는 젊은이들만 즐긴다고? 아냐 중년의 우리도 화이트데이를 즐길 권리가 있다고! 이번 주말에는 우리도 신혼시절 즐겨 찾던 남양주의 한 카페를 찾아, 커피도 마시고 그윽한 중년의 사랑을 느껴볼 참이야. 기대하셔!'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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