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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제법 본 나 '근데 이건 무슨 영화지?'
2017-03-16 14:59:35최종 업데이트 : 2017-03-16 14:59:35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얼마 전인 2월 26일, 미국 LA 돌비 극장에서 제 89회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과 각색상 남우조연상을 휩쓴 영화가 있어 화제다.
영화배우 브레드피트가 제작해서 화제가 되기도 한 작품이지만, 89년 아카데미 역사상 온통 흑인이 주연이며, 심지어는 영화 내내 백인이 단 두 번 밖에 출연하지 않는 흑인만의 영화가,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거머쥐었기에 더 화제가 된  '문라이트'이다.

제 89회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있기 전에 내가 봤던 영화 '라라랜드'와 경합을 벌이다가 결국 시상식장의 작은 실수로, 최우수작품상에 '라라랜드'라고 잘못 발표되었다가 다시 '문라이트'로 정정 발표하는 등 아카데미시상식장에서의 해프닝도 있었기에 꼭 한번 보고 싶은 영화이기도 했다. 

며칠 전 마음먹고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았다. 곧 TV에서도 볼 수 있을 테지만, 영화관에서 아카데미 최우수상에 빛나는 작품을 감상해 보고 싶은 이유에서다. 그런데 그동안 영화를 좋아하고 많은 영화를 보았다고 자부한 나도, '이건 무슨 영화지?' 할 정도로 낮선 영화였다. 

제 89회 2017년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문라이트' 흑인영화
제 89회 2017년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문라이트' 흑인영화

영화는 재미 있지 않았고, 스릴도 없었으며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도 없었다. 그 흔한 반전 또한 없는 너무 밋밋하고 느리디 느린 그런 영화였다. 그래서 영화를 본 그날은 아마도 내가, 아카데미의 작품성과 감성을 잘 이해 못하는 것이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지 며칠이 지났건만 아직도 가슴속에 그 무언가 여운이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다. 힙합과 흑인음악을 잘 몰라도 가슴속에는 아직 영화의 OST의 감동이 남아 있으며, 어떻게 각종 상을 거머쥐었는지에 대한 공감이 뒤늦게나마 드는 것이다.

한 흑인소년이 성장해 가는 과정 속에, 가정과 학교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소외문제와 마약, 그리고 동성애 문제까지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영화다.

그동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흑인 영화가 최고 작품상을 수상한 적이 없으며, 흑인이 감독상을 받은 것도 두 번째라 하여 화제가 되고 있지만, 나는 이 영화를 흑인 영화가 아닌 이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들추어 보여주는 소외계층을 위한 영화라 생각한다.
미국 사회에 흑인에 대한 편견이, 우리나라의 빈곤층에 대한 문제일 수 있고, 스스로를 서민층이라 치부하며 살아가지만, 때로는 사회적 약자 입장에서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하고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 일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사회는 많이 변하고 있다. 내가 태어나 살아온 시간이 반평생이라 하더라도, 그때와 지금은 많이 변해 있다. 내가 태어날 당시에 한국사회는 극심한 남아 선호사상이 있었고, 심지어는 아들을 낳지 못한다하여 본처를 두고도 두 집 살림을 하는 가장이 많이 있었다. 그것을 인내하며 사는 것이 한국 여인들의 운명인 줄 알고 살았던 시절도 있었으며,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편견을 가진 한국사회였다.

세월이 변하여 그래도 지금은 많은 양성평등이 이루어졌고, 한국사회에서 예상치 못한 여성 대통령도 탄생시켰다. 나 역시 딸 만 둘을 낳았지만, 예전과 달리 요즘 아들이 없어 신세를 한탄하는 여인은 구시대의 유물이라 할 정도다. 신혼부부들에게도 자녀한명만 낳아야 한다면, 딸을 원할 정도로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사회적 약자라 해서 영원히 그러리란 법도 없다.
미국사회에서도 버락 오바마라는 흑인 대통령이 선출됐고 올 초 명예롭게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예전 같으면 상상하지 못할 일들이 미국에서도 사회가 변하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문라이트'를 보면서, 영화도 변해가는 시대를 반영하고 있으며, 이런 작품이 수상 되면서 우리의 시야도, 충분히 사회의 어두운 면을 바라볼 수 있고, 더욱 이해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사회의 밝은 면도 중요 하지만 어두운 면도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인간사회의 숙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또한 차츰 극복할 수 있는 우리사회의 문제이며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세상에는 영화 속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외로움과 사랑에 굶주린 소외된 인간들이 아직 너무나 많다.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일이 쉽지 만은 않지만, 결국 세상은 좋은 쪽으로 바뀌고 있고, 누구나 평등한 세상이 온다는 희망을 놓지 않는 한 세상은 살만한 곳이다. 이런 영화가 앞으로도 많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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