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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이제는 진실을 인양해야...
2017-04-01 12:14:11최종 업데이트 : 2017-04-01 12:14:11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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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마지막 항해를 한 날이다. 3년여의 긴 세월동안 가던 길을 멈추고 진도 앞바다에 주저앉아 있던 세월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마지막 항해를 한 날이다. 우리는 이제 아홉 명의 미수습자를 찾아내고 선체와 함께 가라앉았던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그 시간동안 대한민국 역시 함께 가라앉아 있었다. 살아있기에 숨은 쉬고 있지만 언제나 가슴 답답했던 시간이었다. 나날이 먹구름 드리운 흐린 날들이었다. 내지른 비명조차 꽉 막힌 벽에 그저 튕겨 나오기만 할 뿐이었다. 숨통이 막혀 죽을 것 같은 이들은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 분향소 입구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선체가 상처 입는 시간동안 그 가족들 또한 무참히 찢기고 부서져 생활도 건강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져버린 시간이었다. 세월호 선체와 함께 다시 드러난 그들의 아픔을 지켜보며 꼭 가고 싶은 곳이 있었다. 바로 안산에 있는 세월호 합동분향소다. 가까운 곳이지만 직접 찾아 가본적은 한 번도 없었던 곳이다. 그들을 애도하고 함께하는 마음이면 어느 곳이라도 상관없다 생각하여 굳이 안산까지 가려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인양작업이 시작된 이후 아직 확인 되지 않은 아홉 명의 미수습자와 그 가족들의 오열을 보며 그곳에 꼭 가보고 싶었다. 며칠을 생각만 하고 있었으나 세월호가 마지막 항해를 한 날, 도저히 더는 미룰 수 없어 그곳에 다녀왔다. 전 날까지 포근한 봄 날씨였으나 집을 나서던 시간에는 땅이 젖을 정도로 봄비가 내렸다. 기온도 뚝 떨어져있었다. 안산합동분향소는 4호선 초지역에 내려 20분정도 걸으면 된다기에 천천히 걸어가기로 했다.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기에 걷는 게 무리가 될 수도 있었으나 여느 상갓집 문상 가듯 택시 타고 휙 다녀오기는 싫어 굳이 걸어가는 길을 택했던 것이다. 걸어가는 길에 만난 노란 산수유 꽃마저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 물결인 것만 같아 발걸음은 더디기만 했다. 그런데 한참을 가도 세월호 분향소를 나타내는 어떤 표시도 만날 수가 없었다. 분향소가 위치해 있는 화랑유원지를 가리키는 표시도 없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초지역 건너편으로 가까운 곳에 있었으나 방향표시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먼 길을 돌아 한 시간여를 걸어 겨우 분향소를 찾았다. 아픈 허리가 쑥쑥 쑤시고 열이 났지만 긴 시간 겪었을 그들의 아픔에 비하면 이 정도가 대수일까 싶은 마음에 오히려 미안해지는 건 내 쪽이었다. 저 멀리 분향소 건물이 보이는 순간부터 젖어버린 마음은 주변에 펼쳐진 다른 광경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빨려 들어가듯 분향소로 들어서니 체육관 건물인 듯 어마어마한 공간이 휑하고 썰렁한 느낌이다. 방명록에 서명을 하고 하얀 국화 한 송이를 받아들었다. 분향을 하러 가는 발걸음이 나도 모르게 휘청거렸다. 어마어마하게 넓은 곳이라고 생각했던 그 공간을 죽은 이들의 사진이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304, 그동안 수없이 들었던 숫자다. 함께 아파하고 분노하고 기억했지만 304명이라는 숫자는 그동안 그냥 숫자였을 뿐이었나 보다.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끝없이 이어진 그들의 환한 모습을 보며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 ![]() 안산 화랑유원지 내에 있는 세월호 합동분향소 아, 304명이라는 숫자는 어떤 말로도 담아낼 수 없는 무게였다. 어쩌면 대한민국호가 침몰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는지 모르겠다. 세월호에 탑승했다 희생된 304인의 희생자들은 거기 그곳에 사진 한 장으로 남아 있었다. 아직 유해조차 찾지 못한 미수습자들은 사진마저 없이 텅 빈 모습으로 이름만 남기고 있어 보는 이를 더 안타깝게 한다. 여느 수학여행과 마찬가지로 들뜬 모습의 열여덟 청춘들은 싱그럽고 환한 모습으로 세월호에서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사진을 차마 바라볼 수 없었다. 끝없이 펼쳐진 영정사진만 한참을 바라보다 분향소를 나왔다. 미안하고 미안했다. 겨우 환한 사진 한 장 남기고 떠나간 이들에게 미안했고 그들을 품고 평생 아파할 가족들에게 미안했다. 그들만의 아픔이 아닌 것을 그동안 무심했던 내 모습에 미안했다. 돌아오는 길은 추웠다. 하늘도, 땅도, 내 마음도 흥건히 젖었다. ![]() 세월호, 이제는 진실을 인양해야...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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