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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이의 겨울나기, 걷기의 즐거움에 빠지다
원천리천 수원천 걷기 체험
2022-01-24 15:53:42최종 업데이트 : 2022-01-24 15:53:11 작성자 : 시민기자   유미희
수원시의 하천지도

수원시의 하천지도


사회적 거리 두기에 취위까지, 움츠러들기 쉬운 겨울이다. 이 계절을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기 위해 우리 시에 있는 하천을 걸어보기로 했다. 수원시에는 잘 관리된 4개의 지방하천이 있다. 원천리천, 수원천, 서호천, 황구지천이다. 우선은 기자가 사는 지역부터 시작해 보았다. 원천리천을 사흘 동안 나누어 걸었고, 수원천을 이틀 동안 걸었다. 평균 하루 10km, 2시간 30분 정도를 걸었다.

아름다운 두 개의 호수에서 시작되는 물길, 원천리천 
원천리천은 영통구 하동에서 시작한 물이 신대호수와 원천호수로 모여들어 남쪽으로 흐른다. 두 개의 큰 호수는 아름다운 산책코스로 이름나서 주말에는 인근 다른 지역에서 오는 사람도 많다.

첫날은 신대호수에서 원천호수를 지나 원천교-산드레교-삼성중앙교 까지 걸었다. 원천호수에서 원천교까지 걷는 길은 갈대가 남아있는 호젓한 길이어서 물 흐르는 소리가 명랑하게 들렸다. 원천교에서 삼성교 구간은 하천의 유속이 다소 느려지고 물소리는 작아졌지만, 근처 주민들이 걷고 있어 심심치 않아 좋았다. 강아지를 데리고 여유롭게 산책하거나 하천길 곳곳에 설치된 운동기구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도 보였다. 

삼성중앙교 왼편으로 말로만 듣던 수원 삼성 사업장들이 포진해 있었고 맞은편엔 영통구청이 있었다. 영통구청과 삼성 사업장이 내가 사는 곳에서 물길을 따라 40분을 걸으면 닿는 거리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원천리천에는 정겨운 옛날식 징검다리도 있다

원천리천에는 정겨운 옛날식 징검다리도 있다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걷기 애호가들이 많았다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걷기 애호가들이 많았다


영하로 내려가는 추위가 계속되어 원천호수에 얼음이 앉았다

영하로 내려가는 날씨가 계속돼 원천호수에 얼음이 앉았다

원천리천의 큰 호수인 신대호수

원천리천의 큰 호수인 신대호수

 
봄이 오면 초록 잎이 돋고 꽃이 아름다울 테지만, 지금은 겨울이라 가지를 드러낸 나무들만 보였다. 그래도 함께 걷는 사람들을 종종 마주치고 물가에 갈대를 바라보며 잠시 쉬기도 했다. 낯선 여행지의 트래킹코스를 걷는 기분이 들었다. 

둘째 날은 버스를 타고 영통구청 근처에서 내려서 하천길로 접어들었다. 백년교를 지나고 곡반정교를 지났다. 하늘채 2단지 근처에서 인도가 막혀있어 더 가지 못했다. 예상보다 짧은 일정에 아쉬워서 다시 하천길을 되짚어 원천호수까지 올라왔다.

셋째 날은 원천호수에서 여천으로 걸어 올라갔다. 평시에 자주 걷는 친근한 길이지만 그 물길이 모두 여천이 아니란 걸 이제야 알았다. 성죽천, 절골천, 쇠죽골천 등 소하천의 이름이 있었다. 광교신도시가 끝나는 자이 더 테라스 아파트까지 조용한 길이 이어졌다. 상류라서 개울물이 맑았다. 가끔 물이 깊은 곳에서 어른 팔뚝만큼 큼직한 물고기도 보았다. 물가에는 하얗게 바랜 수초가 멋스러워서 걷는 즐거움을 더했다.

 
여천의 소하천인 성죽천 산책로

여천의 소하천인 성죽천 산책로



수원화성 중심부를 흐르는 역사의 물길, 수원천

수원천은 도시의 중심부를 흐른다. 수원천을 모르는 사람들도 지동교나 수원교를 지나갔을 것이다. 근처에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과 팔달문이 있고 9개의 전통시장이 밀집해 있다.

첫날은 지동교에서 시작해서 광교저수지를 향해 올라갔다. 매향교를 지나고 화홍문까지 걸어갔다. 추운 날이어서 화홍문 아래 개울물이 꽁꽁 얼어 있었다. 화홍문은 정조 시대에 지어진 수원화성의 북수문이다. 수원천의 범람을 막아주고 적의 침투를 막는 방어기능까지 했다고 한다. 

화홍문 오른편으로 사시사철 아름답다는 방화수류정이 보였다. 군사 목적인 각루 기능과 정자로서의 건축미를 갖춘 곳으로 이름나 있다. 역시나 손이 시려도 장갑을 벗고 사진을 찍게 하는 멋짐이 있었다. 정자 아래 용연(龍淵)에는 짙은 갈색 깃털을 가진 오리들이 햇볕이 비치는 쪽으로 모여 있었다. 삼희교를 지나니 왼편으로 남부보훈지청을 비롯한 연구원 요양원 등 보훈 관련 기관들이 넓게 자리 잡고 보훈단지를 이루고 있었다. 수원에 이런 곳도 있구나 싶었다.

 
사사사철 아름다움 방화수류정

사시사철 아름다운 방화수류정

  수원천을 걷다가 빨래터의 풍경을 묘사한 재미있는 조각상을 만났다.

수원천을 걷다가 빨래터의 풍경을 묘사한 재미있는 조각상을 만났다

재래시장 인근의 구천교에 불이 켜지는 시간

재래시장 인근의 구천교에 불이 켜지는 시간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광교저수지에 도착했다. 여기는 벚꽃이 피면 인파가 몰리는 명소 중 하나다. 수변 오른쪽은 차도 옆으로 데크가 만들어져서 구름같이 핀 벚꽃 아래로 걸어본 적이 있다. 이날은 넓은 저수지가 얼음에 덮여 있었다. 사진을 몇 컷 찍고 되돌아 오려는데 멀리 저수지 왼편 산에 걷는 사람이 보였다. 걸어오는 노부부에게 저 길이 등산로인지 물으니 등산로라기보다는 산책길인데 걷기에 좋은 예쁜 길이라고 했다. 저수지 끝까지 가면 쉼터가 있고 편도 30여 분이면 간다고 알려 주었다.

부부를 따라 수변 산책길로 들어섰다. 오른편에 저수지 물이 가까이 있고 왼편은 숲인 데크길이다. 숲은 대부분 참나무 같은 활엽수라서 떨어진 잎이 길을 덮고 있었다. 갑자기 산책로를 걷던 사람들이 멈춰 모여 있었다. 얼어붙은 호수 중 산 쪽 가장자리만 얼지 않은 곳이 있었고 오리 수십 마리가 쪼르르 모여 있었다. 죽은 듯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 걱정이 된 거였다. 그중 한 마리가 움직이며 파동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서야 살아있구나! 모두 안심하며 다시 걸어갔다. 


광교저수지 수변산책로는 걷기 좋고 예쁜 길이었다.

광교저수지 수변 산책로는 걷기 좋고 예쁜 길이었다

광교저수지에서 본 한떼의 오리들

광교저수지에서 본 무리지어 있는 오리들


얼음 속에서 가끔 소리가 났다. '꾸웅~ 뜨르륵' 어릴 때 꽝꽝 언 강을 걸어서 건너던 기억이 나기도 했다. 이날 광교저수지는 넓게 얼었지만, 사람이 걸어 다닐 만큼 두껍게 얼지는 않았다. 저수지까지 한 바퀴 돌고 나니 이날 걸은 거리는 8km, 2시간이었다. 걷기 좋은 길 하나를 더 알게 되었다는 뿌듯함도 있었다. 

잎이 무성한 계절에는 숨겨져 있던 산책로가 겨울에는 보인다. 감춰졌던 것들이 겨울에야 드러난다면, 봄에는 잎을 틔워 저마다 개성을 드러낸다. 하천 변에 풀이 돋는 계절에 다시 원천리천과 수원천을 걸어봐야겠다. 철마다 변하는 물길의 모습이 궁금하다. 

도시의 하천을 발로 걸으며 수원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고, 얼굴에 스치는 바람과 어깨로 쏟아지는 햇빛의 고마움도 느낀다. 두 발로 걷는 단순한 움직임에서 몸과 마음이 생기를 얻는다. 걷기가 주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각자가 사는 동네의 구석구석과 수원이라는 도시를 걷어 보는 것으로, 이 겨울 건강과 활력을 지키는 건 어떨까. 

 
원천리천 신대호수의 일몰 풍경

원천리천 신대호수의 일몰 풍경, 물길을 걷다 보면 이런 얘기치 않은 아름다운 풍경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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