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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미술관, <에르빈 부름:나만 없어>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 개최
조각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선보이다
2022-12-07 11:03:07최종 업데이트 : 2022-12-07 13:35:12 작성자 : 시민기자   김상래
에르빈 부름 인터뷰

언론사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에르빈 부름(우측), 이번 전시 언론공개회를 위해 내한했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오는 12월 7일(수)부터 2023년 3월 19일까지 오스트리아 조각가 에르빈 부름의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 <에르빈 부름:나만 없어 조각>을 개최한다.
이에 필자는 개막 전날인 6일 언론공개회 현장에 다녀왔다.

에르빈 부름은 오스트리아의 빈과 림부르흐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동시대 작가이다. 그는 사회 전반에 짙게 깔린 모순과 불합리를 유머러스한 작품으로 표현한다. 또한, 현대사회의 큰 이슈인 비만, 이민, 소비지상주의 같은 현시대의 문제도 재치있는 작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번 언론공개회를 통해 필자는 개막 전날 전시회를 미리 둘러볼 수 있었다. 전시회 1부 '사회에 대한 고찰'은 사회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현상들을 유머러스하고 우스꽝스럽게 담아낸 조각을 선보이고 있다. 에르빈 부름 작가는 '조각은 무거운 것'이라는 기존의 통념을 해체한다. 그는 무게와 덩어리를 덜어내고, 녹아내리거나 부푼 형태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유쾌하게 표현하고 있다.
 

팻 컨버터블 (팻카) Fat Convertible 2019

작품 <팻 컨버터블 (팻카) Fat Convertible> 옆에서 포즈 중인 에르빈 부름 작가


전시장 입구를 핑크빛으로 채우고 있는 자동차(팻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땐 어린 시절 보았던 '꼬마 자동차 붕붕' 캐릭터가 떠올랐다. 둥글둥글한 핑크색 자동차가 친근하고 귀엽게 느껴져 조금 더 들여다보니 작가가 언급했던 '비만'이 주제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자동차 외벽을 둘러싼 울퉁불퉁한 핑크 표면이 지방 덩어리 같았다. 
 
에르빈 부름/유에프오 2006

작품 <유에프오 2006>


또한, 작가의 팻카는 현 상태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크고 더 좋은 것을 원하는 현대 자본주의, 소비 지상주의를 풍자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날씬한 몸매에 대한 집착, 비만과 빈곤의 모순되는 관계에 대해서도 한 번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관람객들은 에르빈 부름의 작품에 대해 쉽게 다가갔다가 '어! 이거 뭐지?'하는 깨달음으로 작품 속 숨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각 작품들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스 반데어로에-멜팅/ 에르빈 부름 2005/2008

작품 <미스 반데어로에-멜팅 2005/2008>


작가는 멜팅 하우스를 '제2의 피부', 집(건축물)을 '제3의 피부'라고 말한다. 이는 모든 것들이 조각이 될 수 있듯이, 예술 자체가 우리 삶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에르빈 부름/ 사순절 2020

작품 <사순절 2020>
 

2부 '참여에 대한 고찰'에서는 에르빈 부름이 국제적인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게 한 '1분 조각'을 만나볼 수 있다. 이는 조각과 행위에 대한 상호 관계에 대해 묻는 작품으로 관람객 참여 프로그램이다.

작가는 지시 드로잉, 일상의 사물, 좌대로만 구성된 작품을 통해 '행위'도 하나의 조각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관람객이 현장에서 지시받은 드로잉을 통해 핑크색 토끼를 머리에 쓰고, 나무 의자를 들기도 하며, 얼굴을 조명기 아래에 납작 엎드리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하나의 조각이 되어 본다.

작품을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이 직접 그 안으로 들어가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게 하는 시도를 통해 관람객과 소통하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에르빈 부름

에르빈 부름 작가가 전시회를 둘러보고 있다.


3부 '상식에 대한 고찰'에서는 일반적인 조각의 개념에서 탈피한 작품들을 엿볼 수 있다. 
필자가 가장 흥미롭게 본 작품은 '게으름을 위한 지시문'이라는 작품으로 사진도 하나의 조각 범위 안에 포함시킨 것을 볼 수 있다.

이 공간에서는 작가 자신이 직접 모델이 된 사진 작품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사진 속의 작가는 하품하거나 늘어져 있지만, 실제의 작가는 작품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바쁜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이 또한 작가가 겉으로 보이는 재미요소 이면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영리한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에르빈 부름의 작품들은 그런 점에서 처음과 끝이 다른 작품으로 보인다. 
 

에르빈 부름/게을름을 위한 지시문 2001

작품 <게으름을 위한 지시문 2001>


언론사 기자들의 질문 중 기억에 남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요셉 보이스와 에르빈 부름 작품이 어떻게 다르냐'라는 질문이다. 이에 작가는 자신은 정치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답했다. 예술로 세상을 바꾸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사람들의 의식을 깨어나게 할 수는 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필자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자신을 '예술가'라고 말해 그가 추구하는 세계를 짐작할 수 있었다.
 
에르빈 부름/밴드 2021

작품 <밴드 2021>


마지막으로 만난 아카이브 룸에서 4편의 작가 영상과 도록을 살펴볼 수 있다. 핑크빛 도록이 그의 작품처럼 빛나는 공간이라 전시 끝 무렵에 그의 또 다른 작품들을 책으로 만나볼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는 미술에 관심이 높은 관람객뿐 아니라 가족 단위, 특히, 아이들과 함께 방문해도 좋을 것 같다. 1층 전시장에서는 조심해야 할 작품들이 있지만 2층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체험해 볼 수 있는 작품들이 많다.
올 겨울 아이들과 뜻깊은 추억을 만들어 보고 싶은 분들께 수원시립미술관의 <에르빈 부름:나만 없어 조각> 전을 추천한다. 

 

'나만 없어 조각' 전시회 포스터

'나만 없어 조각' 전시회 포스터


전시기간 : 2022. 12. 07  ~  2023. 03. 19
관람시간 : 화~ 일요일 10:00 ~ 18:00 (매주 월요일 휴관)
관 람 료 : 성인 4,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
주     소: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33
홈페이지: https://suma.suwon.go.kr/main/mai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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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미술관 #에르빈부름 #조각전시 #수원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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