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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 도심 속의 사찰 '봉녕사' 풍경
2024-05-17 13:29:27최종 업데이트 : 2024-05-17 13:29:25 작성자 : 시민기자   박정민
대적광전

대적광전


봉녕사는 수원 팔달구 우만동에 위치한 도심 속의 사찰이다. 고려 희종 4년(1208)에 원각 국사가 창건한 사찰로 대한불교 조계종 제2교구 본사 용주사의 말사(末寺)이다. 1970년대 묘전스님과 묘엄스님이 주지로 절을 이끌었고, 몰락해가던 봉녕사는 오늘날 비구니 교육의 근원지로 발전하기 이르렀다. 봉녕사는 사찰음식으로도 유명한 절이며, 사찰음식교육관도 운영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비가 쏟아진 석가탄신일 오후에 봉녕사를 찾았다. 이러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올라가는 길부터 차가 한가득이고, 우산을 쓴 사람들도 북적였다. 비옷을 입은 주차 안내 봉사자들은 길게 늘어선 차들에 차례차례 빈 자리로 안내한다. 약 20여 분 기다려서 주차를 하고, 절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니 천막 아래 자리를 마련한 각종 부스가 보였다.
 
먼저 대적광전으로 향했다. 일반 사찰의 대웅전과 같은 격인 대적광전은 화엄경에 등장하는 비로자나 부처를 주불로 모시고 있다. 비로자나불은 불교의 진리를 상징하는 부처로, 온 세상에 존재하는 불법의 진리를 '밝은 빛' 또는 '태양'으로 형상화한 부처이다. 이 비로자나불을 모신 법당을 대적광전이라 한다. 대적광전 앞에는 시민들이 향을 피울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놓았다. 무엇을 바라면서 향을 피웠냐는 질문에 한 시민은 "비가 와서 절에 올까 말까 고민했지만, 이렇게 기도도 하고 잘 온 것 같다. 뭐니뭐니해도 건강이 우선이지 않나. 우리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빌었다. 어머니가 조금 편찮으신데 얼른 쾌차하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적광전 법당

대적광전 법당


대적광전 내부로 들어가보았다. 실내에 연등이 빽빽하게 걸려있었다. 많은 시민들이 부처님을 향해 절을 하기도 하고, 바닥에 앉아 함께 온 일행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소원을 빌며 불전함에 돈을 넣고, 헌화용 꽃을 부처님께 바치는 시민들도 있었다.

관불의식을 행하는 시민

관불의식을 행하는 시민


대적광전 왼편으로 또 다른 줄이 늘어서 있었는데 아기부처를 목욕시키는 관불의식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옛 인도의 왕이 왕위에 오를때, 바닷물을 정수리에 뿌려 축하했다는 의식에서 유래되어, 이후 왕이나 높은 지위에 오르는 수도자의 정수리에 향수를 뿌리는 의식으로 변형되었다고 한다.

경전에 의하면, 부처께서 탄생하였을 때 여러 불교의 수호신들이 향수를 솟아나게 하여 아기 부처를 씻겼다. 이에 좋은 향수로서 아기 부처를 목욕시키는 자는 스스로 복과 지혜를 얻고, 그 공덕으로 이름이 높아진다고 전해오고, 이것이 현재의 관불의식으로 이어져 내려왔다.

관불의식은 부처님의 탄생을 축하하며, 스스로의 마음을 정화하고 본인의 앞날에 성불하는 의미도 담겨있어 많은 사람들이 석가탄신일에 절을 찾으면 이 의식에 참여한다.

용화각

용화각


대적광전 오른편으로 석조 삼존불을 모신 용화각이 있다. 이 삼존불은 1995년 대적광전 위쪽 언덕에 전각을 지으려고 터를 닦던 중에 발견되었으며 고려 말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불상의 머리 부분이 파손되었고, 눈코입이 마모되어 희미했으나 그 가치를 인정받아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51호로 지정되어 있다.
 
연화빵 부스 앞

연화빵 부스 앞


범종각 앞 마당에서는 판매, 먹거리 부스가 설치되어 있었다. 사찰음식으로 유명한 절답게 나물과 장류를 판매하는 부스도 운영되었고, 각종 불교용품 및 석가탄신일 맞이 헌화용 꽃을 팔기도 하였다. 한 부스 앞으로 긴 줄이 만들어져 있어서 가보니 봉녕사 우담화 합창단의 '계피향 가득한 맛있는 연화빵' 부스이다. 생긴 건 국화빵과 유사한데, 팥과 밀가루가 구워지는 냄새가 아주 일품이라 절을 찾은 많은 시민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바쁘게 구워내고 포장해도 줄이 줄어들지 않는다.

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던 한 시민은 "다들 줄을 길게 서 있어서 궁금했다. 비가 와서 날씨도 추운데 따끈따끈한 연화빵 먹으면 조금이라도 따뜻해지지 않을까 싶다."라며 웃었다.
박정민님의 네임카드

봉녕사, 석가탄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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