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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 함께 하는 23곳의 보물창고! 수원시 이웃나눔 공유박스
지역 주민들이 직접 운영 및 관리하는 나눔 창구
2024-07-24 10:37:59최종 업데이트 : 2024-07-24 10:37:54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선영
교동 어울림센터 1층에 있는 수원시 이웃나눔 공유박스

교동 어울림센터 바로 앞에 있는 수원시 이웃나눔 공유박스


팔달구 교동에 자리한 어울림센터를 지나는 길이었다. 우연히 발견하게 된 노란색 박스가 문득 궁금해진다. 진하고 선명한 샛노랑인데 왜 여태까지 눈에 띄지 않았는지 모를 일이다. 가까이 다가가 이름을 확인해 보니 '이웃나눔 공유박스'다. 수원 이곳저곳을 오가면서 공유냉장고는 종종 봤는데 공유박스는 처음이다. 요즘 주변을 챙기는 일에 너무 무심했나, 반성까지 하게 되었달까? 노란색의 아담한 상자는 이웃과 나누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누구나 이용해도 된다는 물품 보관소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문구가 적혀 있어서 이것만 봐도 사용 목적을 알 수 있다.

문구가 적혀 있어서 이것만 봐도 사용 목적을 알 수 있다.


"이웃 나눔 공유박스는? 한정된 지구자원을 위해 쓰레기를 최소화하여 남은 물품을 아껴쓰고 나누어 쓰고 다시 쓰면서 지속가능한 지구환경을 만들고 이웃에게는 행복을 나누어주는 마을주민 생활실천활동입니다." (출처 : 상자에 적힌 문구에서 발췌)

과연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지… 궁금하게 만드는 노란 상자를 앞에 두고, 열어볼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고 있었다. "누구나 넣고, 가져가세요!"라고 적힌 문구에 용기를 얻어 열어 보았더니, 3층으로 된 선반에는 두 개 층이 차 있다. 
 
물놀이 튜브는 작은 아이들 용이다. 아마도 지난해까지 잘 썼는데 아이가 크는 바람에 넣어두고 간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 집에도 이런 아이 용품들이 많았는데, 지난 날을 돌아보게 된다. 날마다 크는 아이들은 필요한 게 많지만 커갈수록 필요가 없어진 것들도 늘어난다. 필요한 사람을 찾아서 물려주는 것도 '일'이다. 처리하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해야 하는데, 이런 공간이 있다니 정말 잘됐다 싶다. 

이계절 여름에 쓰기 딱 좋은 것들이 들어 있다.

올 여름에 쓰기 딱 좋은 것들이 들어 있다.


또다른 선반에 든 것은 여러가지 모양의 블럭이다. 아이가 작을 땐 소근육 발달을 위해 크기가 큰 블럭으로 놀지만 아이가 클수록 놀잇감의 크기는 작아지게 된다. 옆에 있는 주머니를 열어보니까 동요가 나오는 장난감이다. 여분의 건전지도 들어 있다. 

아! 우리집에도 아기 시절에 쓰던 것들은 아직 남아 있다. 아이가 아끼던 거라 아무데나 버리지는 못했는데 공유박스에 넣어두고 동네 아이들 중에 누군가가 가지고 놀 걸 생각하면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낀다. 물건과도 이별할 때가 온 게 아닐까. 

수원시 공유박스 지도(사진 출처 :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제공)

탑동시민농장에서 발견한 반가운 '공유냉장고'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 건지 궁금한 마음에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 박종아 사무국장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참고로 공유냉장고는 벌써 6년째 운영되고 있다. 쓰고 난 뒤에 남은 먹거리를 공유함으로써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또 음식이 필요한 이웃과 나누는 공유냉장고는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공유박스는 작년부터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공유냉장고로 먹거리만 하다 보니까 나눌 거리 중에서 생활용품도 많이 있더군요. 쓰지 않는 물건을 '당근'에 팔거나 나눔 하기도 하지만, 일정한 시간에 어느 공간에서 만나야하는 불편함이 있지요. 마을에 있는 공유박스를 이용하면 자원순환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독일의 경우에는 '소셜 트리'라는 이름으로 주민들이 마을이나 담벼락, 나뭇가지에다가 상품을 걸어놓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거기에 영감을 얻어서 저희는 박스를 만들어서 담을 수 있게 했습니다."

탑동시민농장에서 발견한 공유냉장고

수원시 공유박스 지도(사진 출처 :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제공)


가장 많이 공유되는 제품은 전자제품, 학용품, 옷가지 등이라고 한다. 코로나가 한창인 시기에는 마스크도 많았다. 생리대가 없는 청소년의 뉴스가 떴을 땐 생리대를 넣어놓는 이들도 있었단다. 살면서 어려운 시절이란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과정이기에 공감하고 돕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리라. 

공유박스에는 2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다. 첫 번째, 관리자가 있어야만 설치가 된다. 두 번째, 24시간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두 가지 원칙이 세워지면 설치를 해준다. 초기에는 이런 모양의 박스가 아니라 다른 데서 실험을 했는데 관리자가 없는 경우, 쓰레기를 버리는 공간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그 뒤로는 반드시 관리자가 있는 곳에 자원순환박스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 공유박스의 단골 예감이 될 것 같다는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앞으로 단골이 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집에 있는 것들 중에서 더이상 쓰지 않는 아이 물건을 추려보았다. 작아서 쓸 수 없는 소형 마스크 새제품, 작아진 비옷과 운동화를 챙겼다. 훨씬 더 많지만 공유박스 크기를 생각해서 조금씩 채워넣을 생각이다. 간 김에 우리 집에도 필요한 것이 있다면 감사 쪽지를 남겨놓고 가져올 생각이다.

수원시가족여성회관 1층에서 발견한 수거 공간.

수원시가족여성회관 1층에서 발견한 수거 공간.


교동 어울림센터 1층에는 매주 토요일마다 재활용품을 분리배출하는 공간이 있다. 맞은편에 있는 수원시가족여성회관은 폐건전지, 플라스틱 병뚜껑, 청바지를 수거하는 공간이 있다. 나눠쓰고 다시 쓰는 삶은 이제 필수가 되었다. 앞으로 수원시 곳곳에 노란색 행복을 전하는 공유박스가 늘어나길 바란다. 

☎ 수원공유냉장고 / 공유박스 문의: 031-999-78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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