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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적인 소리가 감정과 색이 된다면? ‘오감으로 체험하는 올리비에 드브레’
수원시립미술관 《올리비에 드브레 : 마인드스케이프》 전시 10월 20일까지 개최 
2024-08-12 09:20:07최종 업데이트 : 2024-08-12 09:36:39 작성자 : 청년 시민기자   이다연
해가 지는 저녁, 수원시립미술관의 모습이다.

수원시립미술관 전경


팔달구에 위치한 수원시립미술관은 프랑스 투르(Tours)의 올리비에 드브레 현대창작센터(CCC OD)와 협력하여 올리비에 드브레(Olivier Debré, 1920-1999)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올리비에 드브레 : 마인드스케이프》 전시를 10월 20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드브레의 초기부터 1990년대까지 60여 년간의 작품 활동을 다루며, 약70여 점의 작품과 영상, 사진 등 아카이브를 통해 그의 예술적 여정을 살펴본다.

수원시립미술관은 화성 행궁 입구 앞 행궁 광장에 위치해 있어 사람들의 접근성이 매우 좋은 편이다. 매달 둘째 주 금요일과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저녁 9시까지 운영하는 야간 개장을 통해 늦은 저녁까지 사람들이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지역을 소재로 한 특색 있는 전시, 질 높은 전시를 주기적으로 개최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면서 단순히 감상이 아닌 교육과 체험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Part1. 소리의 파장이 여는 몸과 마음의 길
우연 강사가 수원시립미술관 5전시실에 앉아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연 강사가 아로마 요가, 사운드 힐링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뜨거운 태양이 한풀 꺾인 저녁, 현재 수원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되고 있는 《올리비에 드브레 : 마인드스케이프》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오감으로 체험하는 올리비에 드브레'를 체험하였다. 수원시립미술관 입구에서부터 안쪽에 위치한 5전시실에서 아로마요가 전문 강사와 함께 테라피 명상 수업 후, 프랑스 추상미술 작가인 올리비에 드브레 전시를 도슨트 해설과 함께 투어하는 프로그램이다. 

수업 시작 전, 텅 빈 5전시실에 부채꼴 모양으로 놓여 있는 요가매트가 흔히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기에 새삼 어색하다. 저녁 7시부터 우연 강사(한국아로마요가협회장)의 아로마 요가, 사운드 힐링 수업이 진행된다. 강사 앞에는 원 모양의 도자기 같은 싱잉볼들이 여러 개 놓여 있는데, 이는 크리스탈 싱잉볼이다. 근래 웰니스의 일환으로 주목받고 있는 싱잉볼(Singing-bowl)은 명상 입문자들도 쉽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통적인 치유 도구로 티베트, 네팔 등에서 전해져온 악기의 일종이다. 이를 '소리 명상'이라고도 하며, 막대로 그릇을 문지르거나 두드리면 밀도 있는 소리가 파장과 함께 몸속에 울려 퍼지며, 듣는 것만으로도 뇌파 수치를 감소시켜 심신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효과가 있다.

수업이 시작되고, 우연 강사는 네 가지 천연 아로마 향기를 제시한다. 향기를 맡고 오늘 자신에게 끌리는 향기를 찾으면, 그 향기를 손과 몸에 묻힌 채로 수업을 시작하게 된다. 네 가지 종류의 아로마 향기는 각 향기가 지니는 성격, 그리고 그 향기를 고른 사람의 성향까지 조금은 알아차릴 수 있다. 자신에게 잘 맞는 향기를 지니고 조금은 몽환하고 아른한 기분으로 아로마 요가 수업을 진행한다. 초반부터 명상을 하기보다는, 몸을 움직이고 심장 소리를 들으며, 온전히 나만이 가지고 있는 몸의 진동과 파장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진다. 단단히 뭉쳐 있던 근육을 이완하고 풀어줌으로써, 후에 사운드 힐링 때 소리의 파장이 몸속까지 들어올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수행이다.
우연 강사가 사운드 힐링 도구를 가지고 모든 공간을 돌아다니며 파장을 만들고있다.

마지막 명상 시간, 우연 강사가 사운드 힐링 도구를 가지고 모든 공간을 돌아다니며 파장을 만들고있다.


몇 분간 요가를 통해 몸에 열이 오르면, 요가 자세 중 하늘을 보고 눕는 '사바아사나' 자세에서 사운드 힐링을 시작한다. 앞서 언급했던 싱잉볼과 더불어 소리 명상에 사용되는 도구들을 가지고 공허하고 방대한 전시장에서 공명하는 자연의 소리를 생성해 낸다. '사운드 힐링'은 진동, 주파수 및 리듬을 활용하여 개인의 치유와 휴식을 촉진하는 방법이다. 소리로서 치유를 받을 때 우리는 몸을 포함한 모든 것들이 진동하는 상태에 있으며, 우리의 뇌파를 소리의 리듬과 주파수에 맞춰 동기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좀더 빠르게 휴식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수업을 마무리하면서 우연 강사가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잠시나마 모든 걸 잊게 해주는 소리는 바쁜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치료라고 생각해요." 싱잉볼의 곡선이 만들어내는 진동은 느리지만 빠르게 흘러가는 현대인의 시간을 잠시나마 멈추어 공명할 수 있는 틈을 만들어준다. 또한 자연의 돌을 깎아 정교하게 만든 싱잉볼이 내는 소리 또한 생명력 있는 자연의 소리를 닮아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자연은 항상 변하지 않고 멈춰 있는 것 같지만, 속에서 계속해서 변화하고 성장하고 있다. 자연만의 성장 속도를 소리로 표현하는 싱잉볼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다. 마지막 명상 시간에는, 우연 강사가 사운드 힐링 도구를 가지고 모든 공간을 돌아다니며 파장을 만들면서 동굴 속에 들어온 듯 생동감 있는 현장과 소리를 느껴볼 수 있게 했다. 그 시간 잠든 사람도 있고, 깨어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잠시 동안이라도 모든 걸 잊고 깊은 진동 속으로 가라앉는 상태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수업 시간 활용한 싱잉볼의 모습이다.

수업 시간 활용한 싱잉볼의 모습이다.

 

Part 2. 다음으로 이어지는 도슨트 해설, 그라데이션처럼 칠해지는 감정의 굵기
<올리비에 드브레:마인드스케이프> 1부의 모습이다. 그의 학창 시절부터 후기 작품까지 유기적으로 배치된 자료 영상과 사진이 전시장 한가운데 전시되어있다.

<올리비에 드브레:마인드스케이프> 1부의 모습이다. 그의 학창 시절부터 후기 작품까지 유기적으로 배치된 자료 영상과 사진이 전시장 한가운데 전시되어있다.


《올리비에 드브레 : 마인드스케이프》 전시는 총 세 부분으로 나뉜다. 1부 '만남, 추상으로', 2부 '심상 풍경의 구축', 3부 '여행의 프리즘'으로 구분되며 수원시립미술관 1,2,3 전시실에서 진행되고 있다. 올리비에 드브레는 프랑스 출신으로 파블로 피카소에게 인정받은 유명한 화가이지만, 한국에서는 그의 작품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의 일대기를 돌아보며, 작가만의 양식을 구축해 나가는 과정을 세 전시실로 나누어 보기 좋게 구성하였다.

또한 운영 시간 동안 시간대별로 11시/2시/4시 도슨트 해설을 함께 운영하고 있어, 작품에는 나와있지 않은 구체적인 작가 일생의 배경과 작품 창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다. 8월 5일부터 수원시립미술관 유튜브에 오픈된 《올리비에 드브레 : 마인드스케이프》 전시 수어해설 영상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누구에게나 제공된다. 영상 아래에는 자막 해설도 같이 나와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작품을 화면 옆에 띄워주며 설명하면서 본 전시를 자세히 보지 못했던 관람객들에게도 유용한 전시 해설 영상이 될 수 있다. (<올리비에 드브레:마인드스케이프> 수어 해설 영상)
수원시립미술관 공식 유튜브에 개시된 <올리비에 드브레:마인드스케이프> 수어 해설 영상이다.

수원시립미술관 공식 유튜브에 게시된 <올리비에 드브레:마인드스케이프> 수어 해설 영상이다.


올리비에 드브레 작가는 처음 기본적인 선, 사람, 제스처에 집중하며 1부에서는 다소 어두운 바탕의 작품들을 주로 제작하였다. 당시 그의 작품 「풀 밭 위의 소녀」는 구상주의와 추상주의가 혼합된 양식으로 주목받았으며, 파블로 피카소와의 만남으로 추상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 깊어지게 된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1부와는 다른 다채로운 색감이 눈에 띈다. 면과 색, 풍경, 감정, 얇은 레이어층이 눈에 띄는 작품을 선보인다. 큼지막한 작가의 작품들을 빈 공간을 많이 두며 공간을 넓게 이용함으로써 작가의 큰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마지막으로 3부 공간에는 작가가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그렸던 추상 풍경화들이 전시되어 있다. 나라별로 떠오르는 색감을 배치하며, 색 안에서 풍경을 보고 작가의 감정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 추상 회화를 감정이나 색의 언어를 제목에 직접적으로 적음으로써 보는 관객이 그림을 보고 이해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였다.

'하늘이 꼭 하늘색이어야 하는가?' 올리비에 드브레는 실제 풍경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자신의 오감을 통해 마음에 새겨둔 색채와 구성으로 자연풍경의 깊은 울림을 전달하고자 하였다. 단순히 회화만 작업하지 않고, 다른 조각이나 설치처럼 공간을 점유하는 형태로 발전시켰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선으로 시작한 그의 캔버스에는 실재하는 풍경의 모습이 사라지고, 내면화된 깊은 공간과 정서만이 색으로 남아 있다.

아로마 요가와 사운드 힐링 후에 이어지는 전시 관람을 통해 추상적인 소리의 향기와 색을 찾을 수 있었다. 드브레의 삶과 그의 예술에 완전히 몰입함으로써 개개인의 다채로운 색감들이 수원시립미술관을 오롯이 채우는 시간이었다. 본 전시는 수원시립미술관에서 10월 20일까지 진행된다. 
이다연님의 네임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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