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보이지 않고서 더 깊이, 더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다”
시각장애인 작가, 낭독 봉사자, 지역주민이 함께 한 낭독회 '마음의 눈으로 나를 만나다'
2024-08-28 17:58:11최종 업데이트 : 2024-08-28 22:17:27 작성자 : 시민기자 이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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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눈으로 나를 만나다> 낭독회 전경 2024년 8월 24일 토요일 오후 2시, 장안구 수성로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111CM에서 경기도시각장애인도서관이 주최한 낭독회 <마음의 눈으로 나를 만나다>가 개최되었다. 1부와 2부로 구성된 이번 행사에는 시각장애인 작가와 낭독 봉사자를 비롯한 여러 지역 주민들이 참석하였다. 1부에서는 시각장애인의 자전적 에세이 『마음의 눈으로 돌아본 내 인생』의 공동 저자 3인의 구술 자서전 낭독 및 미니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 PART 1. 시각장애인 작가 구술 자서전 낭독 및 인터뷰 〕 구술 자서전을 낭독하는 권택환 작가 첫 번째 순서로 권택환 작가가 「당신의 등불이 내 가슴에」를 낭독했다. 작가는 2000년, 50대 나이에 갑작스럽게 전맹(全盲)이 된 후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야만 했다. 재활 교육으로 점자를 배운 지 20여 년이 지난 202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수필과 시를 쓰기 시작했다. 이듬해 우정사업본부에서 주최한 공모전 '나에게 쓰는 편지'에 참가해 금상을 받았고, 올해는 한국문학신문이 주최한 제5회 전국장애인문학상 공모전에서 수필 '내 삶의 이정표'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내 삶의 이정표'에는 작가가 시각장애인이 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아내와 가족의 헌신과 배려 덕분에 새로 쓸 수 있었던 삶의 일대기가 담겨 있다.
권택환 작가는 때로는 강렬한 어조로 때로는 애절한 목소리로 청중들을 웃고 울리며 실명 후 절망을 이겨낸 여정들을 낭독했다. 대한민국 100대 명산 완등, 음악 봉사, 문학 활동 같은 다양한 도전에 나섰던 경험을 언급하면서 "내 생애 지표는 '긍정, 사랑, 감사'다. 시각장애인이라고 부끄러워하거나 창피해하지 말고, 당당하고 자신 있게 기죽지 말고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작가는 현장 인터뷰를 통해 "눈이 보일 때 보지 못했던 나의 인생을, 눈이 보이지 않고서 더 깊게 더 넓게 더 아름답게 보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이 나의 아내가 밝혀주는 등불을 따라갔기 때문이다"라며 아내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했다. 낭독이 끝난 후, 이한솔 담당자가 배귀엽 작가에게 미니 인터뷰를 하고 있다. 다음은 「모진 고난의 세월은 가고」를 쓴 배귀엽 작가의 낭독이 이어졌다. 그는 불의의 사고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어린시절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결혼 후에는 극심한 고부갈등으로 극단적 시도까지 했다. 그로 인해 시력을 상실하게 된 작가는 말하기 어려운 내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낭독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시력을 잃고 60세에 간병인 교육을 받은 이후에는 서울 맹학교에 입학해 안마사 자격증을 취득하며 중중 환자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사명감을 가지고 정성을 다해 '신의 손'이란 별명을 얻게된 일화 등 인생의 각종 애환을 이야기 한 배귀엽 작가는 "모진 삶을 살아가며 죽음만을 생각했던 내가 이제는 누군가를 도울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 스스로도 대견하다."고 고백했다. 마지막 낭독은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의 저자 남궁광수 작가였다. 그는 젊은 시절 수원에 한 자동차 회사 생산직으로 근무하던 중 능력을 인정받아 관리직으로 승진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49세 나이에 간 질환으로 두 눈을 잃게 됐다. 대한민국 국가품질명장에 선정될 정도로 성공한 삶을 보내다 병으로 갑작스럽게 두 눈을 잃어 몇 달을 침대에 누워 눈물만 흘릴 정도로 절망했지만, 마음을 다잡고 2년간 2500시간을 공부하며 안마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전맹이 되고 3년 6개월 만에 새로운 삶에 적응한 그는 '3무(無) 정신'을 강조하며, 자신에게는 "공짜, 포기, 불가능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도 주말에는 안마사로, 주중에는 의료기구 관련 회사에서 근무하며 한 명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남궁광수 작가는 자신을 위해 애써준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아직도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장애인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 점을 많은 분들이 알아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를 낭독한 남궁광수 작가 〔 PART 2. 낭독 봉사자들의 자서전·에세이 낭독 및 인터뷰 〕 2부는 '낭독 봉사자들의 자서전·에세이 낭독 및 인터뷰'시간이었다. 박경선 봉사자는 『걷는 사람, 하정우』(하정우 저), 강선주 봉사자는 『내일이 내 생애 마지막 날이라면』(히스이 고타로 저), 이선주 봉사자는 『미오기』(김미옥 저), 김석현 봉사자는 『나눔을 실천하는 재능 기부』(김석현 저), 김은미 봉사자는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위지안 저)를 선정해 일부를 낭독하였다. 『걷는 사람, 하정우』를 낭독하는 박경선 봉사자
경기도시각장애인도서관에서 목소리 기부를 통해 낭독 봉사와 함께 음성 도서, 소리 소식지를 제작하는 다섯 명의 낭독 봉사자들은 저마다의 인생사와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대학 방송국 아나운서로서 자신이 가진 목소리가 누군가에게 전달되길 바랐던 박경선 봉사자, 성우 지망생으로서 낭독 봉사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 강선주 봉사자, 이선주 봉사자는 어머니의 낭독 봉사활동을 보고 영향을 받아 함께 하게 됐다고 한다. 김석현 봉사자는 치과의사이고, 김은미 봉사자는 변호사다. 봉사자들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각자의 동기로 봉사를 시작했지만, 독서와 문학 교류를 통해 얻는 즐거움과 낭독 봉사자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모두 같았다.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시각장애인 작가들과 낭독 봉사자들 마지막으로 시각장애인 작가와 낭독 봉사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며 모든 행사가 마무리되었다. 경기도시각장애인도서관은 매년 낭독회 행사를 열어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지는 기회를 매개하고 있다. 이한솔 담당자는 "행사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며 "이번 낭독회는 시각장애인 21명의 자서전 『마음의 눈으로 돌아본 내 인생』의 저자를 중심으로 기획했다. 그중 권택환 작가님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목표한 바를 이루는 열정적인 모습을, 배귀엽 작가님은 삶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보여줄 것 같았다. 남궁광수 작가님은 삶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 긍정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3명의 저자를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오디오북을 이용한 '듣는 독서'가 유행하는 시대. 이날 낭독회는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이 문학을 통해 서로 마음을 연결하는 자리였다. 더 많은 시민들에게 행사가 알려져 앞으로도 시각장애인, 낭독 봉사자, 지역주민들을 잇는 낭독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경기도시각장애인도서관 내부 모습 (사진: 경기도시각장애인도서관 제공) 한편, 팔달구 화서동에 위치한 경기도시각장애인도서관은 (사)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운영하고 있다. 매년 낭독회를 포함한 문화 행사, 점자도서 제작, 낭독 자원봉사, 점자도서관 등을 운영하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평일 도서관을 방문하면 점자 도서, 촉각 도서, 오디오북 등을 1인당 5권까지 대출할 수 있다. 사전 신청 시 우편을 통한 자료 대출도 가능하다. [경기도시각장애인도서관] ○ 주소: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성로157번길 27-4 우영프라자 3층 ○ 운영시간: 평일 오전 9시~오후 18시 ※휴관: 매주 토/일요일 및 국가 공휴일○ 도서관 대표번호: 031-213-7722(내선3번) ★ 자원봉사 활동 문의: 031-213-5045 ○ 홈페이지: http://lib.eyes1004.com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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