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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박물관 서화교실 개강
9월부터 11월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10주간 강의
2024-09-05 16:12:10최종 업데이트 : 2024-09-05 16:11:41 작성자 : 시민기자   한정규

수원박물관 입구 양옆의 대나무 숲이 운치있다.

수원박물관 입구 양옆의 대나무 숲이 운치있다.


수원박물관 입구에는 수원에서 관찰사, 판관, 부사 등의 벼슬을 지냈던 사람들의 공적비가 열을 지어있다. 주차장을 지나 박물관으로 향하면 고인돌, 능행로에 있던 괴목정교 표석 등의 유물이 있고 양옆으로는 시원한 대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어 꽤나 운치있는 느낌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서화교실로 향했다.

무더웠던 긴 여름이 지나고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한 9월, 수원박물관 하반기 서화교실이 4일 오후에 개강했다. 서화교실 강의는 양택동 전 한국서예박물관 명예 관장이 진행했다. 양택동 선생은 대한민국서예대전 심사위원장,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 등을 역임한 당대 최고로 인정받는 서예가이다. 

서화교실의 교육목표는 '사자조진성(寫字調眞性, 글씨를 쓰는 것은 참된 성품을 지키는 길)'이다. 교육 과정은 처음 문자가 성립되던 시기부터 문자가 발전해온 과정을 '문자학'과 서예 이론으로 공부하고 수강생들이 원하는 서체를 직접 써주면서 서예 수업을 진행한다.

서예 수업 자료, 왼쪽부터 전서체, 예서체, 해서체, 행서체, 초서체 글씨

서예 수업 자료, 왼쪽부터 전서체, 예서체, 해서체, 행서체, 초서체 글씨


양택동 선생은 "서여기인(書如其人, 글씨는 그 사람과 같아서 글씨에 인품이 들어있다)이란 말이 있듯이 서예는 처음 배울 때의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무조건 많이 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한 글자를 쓰더라도 글자가 만들어진 배경을 알고, 서예 이론을 이해하고 써야 좋은 글씨를 쓸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하며 수업을 시작했다.

'인유착수(人有錯手,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때가 있다)'라는 글씨를 각각 전서체, 예서체, 초서체, 행서체, 해서체로 쓴 것을 칠판에 걸어놓고 수업자료로 활용했다. 자연스럽게 서체가 발달한 역사적 과정을 소개해 갑골문으로부터 금문, 전서체로 변화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강의했다.

이번 학기에 처음 수강하는 수강생은 "문인화를 배우고 있는데 문인화의 화제 글씨를 쓰기 위해 한글 서예를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수강생은 "오래전부터 서예를 배우고 싶었는데 이번에 결단을 내려 서예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서예를 오래 한 수강생은 "나이 들어서 서예보다 좋은 것은 없다"라며 서예 예찬을 한다.


서예 수업 시작 전 학예사가 수원박물관과 양택동 선생님을 소개하고 있다.

서예 수업 시작 전 학예사가 수원박물관과 양택동 선생님을 소개하고 있다.

 


서예를 배우려면 원칙적으로는 서체가 발달한 순서로 배우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현대적인 추세는 꼭 그렇지만은 않고 가르치는 사람마다, 수요자의 충족에 따라 서예의 입문 과정이 다르다. 그렇지만 처음 잘못 배우면 그릇된 습관에 빠져 평생 속된 글씨만 쓰게 될 수도 있다.

붓으로 글씨를 쓰려면 붓을 잘 다루어야 한다. 글씨를 쓰는 데는 원필(圓筆, 획의 끝이 둥근 모습)과 방필(方筆, 획의 끝이 각이 진 모습)이 있는데 두 방법을 정확히 익히고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전서는 원필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전서를 배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서와 해서를 배우면서 방필을 익혀야 한다. 전서, 예서, 해서를 익힌 후에 행서, 초서를 배우면 된다. 

한글 서체도 원필과 방필을 정확히 구사할 수 있어야 좋은 글씨를 쓸 수 있다. 한글 고체인 훈민정음 해례본, 훈민정음 언해본, 용비어천가, 월인천강지곡, 월인석보 등을 통해 원필과 방필을 익히고 흘림체인 궁서체 등을 배워야 능숙하게 한글 글씨를 쓸 수 있다. 


서예 수업 모습, 수강생이 원하는 서체를 직접 써준다.

서예 수업 모습, 수강생이 원하는 서체를 직접 써준다.


모든 서체가 몸에 완전히 익숙해졌을 때 광개토태왕 비문의 글씨를 꼭 한 번이라도 써봐야 한다. 이 글씨는 우리 민족의 독창적인 글씨로 당대에 동아시아 최강대국인 고구려의 정기가 느껴지는 글씨이다. 광개토태왕 비문의 글씨는 기교를 부리지 않아 고졸하면서도 강건하고 멋스러워 대교약졸(大巧若拙, 최고의 기교에 이른 것은 마치 졸렬한 것처럼 보인다)의 경지를 느낄 수 있다. 초보자가 쓰면 절대 고졸한 멋을 이해하지 못한다.

필자는 해서체를 배우며 서예에 입문해 예서, 행서, 초서를 10년 이상 쓰고 광개토태왕 비문의 글씨를 익히면서 고졸함이란 것을 터득한 후에 금문을 쓰기 시작했다. 금문(金文)이란 주나라 청동기에 새겨진 글씨를 말한다. 갑골문에서 발전한 글씨로 초창기 문자에 해당하며 진시황 때 소전체로 통일되기 이전의 글씨이다. 금문은 문자학에 접근할 수 있는 글씨로 예술성과 작품성이 있는 글씨이다. 이번 학기에도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금문으로 쓰고 있다.


양택동 선생이 써준 글, 왼쪽은 초서체이고 오른쪽은 금문이다.

양택동 선생이 써준 글, 왼쪽은 초서체이고 오른쪽은 금문이다.


정조대왕은 서여기인이란 서예관을 바탕으로 신하들에게 올바른 글씨를 쓰도록 했다. 서예 이론에 정통하고 역대 왕 중에서도 글씨를 잘 쓴 왕이었다. 정조대왕의 영향으로 수원에 남아있는 화성장대, 화성행궁, 팔달문, 신풍루, 봉수당, 낙남헌, 화홍문 등의 현판 글씨는 당대의 모범적인 서체와 시대상을 읽을 수 있다.

서예를 안 이후에는 수원화성과 화성행궁을 답사하면서 건물에 붙어있는 현판 글씨를 자세히 보게 된다. 현판 글씨는 그 건물의 격조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중동 사거리에서 팔달문 방향으로 걸으면서 팔달문 현판 글씨를 보면 웅장함과 당대의 힘찬 기상을 느낄 수 있다. 

요즘에는 문화센터 등에서 음악, 미술, 어학, 서예 등 다양한 것을 배울 수 있다. 어떤 것이든 스스로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배우면 삶의 여유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서예는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좋다. 한번 도전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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