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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배우 낭독연극, 내게 24시간이 남았다고?
삶을 돌아보는 연극 <메멘토 모리> 9월 20일 수원시평생학습관 대강당 무대에 올리다
2024-09-24 13:38:09최종 업데이트 : 2024-09-24 13:38:07 작성자 : 시민기자   강영아

표현 연습과 대본 만들기를 하고 있는 '삶을 돌아보는 낭독연극' 참여자들

표현 연습과 대본 만들기를 하고 있는 '삶을 돌아보는 낭독연극' 참여자들

 

수원시평생학습관의 2024년 3분기 프로그램 중 하나인 핵심 배움학교의 '삶을 돌아보는 낭독연극'이 수원시평생학습관 대강당 무대에서 열렸다. 
 
단 한 번이라도 '연기'라는 걸 해보고 싶었거나, 내 이야기를 연극을 통해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고, 부담없이 대본을 보며 연극에 참여하고 싶은 수원 시민 누구나를 대상으로 시민배우를 모집했다. 12회차 과정으로 대본 작업과 공연 연습을 하여 지난 20일 막을 올렸다. 

낭독연극은 대사를 외워서 연기하는 전통적인 연극과는 달리, 배우들이 대본을 들고 연기하는 연극 형태이다. 대사의 전달과 감정 표현에 중점을 두어 배우들의 연기력과 음성 표현력을 더욱 강조하는 극예술이다. 또한 무대 장치나 의상 등의 시각적인 요소를 최소화하여, 대본의 내용과 캐릭터의 감정을 더욱 깊이 있게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삶을 돌아보는 낭독연극'은 누군가의 부모, 부인, 남편이 아닌 오롯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나의 이야기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커뮤니티 구성 독려 및 사회 참여를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지원자 15명 중, 무대에 서는 사람은 강부신, 김복자, 백정화, 세쯔꼬, 심혜련, 염창선, 이송현, 이양신 8명이다. 참여자 몇몇을 제외하고 연극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은 없었지만 7월 5일부터 매주 금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수원시평생학습관 영상강의실에서 연극적 기법과 표현 연습을 배우며 대본 만들기에 열정적으로 참여하여 연극을 완성시켰다. 

 

수업 첫날, 노기주(예술교육기업 모색 대표, 문화예술교육사) 연출가의 지도로 죽음과 삶에 관해 나눈 '나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약 나에게 24시간만 주어진다면...."이라는 주제로 대본으로 만들었고, 마지막 차시인 9월 20일에 지인과 가족을 초대하여 무대에서 선보인 것이다.

참여배우들, 왼쪽부터 염창선, 강부신, 심혜련, 세쯔꼬

참여 배우들. (왼쪽부터) 염창선, 강부신, 심혜련, 세쯔꼬
 

삶을 돌아보는 낭독연극 <메멘토 모리>는 각자의 이야기를 나와 가족에게 쓰는 편지글이나 일기, 시로 표현하여 돌아가면서 발표하는 것으로 진행했다.

 

극 중에서 극을 이끌어 가는 강사역을 맡은 염창선 배우는 극단 대표이자 연출가이며 극작가이다. 그는 "2022년 뇌종양 수술을 하면서 염창선은 이미 한 번 잠들었고, 수술에서 깨어나면서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때 결심했어요.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면서 살고 싶다고. 수술 이후 새 인생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덤으로 사는 이 인생 두려울 것이 무엇일까요. 지금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고 있네요."라며 자신의 투병과 연극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극의 첫머리를 열었다.

이어서 아들의 방을 청소하다가 비열하고 속물적인 엄마라고 표현한 메모를 보고 좌절하여 앞치마를 두른 채 집을 나왔다는 이송현 배우.

"이 지긋지긋한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었고, 실패한 내 삶이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차 안에서 꺼이꺼이 소리 내어 울며, 한참을 달리다 지쳐서 어딘지 모를 곳에 잠시 차를 세웠어요.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몰라 주위를 둘러보던 그때, 하늘 높이 누군가가 띄운 연이 보였어요. 긴 연줄에 묶인 연은 멀리 도망가지 못해 제자리에서 맴돌고, 가늘고 긴 연 꼬리는 바람에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었어요. 아, 내 삶은, 아내라는 그리고 엄마라는 연줄에 묶여 늘 제자리에서 맴돌고, 멀리 도망가고 싶은 자아는 욕망의 꼬리가 되어 흔들리고 있구나. 저 줄을 끊으면 나는 어디로 가게 될까."

아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나쁜 엄마는 되지 말자는 이송현 배우는 매서운 바람에 마구 흔들리는 아들, 그런 아들을 붙들고 있는 얼레는 언제나 돌아와 쉴 수 있는 집, 우리집이라고 하였다.

삶을 돌아보는 낭독연극, 메멘토 모리 공연 포스터

삶을 돌아보는 낭독연극, <메멘토 모리> 공연 포스터


세 번째 차례로 발표한 세쯔꼬 배우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늘 비교하고 비판하느라 바빴다면서, 살기 위해 한국인처럼 되려고 애쓸수록 공허해지고 텅 빈 마음을 채우려고 몸을 혹사시키며 일에 몰입했단다.
 

"난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지구인, 자연인이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해 뿌리를 내릴 수 없었던 불안과 슬픔을 이겨내 이제야 정체성을 찾았는데...... 이제 막 날개를 펴고 날고 싶었어. 그런데 죽어야 한다니 너무 분하다! 분해! 그래도 많은 고생 끝에 깨달았잖아. 지금까지 쌓인 내면의 보석들은 영혼에 흡수되어 죽음조차 빼앗아 갈 수 없을 거야." 
 

이어서 아이들에게도 안녕의 말을 전한다. 

"나에게 태어나줘서 너무 고마웠어. 너희들 덕분에 빛나게 행복했어. 얘들아. 마음껏 사랑해. 세상에 맞춰 살지 말고 자신을 믿고 직감에 따라 움직여. 인생은 짧더라. 되고 싶은 세상 그리며 너희 살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살아."

 

세쯔꼬 배우의 자녀를 바라보는 자유로운 시선에 공감하였다는 김복자 배우가 언니에게 자신의 반려견을 부탁하며 쓴 편지로 다음 순서를 이어 나간다.
 

"내가 죽으면 제일 걱정되는 것들이 나밖에 모르고 나만 바라보는 이 아이들이야. 내가 살아가는 동안 이 아이들로 많은 위로를 받았고, 이 아이들로 내 삶의 순간순간들이 좋았어. 나에게 있어 이 아이들은 강아지가 아니라 자식과 같아. 제발 이 아이들에게 남은 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보살펴 줘."
 

김복자 배우는 그동안 표현한 적은 없지만 언니가 내 언니라서 감사하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다는 언니에게 자기의 책임을 떠 안기고 떠나서 정말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을 마쳤다.

참여배우들, 왼쪽부터 이양신, 백정화, 김복자, 이송현.

참여배우들. (왼쪽부터) 이양신, 백정화, 김복자, 이송현.


자식이나 반려동물에게나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사랑인지, 사랑이 책임감인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면서 이어진 발표자는 시인 강부신 배우. 그는 시, '내 본향으로 갑니다'를 낭송하면서 다음 순서를 이어 나갔다.
 

"총고백과 마지막 성체를 모시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가난한 삼대독자 집에 셋째 계집아이로 세상에 나온 아이, 강보에 싸여 한 구석으로 밀쳐졌다. 살고 싶어요, 내게도 살 권리가 있어요. 울음으로 관심을 끌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늘 타인을 의식하고 인정받고 싶은 성격이 형성되었다." 
 

부드럽고 너그러워지려고 심리공부와 미술치료를 배웠고, 묻어 두었던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시인 강부신, 에세이 작가 강부신으로 타인들에게 인정받아 조금 위로가 되었다고 한다.

 

'나의 죽기 하루 전 일기'를 들고 온 심혜련 배우는 자신의 일상 중에 한가닥의 불만도 없이 충만했던 적이 있었나, 생각해 보았단다. 
 

"내가 내일 죽는다고? 난 이 세상을 누리러 왔는데 아직 충분히 못 누렸다고! 나는 계속 성취하고 싶었어. 못할 바엔 안 하고, 하면 최고가 되고 싶었어. 그러니 I am still hungry야. 맨날 헝그리야. 아닌 척 하지만 계속 헝그리야. 그만 해. 그만 잘해. 잘해도 잘해도 계속 넌 못하는 상태가 되잖아. 헝그리 고래 안녕~ 이제 진짜 하루 남았는데 안녕하자. 오늘은 뭘 하든지 간에 만족을 선택 해야겠어. 남은 시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을 보내도 된다고 나에게 허락해 줘야겠어. 허락해 줄게. 오늘은 그렇게 해. 혜련아."

9월 13일 수원시평생학습대강당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9월 13일 수원시평생학습대강당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스스로 만족해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는 심혜련 배우가 자리에 앉자 이양신 배우가 그 뒤를 이어 남편에게 쓰는 편지를 읽어 나갔다.


"당신의 울타리 안에서 부족함 없이 편하게 살면서도 마음을 표현하는 게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 맘껏 표현해주지 못한 게 너무 미안해. 당신과 많은 대화를 하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되더라."

사는 동안 함께여서 행복했다고 읽으면서, 다음 생에도 다시 만나면 솔직하게 감정을 맘껏 표현하면서 좀 더 살갑게 알콩달콩 살고 싶다고 하였다.

 

마지막 발표자는 백정화 배우, 인생의 마지막 편지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쓸 말이 없어졌다고 한다. 슬픔은 남겨진 사람의 몫, 죽음을 아쉬워하면 무엇하고, 속상해하면 뭐 하겠느냐고 이미 벌어진 일이라고 말한다.


"나는 내 이름에 집착하며 살았던 것 같아. 강사 백정화처럼 허울좋은 이름말이야. 근데 막상 죽을 때가 되니까 그런 거 다 소용없더라. 살면서 중요한 건 내 이름이 아니라, 나와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었다는 걸 깨닫고 가." 
 

그는 이 시간을 통해 삶과 죽음이 한 선상에 있고, 그 두 가지가 다른 게 아니란 걸 느낄 수 있게 되었다고 하면서 육신은 죽어 묻혀도 남아 있는 가족의 마음엔 내가 살아 숨쉬고, 함께 있을 것이라 하였다. 어서 가서 세상의 빛도 못보고 먼저 간 둘째 아이를 안아주려고 한다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삶을 돌아보는 낭독연극, 메멘토 모리 공연사진 (사진제공: 한소리)

삶을 돌아보는 낭독연극, 메멘토 모리 공연사진 (사진제공: 한소리)


모두의 발표가 끝나고 염창선 배우는 "오늘 당신이 헛되이 보낸 이 하루는,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하루라는 사실을, 단 하루면 인간적인 모든 것을 멸망시킬 수도, 다시 소생시킬 수도 있다."면서 "오늘 여러분은 어떤 하루를 만들고 싶나요? 내가 무심코 생각없이 살아가는 이 하루가 어떤 이에겐 절실한 하루이듯이 저희가 이 하루하루를 절실한 맘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의미있고 가치있게 살아가셨으면 좋겠다."고 마무리 인사를 하였다.

 

이양신 배우는 시니어 극단 엑시떼 단원이기도 한데 공연 준비한 소회로 "나에게 이번 낭독극은 치유의 시간 이었다"고 하면서 "일상이 무료하게 느껴지고 우울감이 들면서 쓸데없는 걱정이 많아지고 불안감이 엄습해오더라구요. 뭔가 출구를 찾아야 했는데 마침 낭독극을 알게 되어 평소 연극에 관심이 많았기에 호기심으로 참여했어요. 만약 나에게 24시간만 주어진다면!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극본을 쓰고 연습하는 과정을 통해서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통해 삶의 활력을 찾았고 하루 하루를 소중하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려구요."라고 밝혔다.

 

또한 일본인으로서 공연에 참여한 세쯔꼬 배우는 "태어나면서부터 겁쟁이였어요. 겁이 많고 긴장하면 머리가 하얘지고, 흑역사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도전하고 싶었어요."라면서 이번 연극에 참여한 느낌을 말하면서 연출가와 동료 배우들에게 다음과 같이 감사의 말을 덧붙였다. 

"노기주 선생님이 지도를 잘해 주셔서 내 안에 있는 참 나를 끄집어 내어 가족한테는 말을 하지 못했던 그런 이야기들을 서로 같이 나누면서 깊은 신뢰감이랄까 친근감이 올라가면서 같이 작업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감사합니다."

 

변진섭의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가 부드럽게 깔린 객석에서 공연을 관람한 참여배우의 시아버지는 "주제가 너무 무거워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하지만 지나 온 시간을, 생을 마무리하는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감동적인 시간이었다."고 관람 소감을 전해주었다.

 

노기주 연출가는 "오늘 공연을 보면서 울었다. 너무 잘해주셔서 그냥 고맙다는 말만 드린다."고 하면서 열심히 멋지게 공연해 준 배우들에게 감사하다고 하였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24시간뿐이라면, 과연 나는 무엇을 할까?

내가 당장 내일 죽는다면 나는 누구에게 어떤 말을 할까?

내 인생을 돌아보며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을까?

내가 살면서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소중한 추억을 위해 시간을 보낼까?

결국 앞서가거나 뒤따라 가게 되는 우리, 너와 나, 우리에게 사랑해. 하고 말하고 싶다.

공연을 마치고 연출가와 참여배우들의 단체 기념사진

공연을 마치고 연출가와 참여배우들의 단체 기념사진


한편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는 대상별 맞춤교육인 '핵심배움학교'를 비롯해, 시민이 주도하는 '언제든학교', 여러 기관과 협력해 진행하는 '도란도란학교', 인문 교양과 문화예술 소양을 기를 수 있는 '행복인문학교'와 생활 문화 교육 '함께 사는 학교', 첨단 미래 교육을 담당하는 '미래이슈학교'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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