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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초등대안학교에서는 무엇을 배우나요?
칠보산자유학교 4학년들의 금강 자전거길 146km 종주 여행기
2024-09-30 09:47:51최종 업데이트 : 2024-09-30 10:50:31 작성자 : 시민기자   최지영

여행을 떠나는 아이들

여행을 떠나는 아이들


서수원 칠보산 자락에는 대안학교가 있다. 수원칠보산자유학교라는 이름으로 초등과 중등학교가 나란히 위치하고 있다. '대안학교'라는 말을 떠올리면 공교육과는 다른 교육을 지향할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어떤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 울타리 속에 들어가기 전에는 알기가 어렵다. 

칠보산자유학교 학생들이 배낭을 메고 어디론가 가는 모습, 헬멧을 쓰고 자전거를 타고 일렬로 줄을 맞추어 가는 모습, 칠보산 자락을 오가고 개천에서 물놀이를 하는 모습, 보통의 학교라면 수업이 한참 진행될 오전 시간에 논밭에서 자주 보이기도 한다. 


수원칠보산자유학교에서는 무엇을 배우는 것일까?

칠보산자유학교는 자유와 생명의 가치를 추구하며 여행을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 초등1~4학년까지는 1년에 2회, 5학년이 되면 3회, 6학년이 되면 4회의 여행을 떠난다. 자신이 꾸린 배낭을 메고, 때로는 자전거를 타고 전국 각지를 여행한다. 

초등학교 4학년 '폭신폭신' 반에는 7명의 학생이 있다. 학생들은 9월 23일부터 27일까지 4박 5일간 금강자전거길 146km를 종주하고 군산 일대 역사 여행을 했다. 첫째날 37km를 시작으로 43km, 66km를 달려 금강 자전거길 146km를 완주했다. 3학년 때 일반 초등학교에서 대안학교로 편입학 한 김OO 학생은 4학년의 유일한 여학생이다. 작은 체구에 자전거 여행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얼굴은 까매졌지만 건강함이 느껴진다. 
자전거 여행 첫째날

자전거 여행 첫째날


김OO 학생에게 4학년 자전거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체력 훈련을 했어요. 1학기 때부터 꾸준히 스쿼트를 하는 과제가 있었어요. 장단지가 튼튼해 졌어요. 그리고 금요일에 하는 학교 밖 학교 수업 때 자전거를 타고 지역 여행을 하면서 자전거 타는 훈련도 같이 해요. 작년에 전학 와서 자전거를 처음 탔는데 여행도 갈 수 있을 만큼 자전거 타는 실력이 늘었어요." 
자전거 연습

자전거 연습을 하는 아이들


학년별로 떠나는 여행은 담임 선생님이 교과 과정과 연계하고 학생들의 특성을 고려해서 계획한다. 4학년 담임교사인 나무꾼 선생님은 "새학년이 되고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보니 곧잘 타기도 해서 2학기 학년 여행을 자전거 여행으로 기획해 보았어요. 1학기에 체력을 기르고 자전거 타는 경험을 늘렸는데 점점 잘 따라오더라구요. 그래서 이번 여행을 무리없이 잘 완주했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아이들이 한층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보여서 대견했습니다."라며 여행에 대해 소개했다.

아이들은 여행수첩에 손으로 꼭꼭 눌러쓴 칠보산자유학교 어린이 선언문을 마음에 담는다. 이번 여행의 목표는 두 가지이다. 첫 번째, 스스로 하기. 내 손으로 준비하고 내 발로 걷는 여행. 두 번째는 함께 하기. 더불어 행복 느끼기, 음식 나누어 먹기, 아픈 사람 돌보기, 서로 돕기, 다투지 않기다. 아이들은 며칠간 함께 여행을 하면서 이러한 목표를 실천해 본다.

수원칠보산자유학교 어린이 선언문

수원칠보산자유학교 어린이 선언문
여행 일기여행 일기
 

아이들은 여행을 마치면 하루하루를 기록하며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참가 학생의 여행 수첩 일부를 발췌해 보았다.

오늘은 금강 자전거 길을 완주하는 날이다. 00이가 힘이 똑 떨어졌는지 오르막길 바닥에 자빠져버렸다. 그래서 내가 자유시간 초코바를 00에게 갔다줬다. 뿌듯헸다....  오늘은 오르락 내리락이 많이 없어서 나름 괜찮았다. 그래도 힘든 건 똑같았다.... 00이가 넘어졌다. 어디 박아서 넘어진 것 같다. 다시 출발했더니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00이가 망둥어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보니까 망둥어가 갯벌에 널려 있었다. 신기했다. 그렇게 계속 갔다. 힘들게 가다가 결국은 금강하구둑 스템프를 찍었다.... 뿌듯하고 고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부대찌개가 맛있었다.
국토종주 자전거길 여행수첩_ 금강자전거길 완주

국토종주 자전거길 여행수첩_ 금강자전거길 완주


스탬프가 꼭꼭 찍힌 수첩을 보니 긴긴 여정이 보이는 듯하다. 넘어지기도 하고, 송충이를 만났다는 것, 망둥이를 봤다는 것 그런 아이만의 스토리가 담겨 있는 흔적일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성취감으로 채워지지 않았을까? 아이들은 모든 여정을 마치고 출발지였던 학교로 다시 돌아왔다. 출발할 때의 뽀송함은 사라지고 햇빛에 그을린 모습이지만 더욱 멋있어 보인다.
잘 도착했어요

"잘 도착했어요." 도착 기념 촬영


자전거 종주 여행에 참가한 A학생은 여행 수첩에 이렇게 소감을 남겨 두었다. "학년 여행에 엄마, 아빠가 없어서 잠을 잘 못 잘 것 같아서 두려웠는데 잘한 것 같다. 자전거 수첩에 스티커를 못 받아 아쉽기도 했지만 다음에 엄마, 아빠와 놀러 갈 때 받아야겠다. 5학년 때도 화이팅!" 아이들은 힘든 여행 끝에 다음 여행의 화이팅을 기약하며 또 다른 도전을 해 나갈 것이다.

김OO 학생의 아버지는 "편입해서 직접 자전거를 가르쳐준 게 작년의 일인데 담임 선생님이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신다고 해서 처음에는 걱정이 되었어요.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면서 오래 달릴 수 있게 되는 것을 보고 '가능할 수도 있겠는데' 했는데 진짜 완주를 하고 왔네요. 도착해서 품에 안기는 아이는 작은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교에서 다양한 도전을 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편입한 것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라며 소감을 전했다. 

여행 마무리 시간

여행 마무리 시간


함께 여행한 사진 속 아이들은 호기심 많은 개구쟁이 같다. 며칠동안 자전거를 타고 146km를 달린다는 것이 어른들도 쉽지 않은 일인데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 없이 넘어지고 일어나며 결국 모두 무사히 완주했다니 마냥 어리게 볼 수도 없을 듯하다. 서로를 돌보며 이 여정을 함께 해 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참으로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을 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사람은 같아 보이지만 다른 사람이 되어 온다. 낯선 환경에서 예기치 않은 상황을 마주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기도 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힘들어도 끝까지 해내는 경험도 값지다.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는 학생의 반짝이는 눈빛이 미소를 짓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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