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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간판은 예쁜 꽃을 보는 느낌이 든다
10월 9일 제578돌 한글날을 맞아 동네를 걸어보니
2024-10-07 10:45:03최종 업데이트 : 2024-10-07 10:45:01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호매실동 미술 학원 이름. '내 곁'에 '그림'을 두는 일은 그림 그리는 일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느낌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그림을 그리는 일을 사랑하게 된다.

호매실동 미술 학원 이름. '내 곁'에 '그림'을 두는 일은 그림 그리는 일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느낌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그림을 그리는 일을 사랑하게 된다.


  10월 9일은 제578돌 한글날이다. 한글날을 앞두고 수원특례시는 뜻깊은 행사를 했다. 한글 간판의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외국어 간판을 한글 간판으로 교체하는 비용에 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업이었다. 사업 참여자를 10월 1일까지 모집하고 행정 절차를 진행한다. 아울러 9월 2일부터 10월 1일까지 '우리 동네 아름다운 한글 간판 사진 공모전'을 했다. 주변에서 한글 간판을 촬영해 응모하는 행사다. 이런 행사를 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그만큼 외국어 간판이 많다는 의미다. 

  여름이 물러나고 가을이 오는 동네를 걸어봤다. 건물이 여기저기 솟아 있다. 건물에 목숨을 걸고 붙어 있는 간판도 많다. 간판은 사람들에 눈에 들어야 한다. 그래서 밤에는 불빛을 내며 사람들에게 손짓한다. 이름도 큰 몫을 하니 멋지게 지어야 한다. 

미장원은 외국어 간판이 많다. 이 간판은 소박하고 친근감이 넘친다.

미장원은 외국어 간판이 많다. 이 간판은 소박하고 친근감이 넘친다.


  그래서일까. 외국어 간판이 많다. 자주 가는 빵집, 아이스크림 가게, 카페는 간판에 아예 로마자 알파벳만 썼다. 일본어 표기 간판도 보인다. 이런 곳은 메뉴판도 일본어로 되어 있다. 메뉴판에 우리말이 없어서 불편하다고 했더니, 음식점 주인이 "일식이기 때문에 특별히 우리말로 할 수가 없다."라고 한다. 이렇게 하면 일부 사람들은 이국적인 분위기가 나 오히려 좋다고도 한다.

한글 간판은 괜히 기분이 좋고, 마음도 편안하다. 병도 맑게 나을 듯하다.

한글 간판은 괜히 기분이 좋고, 마음도 편안하다. 병도 맑게 나을 듯하다.


  이런 가운데 한글 간판을 보면 반갑다. 한글 간판은 당연한 현상인데 마치 잡초밭에 홀로 예쁘게 피어 있는 꽃을 보는 느낌이다. 호매실동에서 '내 곁에 그림 한 점'이라는 미술 학원 간판이 있다. 간판은 보통 명사로 되어 있는데, 여기는 짧은 구로 되었다. '내 곁'에 '그림'을 두는 일은 그림 그리는 일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느낌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그림을 그리는 일을 사랑하게 된다. 소박하고 친근감이 넘치는 간판은 마음도 따뜻하게 느껴진다. 미술 학원 원생들의 꿈도 반짝반짝 빛날 것이다. 

  화성동에 영복여자고등학교 정문 앞에는 '예쁜 손 음악학원'이 있다. '예쁜 손'만 봐도 피아노 학원임을 알 수 있다. 예쁜 손으로 피아노를 치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아름다운 선율이 가슴으로 밀려온다. 파장동에는 '고운 손 요양원'이 있다. 간판에 요양원 서비스를 느낄 수 있다. 

예쁜 손으로 피아노를 치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아름다운 선율이 가슴으로 밀려온다.

예쁜 손으로 피아노를 치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아름다운 선율이 가슴으로 밀려온다.


  이 밖에도 호매실동에 '언니들의 미장원', '햇살 약국', '꽃씨 미용실', 금곡동에 '속눈썹 할걸', 구운동에 '날이 좋아서(카페)' 등 한글 간판이 제법 많다. 호매실동에 사는 이혜경 씨는 "한글 간판은 괜히 기분이 좋다. 마음도 편안하다."라고 말한다. 
 
느낌과 사진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린다.

느낌과 사진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린다.


  민선 8기 수원특례시의 '수원을 새롭게 시민을 빛나게'라는 슬로건도 한글의 장점을 잘 살린 문구다. 여기에는 역사적 전통을 잇는 시정 방향이 드러난다. '수원을 새롭게'하는 정책은 정조의 개혁 도시 건설을 계승한다. '시민을 빛나게'하는 것은 정조의 애민 정신을 연상할 수 있다. 짧은 문장이지만 정책 방향을 명확히 표현하고 있다. 문장이 대구를 이루고, 3음절로 연속된 단어의 운율도 입에 잘 붙는다. 이게 우리말의 힘이다. 지자체 슬로건 중에 영어로 된 것이 많은데, 공공기관으로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수원특례시 슬로건. 한글의 장점을 잘 살린 문구다. 정조의 개혁 도시 건설과 애민 정신을 계승하는 시정 방향이 드러난다.

수원특례시 슬로건. 한글의 장점을 잘 살린 문구다. 정조의 개혁 도시 건설과 애민 정신을 계승하는 시정 방향이 드러난다.


  외국어 남발은 국어기본법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외국어 간판도 옥외 광고물 법을 위반한 사례다. 간판을 표기할 때는 원칙적으로 한글로 해야 하고 특별한 경우에 한해서는 외국어와 한글을 나란히 적을 수 있다. 즉 한국어 없이 외국어로만 간판을 표기하는 것은 불법이다. 정자동에 사는 어르신(88세)은 "우리 같은 노인들은 외래어 간판도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것이 많은데, 요즘은 아예 외국어로 쓰여 있는 것도 많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라고 아쉬워한다. 

  세종대왕은 한자를 모르는 사람들을 배려해 친히 한글을 만들고 반포했다. 이는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배려다. 그들과 소통을 위한 문자 정책이다. 외국어 간판은 외국어를 모르는 어린이와 어르신들을 불편하게 하고, 소통을 막는 주범이다. 

외국어 간판은 뽑아 버려야 할 잡초 같다. 한글 간판은 마치 잡초밭에 홀로 예쁘게 피어 있는 꽃을 보는 느낌이다.

외국어 간판은 뽑아 버려야 할 잡초 같다. 한글 간판은 마치 잡초밭에 홀로 예쁘게 피어 있는 꽃을 보는 느낌이다.


  10월 4일에 수원화성문화제 관람을 위해 화성행궁에 갔다. 그런데 놀란 것이 있다. 외국인이 참 많이 왔다는 것이다. 행궁 광장에 관광버스에서 외국인들이 단체로 내린다. 그들은 여기에서 무엇을 보길 원할까. 외국인이 보고 싶은 것도 한국의 모습이다. 마찬가지로 간판 등에도 외국어 표기가 가득한 모습이 아니다. 독창적인 문자를 쓰는 한국 고유문화를 보고 싶어 한다. 

  한글은 인류 문명사에 최고 발명품이라고 평가한다. 세계 저명한 문자학자나 언어학자들이 여러 차례 언급했다. 한글은 유일하게 만든 사람과 시기가 알려진 문자다. 과학적인 원리로 만든 문자다. 이렇게 우수한 문자를 우리가 자랑해야 한다. 예쁜 꽃을 다는 마음으로 한글 간판을 거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윤재열님의 네임카드

한글날, 한글간판, 외국어, 로마자표기, 수원시, 화성행궁, 윤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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