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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인문학콘서트 "박준 詩人의 마음읽기"
별마당도서관, 노벨문학상 신드롬 속 시인 박준 강좌 열어
2024-10-17 16:39:25최종 업데이트 : 2024-10-18 09:17:48 작성자 : 시민기자   진성숙

강의 시작은 나직나직

지난 16일 박준 시인이 수원 스타필드 내 별마당도서관에서 강연하는 모습.


한강 작가가 얼마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얼마나 대단한 경사인가. 철옹성처럼 열리지 않던 노벨문학상의 문이 한국에서도 드디어 열린 것이다. 일본에서는 가와바디 야스나리, 오에 겐자부로, 가즈오 이시구로(영국 국적) 등 세 명이나 수상했었는데, 우리나라는 한 명도 없어 온 국민이 문화적 박탈감을 느껴온게 사실이다.
 

한강 작가의 소설들이 높은 문학성과 날카로운 시대의 상처를 담고 있는 핍진한 문장으로 일찍이 돋보였지만 이번 노벨문학상은 놀라운 수상이기에 모든 문학인들뿐 아니라 온 국민이 고무되고 기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점가와 도서관엔 유례없는 한강 신드롬이 펼쳐지고 있다. 필자도 문학전공자이자 글쓰기를 즐겨하는 입장에서 뿌듯하고 설레는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이참에 우리 국민이 책도 많이 읽고 문학을 사랑하는 분위기가 진작된다면 좋겠다.

 

지난 10월 16일 오후 수원 스타필드 내 별마당도서관에서는 박준 시인의 인문학 콘서트가 열렸다. 계단까지 150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시인의 강의에 귀기울이기 위해 모였다.


박준 시인(1983~)은 현대 우리 시를 대표하는 명망있는 시인으로 손꼽힌다. 그는 2008년 실천 문학으로 등단했으며,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와 같은 시집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마치 편지를 읽어 주듯이 나직나직한 목소리로 전하는 시인의 감성적인 언어는 많은 이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다. 박준 시인은 소설가 한강의 책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를 출판한 창비에서 편집자로도 일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한 방송사에서 심야방송 디제이도 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한다. 시인이란 직업만으로 밥먹기 힘들어 이렇게 여러 직업을 겸하고 있다고 애교스런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필자는 작년 여름 행궁동 작은 서점에서 한번 시인을 만난 적이 있다.

 예술가들을 예를 들어가며 설명

예술가의 생애에 대해 이야기하는 박준 시인 


박준 시인은 재미있는 농담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3인의 작가가 한 방송사의 기행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각자 인적사항에 직업을 작성한 일화이다. 한 소설가는 '무직'으로, 김용택 시인은 '농사지음'이란 네글자로, 자신은 '노동자'란 단어로 직업을 표현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시인이란 타이틀에 왠지 겸연쩍고 쑥스러움을 느낀다고 작가는 전했다.

 

시인은 늦은 퇴근길 골목길에서 뽑기 기계에 눈과 발이 묶인 적이 있다고 한 글에서 밝혔다. 하지만 직접 시도해본 적은 없다고 한다. 기계를 세밀하게 조작하여 단 번에 뽑을 자신도 없거니와, 막상 가지고 싶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하나같이 가장 아랫부분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라 했다. 누군가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상술이라 말하겠지만 그는 이것이 삶과 문학에 관한 하나의 메타포처럼 느껴졌다고 피력한 적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늘 깊숙한 곳에 자리하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열심히 경청하는 관객들

열심히 경청하는 관객들

 
묵은 해의 끝 지금 내리는 이 눈도

머지않아 낡음을 내보이겠지만

 

영아가 오면 뜨거운 밥을

새로 지어 먹일 것입니다.

 

언손이 녹기도 전에 문득 서럽거나

무서운 마음이 들기도 전에

 

우리는 밥에 숨을 불어가며

세상모르고 먹을 것입니다.


-[좋은 세상] 부분 발췌-

 
시인은 자주 밥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느 시에선 아욱국을 끓이고 어느땐 쑥과 된장을 풀어 또 구수한 국을 끓이고 있다. 왠지 밥은 이상한 온기로 사람들의 누선을 자극한다. 밥을 지어서 먹이고 싶고 돌보고 싶은 마음. 그러면서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 그것이 배려이고 사랑이기 때문일까.

 

"돌보는 사람은 언제나 조금 미리 사는 사람이다. 상대방의 미래를 내가 먼저 한번 살고 그것을 당신과 함께 한번 더 사는 일. 이런 마음먹기를 흔히 작정(作定)이라고 하지만 작정(作情)이라고 바꿔 적어본다. 돌봄을 위한 작정. 그것이 사랑이다."라고 시인은 말한다.

 

시인은 詩를 쓰지 않는 사람이라도 詩想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시간속에도 우리 삶은 순간순간 서정적인 아름다움으로 빛나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특별한 기억보다 몇 배나 많은, 생각도 나지 않는 소소한 부분들이 촘촘하게 덮힌 기억의 아랫부분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 부분에 무엇이 자리하고 있는지 가만가만 살펴보고 싶은 가을이라 한다.

정작 시인이 시를 쓰고 생각하는 시간은 하루에 30분 정도라고 한다. 그 시간은 오롯이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하는 시간. 누구나 하루에 30분이나 한 시간 정도는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찾아서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자기를 위하고 토닥이는 시간을 가져보시라 당부한다.

 

작가는 QR코드에 대한 답변도 성의 있게 하고 친절하게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도 하여준다.

이날 강연 참가자 여성 한분은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법은 화를 내지 않는 것과 상처를 덜 받는것이란 말씀이 인상적이다. 누구나 살면서 이런저런 상처를 받는데 좀더 의연한 삶의 태도가 필요하고 시인의 당부대로 내 자신 더욱 매력적인 사람이 될 필요가 있겠다"고 강연 들은 소감을 말한다.

 별마당도서관 이달의 행사알림

'수원 별마당도서관' 이달의 행사 정보


언어의 아름다움으로 사람들 마음에 울림을 주고 따뜻함을 전달하는 박준 시인. 모국어의 역사적 심미성을 귀히 여기는 그는 백석이나 김종삼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스위스의 문예학자 에밀 슈타이거는 '서정의 근본은 회상'이라고 하였는데 박준 시인은 시에서 과거를 자주 돌아본다. 지나간 것은 다 그리워진다고 했던가. 삶을 아름답게 또는 고통스럽더라도 반추하고 마주보며 그 안에서 증류수 같은 맑은 영혼의 샘물을 퍼올리는 일을 우리는 해야하지 않을까.

그 울림을 퍼다가 필자도 유난히 따뜻한 밥을 지어먹은 그날 저녁이 특별히 아름다운 이유이기도 하다. 스타필드 별마당도서관에서는 매주 수요일이나 주말에 다양하고 고급스런 강연이나 음악회가 열리고 있으니 찾아서 나의 것으로 즐기시길 바란다. 특히 10월 26일엔  특급바이올리니스트 강주미(클라라 강)독주회가 열리니  많이 찾아가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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