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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원공원에서 펼친 '게릴라 가드닝' 
우리는 '녹색공동체 수원그린트러스트'... 봉사자는 수원의 희망
2024-10-17 17:54:15최종 업데이트 : 2024-10-17 17:54:13 작성자 : 시민기자   김효임
수원그린트러스트 김우진 강사는 식물을 심는 방법과 식물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수원그린트러스트 김우진 강사는 식물을 심는 방법과 식물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가을비가 내렸다. 오랜만에 방문한 효원공원에는 벌써 노란색 또는 갈색으로 물든 나뭇잎이 초록잔디 위를 뒹굴며 이슬을 머금고 물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효원공원은 수원 나혜석거리 상업 지대와 매탄동을 잇는 녹지축 밸트로 인계예술공원, 경기아트센터와 더불어 도심 속에서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공원이다. 잔디밭, 산책로, 토피어리원, 농구장, 체력 단련시설 분수대 등이 설치되어 있으며 한쪽에는 수원시와 중국의 항저우시 간의 우호 교류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월화원이라는 중국식 전통 양식 정원이 있다. 

15일, 평일 오후 한산한 공원에서는 어르신들이 맨발 걷기를 하거나 강아지나 아이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일 분 조용한 공원이었다. 이곳에 게릴라가 출몰했다. 가드닝을 하는 수원그린트러스트 봉사자가 바로 그들이다. 원래 게릴라 가드닝이라고 하면 생활폐기물이나 쓰레기들이 많이 쌓여 있는 곳에 예고 없이 새벽이나 밤에 쓰레기 대신 텃밭을 만들어 놓고 도망가는 콘셉트로 더 이상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도록 하는 활동이지만 이번은 효원공원 게릴라가드닝은 아주 오래전에 조성된 효원공원에 부족한 부분을 공원 콘셉트를 헤치지 않으면서도 어울리도록 심는 것을 목표로 기획했다고 한다. 

게릴라가드닝 식물식재 패턴

게릴라가드닝 식물식재 패턴


효원공원 중앙화단에 화살나무, 남천, 맥문동, 옥잠화, 공조팝, 원추리, 에메랄드, 삼색버들, 부용, 좀눈향 등을 심었다. 그냥 잔디만 있는 화단 가장자리 공간에 미리 땅을 파서 부숙퇴비를 넣어 식물을 심기 좋은 상태로 땅을 만들어 작업자들이 식물을 심기 편하게 되어 있었고, 둘레에는 테두리도 설치되어 있었다. 식물을 심는 일에는 대략 10명 정도의 인원이 참여했다. 

효원공원에서 게릴라가드닝에 참여하고 있는 수원그린트러스트 봉사자들

효원공원에서 게릴라가드닝에 참여하고 있는 수원그린트러스트 봉사자들


이득현 수원그린트러스트 이사장은 "오늘 행사를 위해 하느님께 전화드렸더니 오전에 비를 살짝 내려 주셔서 땅이 촉촉하고, 행사할 때는 비가 오면 안 된다고 했더니 하느님께서 알았다고 했다."라며 오늘은 식물을 심기 좋은 날씨라고 말했다. 

식물에 대한 정보와 심는 방법을 알려준 식물박사 김우진 강사는 "수원은 전국을 대표하고 세계를 대표하는 일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세계와 전국을 대표하는 일에 수원의 많은 단체가 활동하고 있지만 그중에 수원그린트러스트는 봉사 단체로 악조건의 날씨에도 굴하지 않고 수많은 활동을 해왔다"라며 "공원 조성이나 녹지를 만드는 일, 가로수를 가꾸고, 생태숲을 만드는 일을 시민의 참여와 기부를 통해 앞장서고 있다. 그리고 내가 수원그린트러스트 봉사일원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라고 했다.

덧붙여 녹색공동체로 도심 녹지공간을 확대하고, 시민과 청소년의 자원봉사를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다고 했다. 또 시민정원사 육성을 통해 우리동네 공원가꾸기 우리가족 공원 숲 만들기 등의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김우진 강사는 이미 만들어진 정원을 다시 가드닝 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처음 설계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식물을 심었는데 시간이 지나 훼손된 부분을 다시 복원하는 과정에서 처음 설계자의 의도를 모르기 때문에 고민이 두배 세배 깊어진다는 것이다.

정원을 다시 디자인하면서 공원에 원래 있던 측백나무와 어울리도록 중간중간에 그보다 작은 측백나무를 세 그루씩 디자인 했고, 파고라 쪽 낙엽수만 있어서 황량한 곳을 보완하기 위해 바닥에 맥문동과 사철 푸른 좀눈향을 도입했다고 한다. 맥문동과 스텔라원추리를 심을 때 깊게 심으면 잘 살지 못한다며 '쓰러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접어두고 심으라고 조언했다. 

효원공원 게릴라가드닝에 참여한 최00 (81세)씨가 맥문동을 심고 있다.

효원공원 게릴라가드닝에 참여한 최00 (81세)씨가 맥문동을 심고 있다.


약 1시간 반가량 호미와 삽으로 땅을 파고 식물을 심는 작업은 무척이나 허리가 아픈 작업이었다. 식물이 다치지 않게 간격을 맞추며 마치 땅에 그림을 그리듯이 식물을 심었고 마지막에는 물을 흠뻑 주었다. 키가 큰 측백나무는 지지목을 세워 넘어지지 않게 보완했으며 맥문동이나 스텔라원추리를 심고 난 후에는 경계선이 잘 드러나도록 깨끗하게 마무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맥문동을 심을때는 어느정도 줄을 맞추어서 심지만 살짝 자연스럽게 마치 막걸리를 한잔하고 심은 것처럼 해야 한다고 해서 한참을 웃기도 했다. 힘들었지만 봉사자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고 새로운 땅에서 정착을 시작하는 식물들을 바라보는 모습은 애지중지하는 손자 손녀들을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봉사자(최OO 81세)는 "수원그린트러스트에서 언제부터 봉사하셨어요?"라는 질문에 "40년도 더 되었어요."라고 말해서 깜짝 놀라게 했다. "힘든데 왜 이 일을 하세요?" 질문에는 "꽃 피면 이쁘잖아요."라고 아주 짧게 답해서 더 놀랐다. 또 봉사자 중에는 '꼭 해야하는 일'이라고 답하는 봉사자도 있었다. 

효원공원 게릴라가 떴다. 수원그린트러스트 봉사자가 바로 그들이다. 각종 게릴라가드닝에 필요한 물품들과 도구들

효원공원 게릴라가 떴다. 수원그린트러스트 봉사자가 바로 그들이다. 각종 게릴라가드닝에 필요한 물품들과 도구들


수원그린트러스트 봉사자들과 한 시간가량 활동하면서 누군가 이렇게 푸르게 푸르게 가꾸는 일은 정말 꼭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 홀로 공원에 왔을 때 내가 심은 맥문동이 꽃을 피워 그 사람을 위로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다음에 효원공원에 올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내가 심은 맥문동이 잘 자라는지 꽃은 피었는지 살펴야 하는 이유 말이다. 식물을 심고 가꾸는 일은 몸이 고되고 힘든 일이지만 식물에 희망을 두고 우리 주변을 초록으로 가꾸는 일은 꼭 필요한 일이다. 기후변화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녹색공동체를 지향하며 희망을 심듯 우리주변에 식물을 심고 가꾼다면 식물의 위로를 충분하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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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공동체, 수원그린트러스트, 수원봉사단체, 게릴라가드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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