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을 밤에 브루크너 교향곡 7번, 하이든 첼로협주곡 2번 연주해
수원시립교향악단 제293회 정기연주회 참관기
2024-10-30 10:28:45최종 업데이트 : 2024-10-30 10:28:41 작성자 : 시민기자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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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회가 끝나고 환호하는 관객에게 인사하는 수원시립교향악단 깊어가는 가을 저녁에 장엄한 분위기의 '브루크너 교향곡 7번 2악장 아다지오'를 듣고 있으니 20여 년 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불멸의 이순신'이란 드라마 영상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임진왜란 때 간악한 왜적을 물리쳐 나라를 구한 영웅 이순신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 이전에도 '이순신'을 다룬 드라마, 영화가 많았지만 단연 '불멸의 이순신'이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 압도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 드라마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드라마 중간에 이순신 장군이 깊이 고뇌하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비장한 듯한 배경음악이 나왔었는데 바로 브루크너의 교향곡 제7번 2악장이었다. 브루크너의 교향곡이 우리나라 청중에게 그다지 대중적이지는 않았지만, 이 음악만큼은 대단히 유명해졌다. 브루크너를 모르는 사람도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멜로디를 들으면 '아! 이 음악' 한다. 마치 불멸의 이순신 장군에게 헌정하는 음악과도 같은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느낌이다. 지난 29일 저녁 7시 30분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수원시립교향악단 제293회 정기연주회가 열렸다. 하이든(F. J. Haydn, 1732-1809)의 '첼로 협주곡 2번 라장조'와 브루크너(A. Bruckner, 1824-1896)의 '교향곡 7번 마장조'를 연주했다. 연주회를 준비하고 있는 수원시립교향악단 이날 첫 번째 연주는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2번 라장조'였다. 하이든은 바로크 음악에서 고전주의 음악으로 넘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100곡 이상의 교향곡을 작곡해 '교향곡의 아버지'로 불리기도 한다. 이날 첼로를 연주한 김두민 첼리스트는 서울대 음대 교수이기도 하다. 첼리스트 김두민은 '깊고 숭고한 울림이 빛나는 연주로 사랑받으며 솔리스트와 실내악 연주자로서 꾸준히 한국과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국내 정상급 음악가이며 교육자이다. 이날 연주에 몰입한 가운데 섬세한 집중력을 보여 주었다. 2악장 아다지오는 너무도 아름다웠다. 연주가 끝나고 우레와 같은 박수가 계속되자 앙코르 곡으로 바흐의 무반주 첼로 곡을 연주해 화답했다. 2부 공연은 브루크너 '교향곡 7번 마장조'였다. 이 교향곡은 그의 교향곡 중 가장 인기 있는 곡으로 1884년 초연되었다. 특히 연주시간 20분이 넘는 2악장 아다지오는 느리면서 길지만, 너무나도 아름답다. 음악을 듣다 보면 비장한 멜로디가 가슴으로 들어와 눈물이 나는 아름다움 같은 것이다. 평소 브루크너가 존경하던 선배 작곡가인 바그너(R. Wagner, 1813-1883)의 부음을 듣고 쓴 작품이라 영웅의 마지막 길을 전송하는 듯 장엄한 멜로디가 압권이다. 수원시립교향악단 제293회 정기연주회 포토존 4악장은 웅장하게 끝난다. 음악평론가 최은규는 "마치 신에 대한 완전한 긍정과 환희 그 자체를 표현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브루노 발터(B. Walter, 1876-1962)라는 전설적인 지휘자는 브루크너와 말러의 음악을 비교하면서 "브루크너는 이미 신을 찾았고 말러는 끊임없이 신을 찾고 있다."고 했는데 4악장 종결부가 신을 찾은 브루크너의 음악적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음악이라고 한다. 이 곡은 연주시간이 1시간 넘는 대곡이다. 지휘자마다 곡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연주시간의 길이가 다르다. 이제는 전설이 된 지휘자의 황제라 불리었던 카라얀(H.v. Karajan, 1908-1989)은 1시간 6분 정도이고, 첼리비다케(S. C. Celibidache, 1912-1996)는 1시간 28분 정도였다. 이날 수원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한 최희준 지휘자의 연주시간이 궁금했는데 57분 정도로 빠르게 연주한 편이었다. 브루크너는 말러(G. Mahler, 1860-1911), 시벨리우스(J. Sibelius, 1865-1957)와 함께 후기 낭만주의 시대의 '교향곡 3대 거인'으로 불리는 위대한 작곡가이다. 브루크너 교향곡의 특징은 도입부에서는 고요하게 시작하다가 점차 큰 소리로 발전해 가는데 '브루크너식 개시'라고 한다. 하나의 주제로부터 다른 주제로 넘어갈 때는 논리적으로 연결하기 보다는 음악을 잠시 멈추었다가 전혀 다른 분위기의 멜로디로 이어지는데 '브루크너 휴지'라고 부른다. 수원시립교향악단 제293회 정기연주회가 열린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 음악을 감상할 때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있으면 음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휘자에 의하면 듣고 있는 음악이 장조인지 단조인지, 조표가 어떤 게 붙었는지에 따라 대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2번 라장조'는 #이 두 개 붙었는데 '승리', '할렐루야', '축제의 노래', '찬란한 축제' 등에 어울린다고 한다.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협주곡', 브람스의 '교향곡 2번', 브람스의 '바이올린협주곡', 베토벤의 '바이올린협주곡',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2번' 등이 대표적이다. 브루크너의 '교향곡 7번 마장조'는 #이 네 개 붙었는데 '환희', '기쁨' 등의 분위기에 어울린다고 한다. 가을 저녁에 팍팍한 마음속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가득 채운 연주회였다. 음악을 들으며 작은 행복이지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삶의 활력을 찾고 있어 즐겁다. 이날 너무도 멋진 연주를 들려준 연주자와 수원시립교향악단에 박수를 보낸다. 브루크너 교향곡 7번, 하이든 첼로협주곡 2번, 수원시립교향악단, 첼리스트 김두민, 한정규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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