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지동시장 속 복합문화공간 '지동예술샘터'
전통시장에서 만난 여유로운 문화생활의 시간
2024-10-31 11:42:47최종 업데이트 : 2024-10-31 11:42:18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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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달문과 수원천을 중심으로 조성되어 있는 수원의 전통시장들 팔달문은 수원화성 성곽의 남문이다. 그래서 '수원남문 시장'이란 이름 아래, 여러 특색 있는 시장 거리를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 '지동시장'은 순대곱창타운이 형성되어 있어, 비 오는 날이면 생각나는 곳이기도 하다. 지글지글, 불판에다가 지지고 볶아 먹는 곱창볶음이나 뜨끈한 순댓국 한 그릇을 먹고, 어슬렁 거리면서 전통시장을 구경하는 일정은 데이트 코스로도 추천한다. 이날은 지동시장 건물 2층에 <지동예술샘터로 가는 길>이란 푯말이 눈길을 끌었다. 지동시장 건물 2층에 마련된 '지동예술샘터' 지동예술샘터의 정확한 위치는 '지동시장'이라고 쓰여 있는 커다란 정문에서 바로 왼쪽 건물, 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수도 없이 들락거렸는데 이제서야 발견했다. 수원남문시장은 아케이드로 연결돼 있어서 안에서 안으로만 다니다 보면 이 장소는 놓치기 쉽다. 지동예술샘터는 '지동아트포라'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가 2022년에 바꿨다고 한다. 샘터로 향하는 길, 입주작가에 대해 알려주는 안내문이 눈에 들어온다. ▲강선형(매듭공예) ▲권정옥(한지공예) ▲김효정(회화, 일러스트) ▲박영아(섬유공예) ▲윤지영(회화) ▲하므음(회화)까지 6인의 작가가 입주해 있었다. 전통시장 속 예술가의 공간은 작업실과 전시실이 있다. 지동예술샘터의 입주작가는 수원문화재단의 공모를 통해 모집했다. 3년 동안 작업실을 사용하면서 전시회를 열거나 교육을 나가는 등 시민들이 다양한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사업을 연계하고 있다. 지난해는 여러 지역 축제에 참여했고, 올해는 건물 2층 갤러리에서 입주작가 릴레이 전시를 개최했다. 화살표를 따라서 도착한 갤러리는 '윈도우 갤러리'다. 낯선 단어라는 생각에 가만가만 살펴봤더니, 유리창 밖에서만 관람할 수 있는 방식이다. 어쩐지 윈도우 쇼핑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것 참 재미난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엄숙한 분위기의 전시장으로 문 열고 들어가야 하는 부담을 덜어주었달까. '윈도우 갤러리'라는 이름과 설정이 재미있다. 누군가 사람이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개방된 공간이다. 작가들의 작품이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보니 이런 방식을 택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일반 미술관에서 작품 앞에 거리를 둔 것과 크게 차이가 없어서 감상하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지동시장 운영과 함께 상시 개방되어 있는 갤러리다. 릴레이 전시회로 여러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기에, 꾸준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최선의 방법이 아니었을까? 작품의 이름과 만들어진 년도, 무엇으로 만든 건지 안내문 종이가 있어서 관람하는 데 어렵지 않았다. 직물 작업이 이뤄지는 과정은 요즘 보기 힘든 모습이다.(사진 제공 : 박영아 작가) 그날의 전시회는 박영아 작가의 섬유공예 작품 8가지다. '봄과 여름', '여름과 가을', '직조 일기 여름' 등 이름에 모두 계절이 들어가 있어 한해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집이나 가게 같은 데 걸어 두면 인테리어 효과도 날 것 같다. 작품 속 이야기가 궁금해 박영아 작가와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Q. 안녕하세요 작가님! 지동예술샘터는 어떻게 입주하게 되셨나요? 네, 지동예술샘터에서는 2022년 4월부터 활동하고 있습니다. 섬유 디자인을 전공하긴 했는데 첫 직업은 섬유 디자인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시각 디자인 일을 하게 됐어요. 가전제품을 만드는 회사 디자인 팀에서 일을 하다가 결혼하고 출산을 하면서… 경력단절이 되었지요. 그때만 해도 육아휴직을 쓴다거나 복직하는 일이 원활하지 않았어요. 아이 키우면서 정시 출근 ,정시 퇴근하는 직장에 갈 수도 없었고요.
그렇게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될때까지 육아하면서 이것저것 자격증을 따고, 다시 사회로 나올 때는 어린이집 보육교사 일을 했습니다.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는 시기를 맞이하면서 '이러다가 내가 좋아했던 일을 평생 못해보고 살겠다'는 조바심이 들더군요. 그래서 어린이집을 그만 두고 섬유공예 쪽 일을 하려는데 공교롭게 코로나가 겹쳤어요. 그렇게 2~3년의 준비과정을 지내오는 동안 수원문화재단에서 하는 '시민기획가' 활동을 하게 됐어요. 문화재단 사업을 하나씩 접하게 되면서 지동예술센터에서 입주작가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봤고, 2022년부터 지동예술샘터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2022년 3월, 입주 준비 중인 작업실의 모습(사진 제공 : 박영아 작가)현재 모습을 보면, 그동안 성실하게 쌓아온 시간이 느껴진다. Q. 2022년에 처음 왔을 때와 3년 차인 지금, 작품 활동에 변화가 있을까요? 공방 창업을 준비하면서 그때 처음으로 '사업자'라는 걸 내봤는데, 사업자 낼 땐 그 사업의 방향성이 중요하잖아요? 그때 우연히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환경 잡지를 보게 됐습니다.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 최신 유행을 즉각 반영하여 빠르게 제작하고 빠르게 유통시키는 의류를 가리키는 말)에 대한 기사를 봤어요. 버려지는 옷이 너무 많았어요.
일반 브랜드는 시즌이 지나면 할인 판매를 하는데, 명품 브랜드는 가치가 떨어진다며 그냥 폐기한다는군요. 쓰레기가 되는 것도 문제지만 옷 태그에 적힌 성분을 보면 면 100%, 또는 합성섬유가 각각 몇 퍼센트인지 적혀 있습니다. 많이 섞일수록 제일 나쁘다는 거예요. 원사를 분해해서 재사용이 어렵다는 얘기 등 이런 정보를 접하게 되면서 섬유 공예 중에서도 친환경적인 걸 해야겠구나, 생각하게 됐습니다. 창업 준비 과정에서 천연 염색을 배웠는데, 그 기사를 보고서는 염색할 때도 친환경적인 부분을 더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1인 기업으로 출발하게 되면서 내가 만들 수 있는 양이란 제한되어 있는데… 그럼 나는 적게 생산하고 적게 파는 방향으로 가자! 돈을 많이 벌면 당연히 좋겠지만 만들어놓고 안 팔리면 쓰레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군요. 2022년에 이런 사업 방향을 설정했고, 작년에는 천연 염색한 실을 가지고 직조 작업을 했어요. 처음과 달라진 점이라면 처음에는 색을 좀 썼다가 점점 색을 빼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2023년, 지동예술샘터 입주작가 전시회 전경(사진 제공 : 박영아 작가) Q. 3년의 활동기간 중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작년에 복합문화공간 111CM에서 전시회를 열었어요. 지동예술샘터 입주작가들의 결과보고전이면서 동시에 맞은편 부스에서 제 개인전을 했어요. 그때 제가 지은 타이들이 <시간의 직물 인디고> 전시회였어요. 인디고는 '쪽'이라고 하는 염료 식물의 이름입니다. 자연에서 푸른색을 낼 수 있는 방법이 2가지가 있다고 배웠는데, 하나는 광물이고 다른 하나는 '쪽'이라고 하는 식물을 쓰는 거래요. 농사를 지어서만 얻을 수 있는 거라 구입해서 쓰는데 원료가 되는 걸 구현하는 방법이 있어요. 제가 배운 건 발효 시키는 방법이라 염료를 발효시키고 직주 짜는 일도 시간이 걸리고… 그래서 <시간의 직물 인디고>란 이름을 전시회 이름에 붙였어요.
올해는 지동예술샘터 갤러리에서 입주작가 릴레이 전시를 가졌는데요. 6명의 작가 중에서 제 파트가 마지막이라 제 차례를 기다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시간의 직물'이라는 타이틀은 개인적으로 가져가고 싶다고요. 지동예술샘터 작업실에 앉아서 밖을 내다 보면 수원화성의 동남각루가 보이거든요? 경치가 정말 좋아요. 저희가 있는 위치는 성의 바깥이라 이렇게 한 발 뒤에서 보니까… 계절의 흐름이 너무 잘 보이더군요. 이런 부분들을 작품 속에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창밖 풍경 속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직접 밖으로 나가 작업하는 모습(사진 제공 : 박영아 작가) Q. 끝으로, 앞으로 계획에 대해 알려주세요. 어려서부터 꿈꿔왔던 건 막연하게 화가가 되고 싶단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제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과목이 미술이었거든요. 초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한 번도 바뀌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가 수능을 치고 나서야 내가 좋아하는 공부를 하고 싶단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선택할 수 있는 학과의 폭이 좁다 보니 디자인 공부를 하게 됐어요. 대학교 졸업을 하고 나서도 마음 한편에는 계속 화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었던 것 같아요.
지동예술샘터에 입주하게 되면서 작품을 만들고 전시회 활동도 하면서 '꿈에 한 발 다가갔나? 꿈을 이루었나?' 이런 생각을 해요. 제가 작업하는 방향이 그렇고 처음에는 남들이 부르는 작가는 아니었으니까, 두려움이 있었나 봐요. 내가 작가가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나 걱정이 많았지만 삶에서 이런 시기가 있었다는 게 행복합니다. 3년 동안 조용한 공간에서 나를 돌아볼 수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도요. 앞으로 일하는 데 자신감을 얻은 것 같아요. 3년 동안 작업하면서 느낀 점은 정답이라는 게 없고 나에게 맞춰서 하면 된다는 거예요. 나의 속도와 수준에 맞춰서 하면 되는 거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 시간이 됐습니다. 윈도우갤러리에서 만난 직기에 수직물과 직조 도구들이 정겹다. 박영아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비슷한 시기에 결혼과 출산을 했다는 걸 알게 됐다. 경력이 단절되었을 때의 불안감, 그리고 더늦기 전에 꿈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마저 닮은 점 투성이다. 남녀노소를 떠나 살다보면, 네모난 코너에 몰릴 때가 있다. 갈 데 없고 피할 곳이 없을 땐 잠시 내려놓고, 그 자리에서 쉬었다 가는 시간도 필요하리라. 이럴 때 내게 힘이 되어준 것이 바로 문화생활이다. 볼거리 놀거리 많은 수원에서 지동예술샘터, 한 곳을 더 알게 되었다. 지동예술샘터 주소: 수원시 팔달구 팔달문로 19 문의: 031-290-3553 홈페이지: https://www.swcf.or.kr/?p=326 수원전통시장, 수원남문시장, 팔달문, 지동시장, 지동예술샘터, 지동예술샘터입주작가, 박영아, 박영아작가, 수원볼거리, 수원놀거리, 수원여행, 수원가볼만한곳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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