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으로 그린 역사를 만나다! 매여울 도서관 독서문화 프로그램 참관기
11월 6일~27일, 매주 수요일 한국 현대사와 마주하는 시간
2024-11-08 08:38:24최종 업데이트 : 2024-11-08 12:39:05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선영
|
그림책 특성화 도서관인 '매여울 도서관'의 전경 가을은 배우고 익히기 좋은 계절이다. 책 보러 도서관에 갔는데 공부도 하라며,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열어주니까 말이다. 영통구 매탄동에 자리한 매여울 도서관은 11월 6일부터 27일까지 매주 수요일마다 특별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그림책 역사를 그리다 : 한국 현대사> 지난달 10월에 사전 신청을 통해 30여 명의 수강생이 모였고 모집은 마감되었다. 이경희 역사강사가 진행하는 <그림책 역사를 그리다>는 매여울 도서관의 2024년 하반기 독서문화 프로그램으로 기획되었다. 시대의 아픔이 담겨 있는 그림책을 남녀노소 함께 읽어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나는 우리나라에 대해, 그리고 그 역사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라는 호기심에서 듣게 된 수업이었다. 11월 한달 동안 매주 수요일, 그림책으로 한국현대사를 만나는 시간! 지난 6일 오전 10시, 수업 시간 보다 조금 이르게 강의실을 찾았다. 그림책을 주제로 한 수업을 듣는 건 몇 년 만이라서 작은 설렘이 있었달까? 아이가 어릴 땐 익숙하고 친숙했는데, 어느새 초등학교 5학년이 되고 보니 아이처럼 엄마도 서서히 그림책과 멀어진 듯하다. 자리는 여럿이 모여 앉을 수 있도록 나눠져 있고 책상마다 똑같은 그림책이 놓여 있었다. 제목은 <춘희는 아기란다(변기자 글·박종진 옮김, 정승각 그림)>, '평화그림책'으로 나온 시리즈 중 하나다. 평화그림책은 아이들이 전쟁 없는 세상에서 서로 돕고 사랑하며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만들어진 책이다. 한·중·일 세 나라의 작가와 출판사가 함께 만든 이 책은 2016년에 출판되었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경희 역사강사와 수강생들 주제 도서 외에도 뒤쪽 도서대에는 이와 관련된 또 다른 책들이 있다. <바다사자의 섬>은 일제강점기 때 사라진 강치 이야기, <사할린 아리랑>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과 해방 후에도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 <박꽃이 피었습니다>는 일본군에게 강제로 끌려갔던 소녀들의 얘기다. ▲1주 차 <춘희는 아기란다> : 일제강점기 ▲2주 차 <무명천 할머니> : 한국 전쟁 ▲3주 차 <우리들의 광장> : 4·19혁명 ▲4주 차 <봄꿈> : 1980까지, 매주 한국 현대사를 그림책을 통해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역사를 그냥 듣기 보다 그림책으로 만나다 보니 이해가 더 잘 되기도 했고, 집에 가서 아이와도 읽어보면서 같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첫 시간의 메시지는 일제강점기 다시 배우기! 다른 역사라면 몰라도 일제강점기에 대해서는 그동안 꽤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크게 오해하고 있었다. 첫 번째 슬라이드부터 물음표가 떴다. 1905년, 을사늑약을 맺은 을사오적으로 5명의 얼굴이 나왔는데 이경희 역사강사의 얘기처럼 우리가 아는 얼굴은 이완용 한 명이었으니까 말이다. 슬라이드 자료 속 이름을 모두 기억해야겠다는 마음에 담아본 사진(왼쪽부터 농상부대신 권중현, 내부대신 이지용, 외부대신 박제순, 군부대신 이근택, 학부대신 이완용) 을사오적은 을사년 5인의 적, 을사늑약 체결에 가담한 다섯 명의 친일파(박제순, 이지용, 이근택, 이완용, 권중현)를 말한다. 을사늑약은 1905년 11월 17일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 제국이 대한제국과 체결한 불평등 조약이다. 외부대신 박제순과 일본 공사 하야시 곤스케가 서명했는데, 박제순은 아들이 많았고 대대손손 친일파였다. 그중 둘째 아들은 훗날 독립운동가가 된다. 을사오적 후손 중에 유일한 독립운동가이며, 영화 <암살>에서 하정우 배우가 맡은 인물이다. 사진 속 또 한 명의 친일파, 이근택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당시 화성행궁 옆에 있는 커다란 집을 별장 삼아서 살았다고 한다. 그 집은 현재 수원에는 없고 용인 '한국민속촌'으로 옮겼다. 아는 장소의 이름이 나오다 보니, 눈에 그려보면서 수업을 듣게 된 듯하다. 사진 촬영이 가능한 페이지를 따로 알려주셔서 공부 자료로 남길 수 있었다. 1096년 설치된 수원에 권업모범장은 '구 부국원(팔달구 교동)'이나 '국립 농업박물관(권선구 서둔동)'에 전시된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그 밖에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용담 안점순 할머니를 기리는 추모 공간인 '용담 안점순 기억의 방(팔달구 교동)'을 듣게 되어 따로 메모를 해두었다. '강화도 조약'이 아니라 '조일수호조규(朝日修好條規)', 안중근 '의사'가 아닌 안중근 '장군'으로 불러야 한다는 점 등 1주 차 수업의 포인트는 <해방, 그러나 끝나지 않았다>였다. 해방된 지 벌써 몇 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일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같은 책을 읽었는데 똑같은 소감이 없다는 점이 좋았다. 그림책은 슬라이드를 통해 다 함께 읽었고, 같은 자리에 앉았던 이들과 감상평을 나눠보았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는 그동안의 삶이 조금씩 담겨 있었다. - "히로시마에 사셨던 한국 분들에게 피해가 있었다는 걸 알았지만, 수업을 듣고 보니 2세대에 대해서 그동안 관심이 너무 없었다는 것을 느꼈어요. 앞으로 많이 가져야겠습니다. 관심을 가지는 일도 도움이 될 테니까요." - "이 책은 어렸을 때 저희가 접하지 못했던 거라… 그림책의 새로운 종류인 것 같아요. 날것의 느낌이 강해서 진실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듯합니다." - "이런 그림책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가 읽으라고 만들었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부모에게 전해주는 메시지가 그림에도 있으니까 이해하기 쉽고 더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 "책이 있으니까 잊히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알아야지 현실을 바꿀 수 있잖아요." - "제 아버지 어머니 세대의 이야기입니다. 저희 아버님도 징용에 가셨다가 돌아오셨어요. 그래서 조금 더 피부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고… 너무너무 가슴 아픈 이야기죠. 답답한 마음이 드는데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잘 가르쳐줬으면 합니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4·19혁명, 1980까지 그림책으로 역사를 다시 읽는 시간들을 기대해본다. 매여울 도서관의 박지예 사서는 "매여울 도서관은 그림책 특화 도서관입니다. 그림책을 특성화 주제로 삼고 있다 보니 연계해서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상반기에는 해외 그림책을 많이 번역한 분을 모셔서 수업을 했어요. 근래 몇 년 사이, 역사를 다루는 그림책이 조금 활발하게 나오고 있거든요. 그래서 하반기에는 이경희 역사강사님과 근현대사를 알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주 주제가 되는 책 한 권과 같이 읽으면 좋은 그림책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4주의 수업이 진행될 예정입니다."라고 말했다. 일제강점기를 여러 그림책을 통해서 바라본 시간, 그림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기에 좀 더 가깝게 느껴진 듯하다. 수원과 수원 사람에 관련된 일화들, 그리고 지명을 정확하게 알려주신 덕분에 다시 가봐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앞으로 4주 동안 수업 시간에 알게 된 그림책을 아이와 함께 읽어보고, 궁금한 곳은 직접 가보기도 하면서 수원 속의 한국 현대사를 공부해 볼 생각이다. 시대의 아픔을 마주하며 내가 해결에 동참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봐야겠다.
<그림책 역사를 그리다 : 한국 현대사> 기간: 2024.11.6.~11.27.(매주 수요일) 10:00~11:50 강사: 이경희(역사강사) 장소: 매여울도서관 강당 ※현재는 모집이 마감되었다. 관련 문의는 매여울도서관(031-228-3563). 수원도서관, 매여울도서관, 도서관프로그램, 그림책역사를그리다, 문학강좌, 무료수업, 한국현대사, 그림책, 그림책수업, 이경희, 춘희는아기란다 연관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