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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과 함께 한 시간, 힐링이 되다
힐링에세이 숲, 가을 영흥수목원에서
2024-11-11 14:11:22최종 업데이트 : 2024-11-11 14:11:21 작성자 : 시민기자   강영아

힐링에세이 숲 가을 영흥수목원 프로그램 사진

힐링에세이 숲 가을 영흥수목원 프로그램 사진

 

지난 9월 4일부터 11월 4일까지 매주 수요일(오전 10시~12시) 영흥수목원 가든교육실에서 『하루 5분의 초록』으로 하루를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힐링 시간은 '힐링에세이 숲, 가을 영흥수목원'으로, 수원시평생학습관 2024년 4분기 '언제든학교' 시민참여학습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이번 시민참여학습은 식물화가 한수정의 도시나무 안내서인 『하루 5분의 초록』(휴머니스트 출판)을 읽어본 후 식물원을 산책하며 도시 나무 하나를 자세히 살펴보는 시간으로, 방숙진(수원국유림 소속 산림치유지도사, 언제든학교 시민기획단 1기) 강사가 8회에 걸쳐 교육을 진행했다. 총 5회에 걸친 프로그램에 모두 참여해보았다. 
 

#1 눈과 손으로 표면의 질감을 느껴보세요

9월 4일 첫날은 오리엔테이션과 멀리서만 바라보던 식물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본 시간이다.

방숙진 강사는 인사말과 함께 수업 진행에 대해 "우리는 일상에서 다양한 나무, 꽃, 풀들을 만나며 힐링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정해진 챕터의 내용을 낭독하고 묵독한 후,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힐링하는 시간을 가질 것입니다. 한 가지 나무에 집중하여 몰입하고 생각하면서 그 나무와의 시간을 통해 우리의 경험을 공유하고 편안함을 찾을 수 있어 우리의 시간도 치유될 것입니다. 그리고 수목원으로 나가 산책 겸 걷기도 하면서 발걸음을 멈춰, 나무와 눈 맞춤하고 초록으로 인해 좀 편안한 시간을 가지면 그 나무의 시간이 곧 나의 시간도 되는 거예요."라고 설명하였다.
 

교재 『하루 5분의 초록』과 메타세쿼이아를 비롯한 여러 잎새

교재 『하루 5분의 초록』과 메타세쿼이아를 비롯한 여러 잎새


1강의 주제는 나무의 질감.

나무를 바라볼 때 형태, 색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인식되는 부분이 질감이다. 질감은 광택이 있거나 털이 있거나, 매끈하거나 거칠거나, 뾰족한거나 부드럽거나 하는 등, 표면이 주는 느낌을 말한다. 방숙진 강사가 준비해 온 여러 잎새. 멀리서만 바라보았던 감촉을 직접 만져보며, 인공물에서 느낄 수 없는 무궁무진한 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30°가 넘는 무더위에 만난 나무는 하늘높이 쭉 뻗은 메타세쿼이아이다. 수목원 안에 식재된 메타세쿼이아의 꼭대기 잎사귀를 만져보기 쉽지 않은데 바깥길 다리 위에서 보게 된 것이다. 예상 외의 촉감이다. 침엽수 잎은 뾰조뾰족해서 만지면 따가울 것 같지만 따가움이 전혀 없고 의외로 촉감이 부드럽다. 납작하고 둥근 비늘잎이 양쪽으로 달린 모습이 마치 새의 깃털같다.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를 들으며 더위를 식혀본다.

#2 나무의 피부, 수피의 특징을 발견해보아요 

꽃, 잎, 열매가 계절과 함께 변화하는 나무의 옷이라면, 나무의 줄기는 몸통과 같은 존재이다. 이 줄기를 감싸 외부 자극을 막고 몸 안을 보호하는 피부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나무 껍질, 수피이다.
9월 11일 2강의 주제는 수피와 자작나무이다. 수피는 얼핏 보기에 투박하고 거칠어 별 매력이 없어 보이지만 조금씩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면 색과 무늬, 벗겨지는 방향, 코르크의 두께 등이 저마다 달라 나무의 개성을 드러내는 요소이기도 하다. 

자작나무는 나무 전체를 덮은 하얀 수피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나무이다. 자작나무는 추운 겨울 숲을 좋아해서 주로 북쪽 지방에 분포하고, 우리가 만나는 자작나무는 스스로 자라난 게 아니라 모두 심은 것들이라 한다. 자작나무의 하얀 수피는 불이 잘 붙어 불쏘시개로 사용되곤 했는데, 껍질이 타면서 '자작자작'하는 소리를 내어 자작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눈부시게 하얀 수피를 가진 자작나무는 숲 속의 귀족, 숲의 여왕이라 불린다

눈부시게 하얀 수피를 가진 자작나무는 숲 속의 귀족, 숲의 여왕이라 불린다


사람들이 다 다른 것처럼 나무도 자세히 보면 다 다르고 껍질만 해도 나무마다 개성이 있다. 그래서 자세히 보아가면서 그 옆에 있는 나무와 비교하며 차이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수강생 김 씨는 "여태 자작나무를 보기는 했었지만 이렇게 자세하게 보지를 못했다. 잎모양이 세모란 것도, 수피가 벗겨지는 모양도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어 뿌듯하다. 앞으로 수목원에 오면 자작나무를 더 자세히 관찰해보겠다."면서 앞으로 수목원에서 더욱 흥미로운 시간을 보낼 것 같다고 소감을 말하였다.

 

#3 뒤로 물러서서 나무 전체를 한눈에 담아보세요 

추석 연휴 후 9월 25일, 오랜만에 만난 3강의 주인공은 수형과 소나무이다.

우리는 어렵지않게 군중 속에서 가족이나 친구를 찾아낼 수 있다. 얼굴을 보지 않아도 전체적인 체형이나 뒷모습을 보고 그 사람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나무도 마찬가지여서 나무의 외형으로 인식하는데, 줄기, 가지, 잎 등이 이루는 나무의 전체 모습을 수형이라고 한다. 구불거리는 소나무와 위로 쭉 뻗는 전나무는 둘 다 침엽수이지만 가지가 형성하는 수형이 서로 달라 구별하는 수단이 되어주기도 한다.

소나무는 우리말로 '솔'이라고 하는데, 나무중에 으뜸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는 그 어떤 나무보다 친숙한 우리나무이다. 우리의 삶과 깊은 연관이 있는 나무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와 함께하는 특별한 존재이다. 가장 좋아하는 설문조사에서 늘 1위를 차지한다는 소나무는 구불구불한 가지로 개성을 드러내어 먼 거리에서도 한 겨울에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소나무로 지어진 정자, 정조효원에서 낭독의 시간을 가졌다

소나무로 지어진 정자, 정조효원에서 낭독의 시간을 가졌다


나무의 키는 얼마나 큰지, 나무줄기에서 뻗어 나오는 방식은 어떠한지, 가지가 자라 이루는 나무의 외형은 어떤지, 만나는 나무들의 모습들을 비교하고 대조하는 시간이었다.

 

#4 자연에서 들리는 작은 소리에 귀 기울여보세요

소리는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는 소리를 통해 정보를 얻고, 소통하며, 음악을 즐기고, 환경을 인식하기도 한다. 하지만 원하든 원하지않든 다양한 소리에 노출되어 편안한 자연의 소리를 확보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10월 2일 4강의 주인공은 자귀나무이며, 도심 소음에 묻혀버리고 마는 작은 자연의 소리에 귀기울여보는 시간이다.
 

자연에서 들리는 작은 소리에 귀 기울여보세요

자연에서 들리는 작은 소리에 귀 기울여보세요


꽃과 잎이 매력적이고 공해에 강하며 빨리 자라서 공원이나 길가에 관상수로 많이 심는 자귀나무는 잎이 모두 떨어지고 나면 앙상한 가지에는 갈색 열매만 남는다. 열매가 바람에 흔들리다가 서로 부딪혀 사락거리는데 열매 부딪히는 소리가 여자들 수다떠는 소리처럼 들려 여설수(女舌樹) 등 자귀나무에는 별명이 많다. 두 잎을 하나로 포개는 습성이 있어 합혼수라고 하여 신혼집 창가에 심어 부부 금슬이 좋기를 기원하기도 한다. 이름 때문에 잠자는 걸 귀신같이 안다고 하며, 소가 잘 먹어서 소쌀나무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5 열매의 변화를 가만히 지켜보세요

열매의 변화를 지켜볼 수 있는 계절이다. 나무는 꽃을 모두 떨구어낸 뒤, 열매를 맺기 위한 인고의 시간을 보낸다. 시들어 말라붙은 꽃잎 아래에 아주 조용한 알맹이가 부풀어 올라 소리없이 열매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꽃이 진 후에야 발밑에 떨어져 밟힌 열매를 보고 나서야 어느새 열매가 익어 떨어졌음을 알게 된다.
 

10월 16일 5강은 나무가 갖는 인고의 시간을 함께 하며 탄생의 과정을 알아보는 시간으로, 주인공은 모감주나무이다. 보일 듯 말 듯했던 작은 알맹이가 검붉은 열매로 변하는 과정을 그림으로 살펴본다.
 

모감주는 꽃이 귀한 여름에 화려한 노란 꽃을 피워 영어 이름이 Golden rain tree이다. 모감주나무는 눈부시게 노란 꽃이 특징인데 본래 척박한 땅에서 나고 자라 물이 부족한 도심에서도 잘 자라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조경수이다. 꽃이 지고나면 그 자리에 세모난 꽈리 모양의 열매를 맺는데 어린 열매는 싱그러운 초록빛을 띠다가 점차 갈색으로 변해간다. 열매 속 씨앗도 익으면서 점점 검게 변하며 손톱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서 씨앗들을 염주로 만들어 '염주나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열매가 빚어내는 자연의 색을 지켜보는 것 또한 신비로운 일이다.

꽃에 비해 열매에 대한 관심이 낮아 익숙한 나무임에도 그 열매를 처음 보는 경우가 많다. 이날 수업은 우리 주변에 있는 나무 열매들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관찰해 본 시간이었다.
 

떨어진나무 열매로 어떤 모양을 꾸밀려나?         

떨어진 나무 열매로 어떤 모양을 꾸밀려나?    


#6 생명이 깃든 자연의 색을 느껴보세요

가든교육실 창으로 보이는 대왕참나무가 지난 주와 다르게 발갛게 물을 올리고 있다. 봄에는 꽃으로 즐거웠다면, 가을은 단풍으로 눈이 즐거워지는 계절이다. 10월 23일 6강은 가을나무가 보여주는 색과 단풍이 드는 원리와 회화나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식물에 있어 잎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광합성을 통해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여 이산화탄소와 물을 이용해 포도당과 산소를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가을이 되면 나무들은 겨울을 대비하여 광합성 과정을 멈추고 엽록소라는 녹색 색소를 분해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나뭇잎은 녹색에서 다른 색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잎을 떨어뜨리는 것이 식물의 생육에 좋다고 한다. 겨울이 되면 물, 햇빛 등이 충분치 않아 나뭇잎 속의 수분이 얼어 조직이 파괴되기 때문에 그것을 막기 위해 잎을 떨구어 낸다. 동물들이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없는 추운 겨울에 겨울잠 자듯, 나무들은 떨켜층을 만들어 바람이 불면 잎을 떨어뜨려 겨울을 준비하는 것이다.
 

낙엽이 떨어진 영흥수목원 가을정원

낙엽이 떨어진 영흥수목원 가을정원


나무가 초록빛 위에 무언가 조금씩 다른 빛을 머금기 시작했다면 조금더 가까이 가 볼 일이다. 나뭇잎 끝에서부터 퍼지는 색의 움직임은 완전히 변한 후에는 다시 볼 수 없기에, 작은 나뭇잎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우리는 자연의 복잡성과 아름다움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7 좋아하는 것들을 두 손 가득 주워보세요  

주변의 나무들은 매년 가을이면 열매, 단풍잎을 떨구어 우리 발 밑에 쌓이게 한다. 바닥에 떨어져 쌓여있는 것도 잠시, 이런 저런 이유로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다. 10월 30일 7강은 땅에 떨어진 나무의 흔적들, 발밑에 떨어진 자연물을 줍는 시간이다.    
 

주운 낙엽들을 보관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 방숙진 강사

주운 낙엽들을 보관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 방숙진 강사


『하루 5분의 초록』의 한수정 지은이는 "너무 높아서 혹은 꺾을 수 없어서 멀리서만 바라보았던 꽃과 잎과 열매들이었다 해도 땅에 떨어지면 마음껏 보고 만질 수 있어요. 궁금했던 모양도 자세히 보고 촉감도 느끼면서 그렇게 가까이 관찰하다 보면 내 앞의 나무와 좀 더 친해지게 되지요."라고 책에서 말하고 있다.
 

가로수에서 떨어진 꽃잎이나 낙엽을 줍는 걸 가지고 뭐라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것을 주워 아직 물기가 남아 촉촉하면 촉촉한 대로, 이미 말랐다면 바스락거리는 대로 마음이 가는 것들을 골라 손에 담아본다. 우리가 주운 순간의 모습 그대로 보존할 수는 없지만 나뭇잎처럼 평면적인 것들은 책갈피에 끼워두고, 솔방울같은 열매는 그대로, 씨앗이 들어 있는 열매는 유리병에 담아두고 쪼그라들며 말라가는 것을 바라보는 것도 계절을 즐기는 방법이 될 것이다.

 

#8 마무리 - 에필로그

11월 4일은 아직 오지 않은 계절 곧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이 지고 난 겨울나무를 바라보세요'를 읽으며 마지막 수업을 진행했다. 

조용히 서 있는 겨울나무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다. 나무는 겨울을 나기 위해 불필요한 것들을 모두 떨구고, 조용히 봄을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듬해 봄을 온전히 맞이하기 위해 고요함으로 겨울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면 탄생과 성장, 결실과 침묵의 계절을 반복하는 나무의 삶을 이해할 수 있다.

실외로 나가 대왕참나무 도토리에 소원을 담아 여러 모양으로 흙으로 감싸 빚었다. 그렇게 만든 씨앗폭탄을 뿌리내려 잘 자라기를 바라면서 영흥숲 언저리로 힘차게 날려보낸다.
 

대왕참나무 도토리를 흙으로 감싸, 소원을 담아 멀리 던져보냈다.

대왕참나무 도토리를 흙으로 감싸, 소원을 담아 멀리 던져보냈다.


부쩍 서늘해진 가을바람 때문일까? 마지막 수업이라니 아쉬움이 적지 않다. 다시 돌아온 가든교육장에서 그동안의 소회를 말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수강생 강 씨는 "이전에는 앞만 보고 걸었는데, 나무를 매개로 한 수다와 산책으로 힐링을 경험했으며, 이제는 길을 가다가 잠시 멈춰 길가에 서 있는 나무들을 살펴보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그동안의 과정을 통해 나무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방숙진 강사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스쳐 지난 순간을 만남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자연도 마찬가지이다. 잠시나마 걸음을 멈추어 상태를 묻고 이해하고 바라보며 마음을 기울일 때 비로소 만나게 되고 비로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이다. 힐링에세이 숲, 가을은 하루 5분만 스치듯 지나가던 나무들에 발걸음을 멈추고 눈 맞춤하며, 나무가 주는 편안함을 누려본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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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흥수목원, 힐링에세이 숲, 방숙진, 하루 5분의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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